[83호] 기록연구실 이야기 | "독서"를 너의 서른두 돌 생일선물로 주고자 한다

2026-06-30

c0a5f57613bee.jpg



기록연구실 이야기 1호


동생 회건에게 보내는 편지(1)

"독서"를 너의 서른두 돌 생일선물로 주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노회찬재단 기록연구실입니다.


올해부터는 서랍 속에만 두기엔 아까운 기록들을 한 달에 하나씩 꺼내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8주기 추모주간을 맞는 이번 7월이 그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매달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아시나요? 노회찬 의원은 누나와 남동생을 둔 삼남매의 둘째였습니다.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노회찬은 진중하고 대장 노릇을 자처하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동생 회건 씨에게 보낸 편지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형의 생각들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동생 회건 씨는 지금도 재단과 인연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는 형이 즐겨 듣던 레코드판들을 재단에 기증하고 가셨지요. 형의 손때가 묻은 음반들. 그것만으로도 두 형제 사이의 각별함이 느껴집니다.


첫 번째로 가져온 것은, 옥중에서 세 살 터울 막내 동생 노회건에게 보낸 편지들입니다. 결혼하여 아이까지 가진 동생은 아직 형의 눈엔 여전히 챙겨야 할 동생이었습니다.  




1990년 7월 10일 ㅣ 편지 원문 보기


소련에서 간행된 《한국(조선)동사》가 국내에 출판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역사를 전공한 동생이 떠오른 형은 편지를 씁니다.


"누차 얘기한 바 있지만 직장과 결혼 생활이 자칫 일상적이고 실무적인 일에만 관심과 노력을 집중시키게 함으로써 개인의 생활과 사고가 수동적으로 되기 쉬운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네. 예컨대 ‘역사’와 같은 것은 비록 그것의 연구를 직업으로 삼아 강단에 서지 않더라도 ‘인생의 부전공’으로 여겨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학습한 후 있는 것이라 생각되네. 인생의 폭과 깊이는 본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늘리는 것은 각 개인의 결단과 노력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 시키고 싶네. 직장과 결혼 생활의 관성에 굳어지기 전에 보다 창조적인 생활방식을 강구하길 기대하네. "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는 동생이 일상의 관성에 굳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형의 걱정이 적혀있습니다.




1990년 11월 29일 ㅣ 편지 원문 보기 


그해 11월, 강원도에서 일가족이 강도에게 참변 당했다는 뉴스를 접한 회찬은 비극에 대한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짚은 뒤, 이렇게 이어 씁니다.


"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머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運(운)이 계속 좋길 바랄게 아니라 오염의 근원을 소멸시키는 수밖엔 없을 것이네. 다시 고인에게 조의를 보내네.

독서와 사색을 계속하길 권하고 싶네. 재미있는 것을 읽어내는 오락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로서 ‘思考(사고)’를 위해. … 이제 어린아이 울음소리까지 들리는 전형적인 가정을 이뤘으니만큼 나의 노파심은 전형적인 한국판 소시민이 되지 않길 기원하고 있네. "


이제 어린아이 울음소리까지 들리는 전형적인 가정을 이룬 동생에게, 형의 노파심은 깊어집니다.




1991년 7월 9일 ㅣ 편지 원문 보기 


회건 씨의 서른두 번째 생일, 청주교도소에서 형은 씁니다.


“잘 지냈는가? 먼저 생일을 축하한다. 초량집에서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날이 오면 조그만 타원형 과자를 받고 연신 방글방글 웃던 너의 모습을 본지가 바로 엊그제 일 같구나. “


"너는 요즘 무엇을 읽고 있나? 나는 네가 이같은 질문에 항상 대답할 수 있는 상태에 있길 바란다."


그리고 독서란 무엇인지를 한 단락 한 단락 정성껏 풀어 쓴 뒤, 마지막에 이렇게 맺습니다.


"이제 야구방망이 하나 못 사주는 처지가 되었지만, 이 세상의 수많은 인간과 인간의 역사를 만나게 해 줄 '독서'를 너의 서른 두돌 생일선물로 주고자 한다."


야구방망이 하나 사줄 수 없는 처지. 그 쓸쓸한 자조 뒤에 평생을 잃어버리지 않을 선물인 독서라는 경험을 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읽고 계신가요? 항상 이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더라도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달에 두번째 기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전체 편지 원문은 노회찬재단 아카이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990년 7월 10일 편지 / 1990년 11월 29일 편지 / 1991년 7월 9일 편지



재단법인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 

대표자 조승수 |  사업자등록번호 458-82-00146 

주소 (03105)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3길 7-13 (창신동)

전화 02-713-0831  |  팩스 02-713-0830  |  이메일 hcroh6411@naver.com

노회찬재단은 국회사무처를 주무관청으로 2018년 12월 28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지정기부금 단체입니다. (코드 40) |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확인




재단법인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 

주소 (03105)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3길 7-13 (창신동)

대표 조승수  사업자번호 458-82-00146

전화 02-713-0831  팩스 02-713-0830 

이메일 hcroh6411@naver.com

노회찬재단은 국회사무처를 주무관청으로 
2018년 12월 28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지정기부금 단체입니다. (코드 40)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확인


© 2026 노회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