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청년들과 간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눈다. 손의석 목사 제공
손의석 | 명륜중앙교회 담임목사
“야, 너 대단하다. 그 나이에 직장을 다 옮기다니!” 8년 전쯤, 오십줄에 들어선 내가 교회를 옮겼다는 말을 들은 고향 친구의 말이었다. 보통은 언제 퇴사해야 할지 고민할 나이에 이직을 했으니 들은 말일 테다. 나는 이전에 경북 영주에서 10년 반 정도 안정된 목회를 하고 있었다. 지방에는 청년들이 갈 만한 직장이 많지 않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수도권이나 외지로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서울 성균관대학교 근처의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청년들이 모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어 지금의 교회로 오게 되었다. 청년을 사랑하기에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이렇게 나의 명륜중앙교회에서의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었다.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담임목사의 일이란 설교와 본당의 목회 방향성 설정, 교인 돌봄이 주된 것이다. 사실 이런 일들에 대해선 비종교인들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종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다할 방법, 즉 선한 영향력을 끼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청년 시절에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당시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잡았던 중요한 것이라 청년 문제에 관심이 깊었다. 그래서 명륜중앙교회에서 청년을 도울 방법을 찾는 걸 목회 방향성과 교인 돌봄의 큰 목표로 삼았다.
명륜중앙교회는 내년이 100년이 되는 전통 있는 교회이다. 어떻게 청년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청년들의 필요를 살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였다.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지방이나 외국에서 서울로 온 학생들은 집 문제가 필수적이다. 교회가 대학가 인근에 있어서 학기를 시작할 때면 방을 구하기 위해 방황하는 청년들을 자주 보았다. 청년들의 주거 어려움을 돕기 위해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 근처는 고시원도 월 60만원, 원룸은 보증금을 넣어놓고도 관리비, 공과금에 월세까지 80만~90만원은 내야 한다. 교회의 재정을 이런 곳에 써야 한다고 한분 한분 설득했다. 시작한 해는 학사비를 모든 공과금 포함해 월 10만원으로 책정했고, 올 3월부터는 월 12만원으로 올렸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학사를 재정비하여 학생들이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 다른 건물에 전세를 얻어 학사에 입주하는 학생 수를 늘려나갔다. 처음은 아홉명 정원에 대여섯명 정도 입주했지만 환경을 개선하니 소문이 나서 지금은 22명이 4곳의 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회의 소그룹실은 학생들의 스터디룸으로 공유하고 방 하나는 스터디 카페로 만들어 평일에는 공부방으로 개방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10명 이상이 학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더는 공간을 늘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청년들과 간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눈다. 손의석 목사 제공
처음에는 ‘헌금은 어른들이 하는데, 돈은 청년들을 위해 쓰느냐’는 불만이 있었다. 교회 적립금을 모두 학사 전세금으로 쓰면 가용 가능한 현금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나왔다. 워낙 적은 비용을 받고 운영하다 보니 재정 적자도 발생한다. 이렇게 운영하다가 교회가 파산하게 되면, 하나님은 기뻐하실까? 잘못했다고 꾸짖으실까?
코로나 시절, 우리는 국가로부터 ‘재난지원금’이라는 것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평생 국가에 세금을 내기만 했지,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교인들은 평생 교회에 헌금을 내고, 시간을 내어 봉사만 했지, 교회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나는 교회에서 생활비를 밀리지 않고 받았기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 앞으로 나온 재난지원금을 내놓고, 여기에 동참해 달라고 광고했다. 여러 분들이 함께해 모은 기금으로 3차에 걸쳐 청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청년들에게 교회는 인기가 없고 청년들은 계속 교회를 떠나간다. 이제는 교회가 공적 가치에 관심을 더 쏟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여, 청년들에게 환영받는 교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손의석 | 명륜중앙교회 담임목사
“야, 너 대단하다. 그 나이에 직장을 다 옮기다니!” 8년 전쯤, 오십줄에 들어선 내가 교회를 옮겼다는 말을 들은 고향 친구의 말이었다. 보통은 언제 퇴사해야 할지 고민할 나이에 이직을 했으니 들은 말일 테다. 나는 이전에 경북 영주에서 10년 반 정도 안정된 목회를 하고 있었다. 지방에는 청년들이 갈 만한 직장이 많지 않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수도권이나 외지로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서울 성균관대학교 근처의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청년들이 모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어 지금의 교회로 오게 되었다. 청년을 사랑하기에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이렇게 나의 명륜중앙교회에서의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었다.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담임목사의 일이란 설교와 본당의 목회 방향성 설정, 교인 돌봄이 주된 것이다. 사실 이런 일들에 대해선 비종교인들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종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다할 방법, 즉 선한 영향력을 끼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청년 시절에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당시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잡았던 중요한 것이라 청년 문제에 관심이 깊었다. 그래서 명륜중앙교회에서 청년을 도울 방법을 찾는 걸 목회 방향성과 교인 돌봄의 큰 목표로 삼았다.
명륜중앙교회는 내년이 100년이 되는 전통 있는 교회이다. 어떻게 청년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청년들의 필요를 살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였다.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지방이나 외국에서 서울로 온 학생들은 집 문제가 필수적이다. 교회가 대학가 인근에 있어서 학기를 시작할 때면 방을 구하기 위해 방황하는 청년들을 자주 보았다. 청년들의 주거 어려움을 돕기 위해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 근처는 고시원도 월 60만원, 원룸은 보증금을 넣어놓고도 관리비, 공과금에 월세까지 80만~90만원은 내야 한다. 교회의 재정을 이런 곳에 써야 한다고 한분 한분 설득했다. 시작한 해는 학사비를 모든 공과금 포함해 월 10만원으로 책정했고, 올 3월부터는 월 12만원으로 올렸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학사를 재정비하여 학생들이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 다른 건물에 전세를 얻어 학사에 입주하는 학생 수를 늘려나갔다. 처음은 아홉명 정원에 대여섯명 정도 입주했지만 환경을 개선하니 소문이 나서 지금은 22명이 4곳의 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회의 소그룹실은 학생들의 스터디룸으로 공유하고 방 하나는 스터디 카페로 만들어 평일에는 공부방으로 개방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10명 이상이 학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더는 공간을 늘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헌금은 어른들이 하는데, 돈은 청년들을 위해 쓰느냐’는 불만이 있었다. 교회 적립금을 모두 학사 전세금으로 쓰면 가용 가능한 현금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나왔다. 워낙 적은 비용을 받고 운영하다 보니 재정 적자도 발생한다. 이렇게 운영하다가 교회가 파산하게 되면, 하나님은 기뻐하실까? 잘못했다고 꾸짖으실까?
코로나 시절, 우리는 국가로부터 ‘재난지원금’이라는 것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평생 국가에 세금을 내기만 했지,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교인들은 평생 교회에 헌금을 내고, 시간을 내어 봉사만 했지, 교회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나는 교회에서 생활비를 밀리지 않고 받았기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 앞으로 나온 재난지원금을 내놓고, 여기에 동참해 달라고 광고했다. 여러 분들이 함께해 모은 기금으로 3차에 걸쳐 청년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청년들에게 교회는 인기가 없고 청년들은 계속 교회를 떠나간다. 이제는 교회가 공적 가치에 관심을 더 쏟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여, 청년들에게 환영받는 교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