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바라는 마음

조승수 (노회찬재단 이사장)



운명처럼 창신동 옛집을 만나다


2023년 중순, 이사회에서 재단의 공간 이전 추진을 결정했다. 전세, 매입, 신축의 세 방안 모두 열어 놓고 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은평에서 강서, 성북에서 관악까지 수많은 곳을 둘러보다가 드디어 운명처럼 창신동 옛집을 만났다. 


창신동 공간에 대한 반대도 내부에서 만만찮게 제기되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부담이었다. 공간 마련을 위한 과도한 채무는 향후 사업비의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특히 후원금 모금이 과연 우리 계획대로 달성될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사회에서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의 과정에서 보았듯이 날로 오르기만 하는 서울의 부동산이라는 괴물을 하나라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전에는 공간이 주는 압박과 어려움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재정적 압박 역시 적극적인 재단 활동과 후원 확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점. 모두가 내린 어려운 결단의 순간이었다.


창신동 옛 주택은 여러 가지 검토거리를 던져주었다. 70여 평의 대지, 활용도가 보이는 지하 공간, 전태일 재단과 불과 10분 거리이면서 아직도 남아있는 봉재 골목의 역사성,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주민 밀집 지역, 그리고 동대문역과 동묘역 지하철 3개 노선의 교차점이라 어느 역에서도 5분 내외라는 놀라운 접근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었다.


드디어 이사회 보고와 승인, 공간 이전 추진단과 단장 선임을 거쳐 24년 8월 12일 계약금을 치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재단 내부에서는 모금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미 늘어지기 시작한 공기에 따라 공사비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24년 10월부터 시작된 모금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였는데, 예상 밖의 열기와 모금이 이루어지고 연말의 후원주점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11억이 넘는 부채는 이후 부담스러운 숙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예상 밖의 모금 성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와 강화된 안전규정, 폭염 등으로 공사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공사비 증액도 뒤따랐다. 하지만 추진단의 적극적인 노력, 시공사의 대승적인 결단, 이사회의 승인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노회찬의집 6411’을 마주하며


돌이켜 보면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마포역 시절의 공간부터 공덕역을 거쳐 창신동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알아봐 주신 박은영 님, 이웃이면서 많은 협조와 성원을 해주신 초원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 난관이 있을 때마다 대안을 마련해 주신 설계사무소 칸과 강재호 소장님, 전시기획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주신 하 춘 선생, 오랜 인연으로 함께해 준 심한별 박사, 70차에 이르는 회의를 주관하며 치밀한 점검과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준 김용신 추진단장, 그러고 무엇보다 기부자의 벽에 영구히 이름이 새겨질 1만 명에 가까운 후원자님들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창신동의 공간의 이름은 설문조사를 거쳐 ‘노회찬의집 6411’로 확정되었다. 노회찬의 집은 근엄한 박물관이 아니라 주민과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드나들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방향을 세웠다. 주말 방문자를 위해 토요일도  개방하여 담당자도 두고,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그런 공간. 지역사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재단이 될 것이다. 신설하는 동영상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청년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분들에게 기댈 수 있는 내어주는 어깨가 되고자 한다.


1월 말 이사와 안착의 과정을 거쳐, 오는 3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재단이 설립부터 창신동 노회찬의 집까지 후원자님들의 열정과 애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설립정신을 되새기며 향후 재단의 운영과 노회찬의 집 활용에 더 많은 애정과 질책을 기대해 본다. 

하늘과 가까운 동네 창신동, 노회찬을 닮은 집

강재호 (칸건축 소장, 설계 및 감리)


노회찬의 집은 사람들이 어떤 기대와 함께 소통하기 위해 모이는 공적 공간입니다. 노회찬의 집 건축물은 그런 의미와 상징을 갖춰져야 하고, 그곳에서 소통이 의미있고 지속되는 힘을 가지려면 건물을 사용하는 분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런 공적 건축물은 소유주나 관리자의 의지만 배타적으로 반영되면 의미도 퇴색되고 살아 있지도 않습니다. 물론 노회찬재단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지도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다음 세대의 수많은 노회찬‘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소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시대적인 변화를 뒷받침하는 유연하고 포용력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물 자체가 스스로를 뽐내어 도드라져 보이기보다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사람들이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건물이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기본적인 기능이 크게 보강되어야 하지만, 공사 이후에도 그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창신동 집을 마주한 순간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몇 건의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요, 입지나 건물이 결정되는 이야기들은 일반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 다 저마다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회찬의 집이 창신동에 자리 잡는다는 건 큰 사건인데요, 이 집을 처음 발견한 것이 계기였고, 그 집을 알게 해준 여러분들이 있었죠. 누구 한 개인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여러 인연들이 모여 가능했고, 노회찬재단이 이 땅과 집을 만나는 순간이 가장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땅의 모양과 지금의 집이 가진 형태에 노회찬재단이 앞으로 펼칠 이야기가 호응하고 조화하면서 이어 나가겠죠. 특히 주인이 손바꿈을 많이 하지 않고 60년대의 원형을 잘 보존하셨습니다. 또한 정성스럽게 지은 집이었고, 집 주인분이 성품도, 인상도 굉장히 좋으셔서 좋은 기운이 있는 집이라는 생각에 이 집을 만난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저는 오래된 동네와 집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그 공간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예전의 시간들이 켜켜이 묻어 있습니다. 동네 길에도, 건축 재료에도, 구조에도, 시대와 그 집을 사용한 주인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노회찬의 집이 될 주택은 1961년도에 만들어졌고, 그 후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고 그 공간을 사용하던 집주인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희가 노회찬의 집으로 새롭게 단장을 하면, 앞으로 100년 동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지 않을까요?. 100년 가는 집이 될 겁니다. 저는 한분한분 다 기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재단장될 노회찬의 집은 수많은 분들의 노동과 애정의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벽돌기금에 참여해 주신 분들을 포함해서, 흙을 파고 철거하고 매만지고 예쁘게 갈고, 면을 만들고 재료를 붙이는 노동자 한 분 한 분이 건축의 기록이고, 노회찬의집 그 자체입니다. 내년 여름 노회찬 7주기 즈음에 개관할 노회찬의 집에 오시면 어떤 분들이 어떻게 참여하셨는지 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고, 향후 그 공간에서 펼칠 활동들에 큰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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