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 8주기 | 알고리즘 시대, 손석희는 왜 팩트를 말했을까

2026-07-30

c466d5a9d6040.jpg




노회찬재단 함께데이

언론인 손석희 초청 특강  「알고리즘 vs 저널리즘」 후기


알고리즘 시대, 손석희는 왜 팩트를 말했을까

- 이선주 (방송작가)





손석희 앵커를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났다.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작가로 일했던 시절, 우리 팀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팀과 작은 사무실을 함께 썼다. 그렇게 5년여, 나는 그를 가까이에서 또 조금은 멀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세월을 건너 다시 마주한 그는 내가 기억하던, 그리고 그사이 매체를 통해 지켜봐 온 손석희와는 결이 조금 달라 보였다. 물론 특유의 날카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예전보다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이 길어졌고, 쉽게 단정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40년 넘게 언론의 한복판을 지나온 시간이 그에게 이런 신중함을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날 손석희는 오랫동안 질문을 던져온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받는 자리에 서 있었다. 그것도 ‘노회찬의집’에서.


노회찬 8주기를 맞아 진행된 특강의 주제는 ‘알고리즘 vs 저널리즘’.


손석희는 시작부터 “답이 없는 걸 가지고 이야기하라고 하셨다”며 운을 뗐다. 자신에게도 뚜렷한 해법이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과 관심을 따라가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시대.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정보가 더 빠르고 넓게 퍼지는 환경에서 저널리즘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가 꺼낸 답은 모두에게 익숙한 단어, ‘팩트체크’였다.


유튜브 검색 기록을 지워가며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보려 했지만 그것조차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알아내고 다시 보여준다. 편리함은 어느 순간 침해가 되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계로 들어간다.


그 앞에서 그가 제시한 최소한의 장치는 결국 ‘지속적인 체크’였다. JTBC 보도담당 사장 시절, 힘드니 일주일에 한 번만 하자고 애원하던 팩트체크 담당 기자에게 “안 돼, 매일 해”라고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는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그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원칙이 있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확인한 사실을 근거와 함께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또 다른 기술에서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40년 넘게 언론 현장을 지켜온 사람이 내놓은 답은 결국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돼서 오히려 새롭게 들리는 답이었다.




81b9592c19582.jpg




그러나 이날 그의 이야기에서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자기 비판’이었다.


손석희는 2000년대 초 MBC 「미디어 비평」을 진행하던 시절을 돌아봤다. 다른 언론사를 비판하면서 자기 회사를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비판이 어떻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자사 비평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했다. 5·18 당시 언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도 MBC의 과거를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었다.


“비판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자기 비판을 동시에 넣어야 한다.”

그 생각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저널리즘의 위기를 말할 때 흔히 바깥을 먼저 바라본다. 유튜브를 말하고, 알고리즘을 말하고, 가짜뉴스를 말한다. 하지만 그날 그의 이야기는 결국 언론 자신에게로 되돌아왔다.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확증편향에 빠뜨린다면 언론은 얼마나 집요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가.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언론은 자신의 오보와 오류를 얼마나 성실하게 돌아보는가. 타인을 향해 질문하는 언론은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어쩌면 알고리즘 시대의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은 아주 새로운 무엇을 발명하는 데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일, 그리고 자신도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 일.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히는 그 일을 다시 해내는 것.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은 언론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향해 같은 잣대와 질문을 들이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도, 정치도, 시민사회도 자유롭지 않다. 자신과 같은 편의 오류에는 관대하고 상대의 오류에만 엄격해지는 순간, 팩트마저 진영의 언어가 되어 버린다. 알고리즘은 어쩌면 바로 그 틈을 가장 영리하게 파고드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날 손석희가 말한 팩트체크는 단순한 ‘사실 확인’보다 조금 더 큰 의미로 들렸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되돌리는 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일. 그리고 타인을 비판하는 만큼 스스로도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 일.


‘노회찬의집’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자기 비판’이라는 말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평생 정치의 언어로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졌던 노회찬과, 언론의 자리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질문해 온 손석희.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어딘가 맞닿아 있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의심하고 질문해 왔고,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머를 놓지 않았다. 노회찬 8주기에 마련된 자리에서 손석희가 ‘팩트’와 ‘자기 비판’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내게는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질의응답 시간, 한 참석자가 오랜 시간 쌓아온 그의 ‘신뢰’ 역시 일종의 권력이 아니냐고 물었다.  손석희는 자신이 그것을 권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신뢰든 영향력이든, 그것을 가진 사람이라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겸손하고 싶다고 했다.


그 답을 듣고 보니 이날 유독 자주 보였던 그의 망설임과 조심스러움도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고, 자신의 영역이 아닌 질문에는 쉽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질문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오랜 시간이, 이제는 답하는 자리에서도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못지않게 무엇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것은 아닐까.


손석희는 지금의 언론 환경을 낙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관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비관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과거 옐로 저널리즘이 극성을 부릴 때 그 반작용으로 시민 저널리즘이 등장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다시 돌아오는 힘 또한 인간의 역사에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 말은 낙관이라기보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준다. 때로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보다 먼저 아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은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람들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일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사실을 보여주고,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일. 무엇보다 타인을 향해 들이대는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일.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손석희는 여전히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있었다.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알고리즘의 일이라면,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게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일일지도 모른다.

노회찬의집에서, 나는 그 오래된 저널리즘의 질문을 다시 생각했다.



재단법인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 

대표자 조승수 |  사업자등록번호 458-82-00146 

주소 (03105)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3길 7-13 (창신동)

전화 02-713-0831  |  팩스 02-713-0830  |  이메일 hcroh6411@naver.com

노회찬재단은 국회사무처를 주무관청으로 2018년 12월 28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지정기부금 단체입니다. (코드 40) |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확인




재단법인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 

주소 (03105)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3길 7-13 (창신동)

대표 조승수  사업자번호 458-82-00146

전화 02-713-0831  팩스 02-713-0830 

이메일 hcroh6411@naver.com

노회찬재단은 국회사무처를 주무관청으로 
2018년 12월 28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지정기부금 단체입니다. (코드 40)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확인


© 2026 노회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