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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8호) 복지국가 건국준비위원회의 동지가 되겠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

재단활동 2019. 12. 31

 

 

뜨거웠던 작년 여름, 노회찬 의원의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고 슬프고 아파했던 기억이 벌써 어슴프레 하다.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도 가물가물 하다. 아마도 그와의 이별을 온전히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그와 이별했던 과정의 시간들 앞을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신 노회찬 의원이 TV토론에 나와서 사자후처럼 토해냈던 수많은 말들과 나중에 그를 처음 만나게 된 일, 그와 관계된 모임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던 시간, 그와 바다낚시를 갔던 일과 그가 대통령 후보에 나섰을 때 그의 선거운동을 했던 일, 그 선거에서 낙선하고 나서 그가 되려 우리를 위로했던 일은 마치 엊그제 일처럼 또렷하다. 

15년쯤 전이니까 그는 초선 의원이었고 나는 민주노동당의 많은 당원들 중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당 활동에는 열심이지 않았지만 노회찬 의원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만든 팬클럽 ‘찬들넷’의 대표를 맡아서 활동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팬클럽 모임에 종종 노회찬 의원이 참여하여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진보정당이나 민주노동당, 한국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다. 

나는 얼떨결에 이 팬클럽의 대표가 되긴 했지만, 도대체 정치인 팬클럽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것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말해 줄 사람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이런 고민을 그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의원님, 찬들넷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저랑 똑같군요.” 

그의 대답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노회찬 의원은 그 자신도 팬클럽을 가져본 적은 처음이라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팬클럽이 어찌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만 저와 당에겐 동지가 필요합니다.”

나는 그의 이 투박하고 정직한 대답이 너무 좋았다. 팬클럽의 다른 회원들에게도 기회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했다. 노회찬 의원은 너무 좋지만 왠지 민주노동당에는 거리감이 있었던 다수의 회원들이 이 말을 전해 듣고 당원이 되었다. 이미 당원이었던 나도 이 말에 지역위원회 모임에 자발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지역위원회는 나에게 내가 살던 신림2동의 분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그것이 나의 첫 번째 당직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떠나고 그를 추모하는 행렬이 길게 늘어선 곳은 세브란스 병원만은 아니었다. 광주시당 사무실에 마련한 분향소에도 시당 사무실을 만든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했고 엎드려 절하고 어깨를 들썩이다 돌아가곤 했다. 그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원이 되겠다고 절차를 물었다. 그는 이승을 떠나면서까지 동지들을 만든 것이다. 

나는 그의 사후에 나 혼자서 인터넷을 뒤지며 그의 행적을 재구성해 본 적이 있다. 노회찬을 말을 재밌게 잘 하는 사람만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회운동 세력이 전위정당이나 전선운동에 매진하때 때에 그들 대다수 주장과는 달리 대중적이고 합법적인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길을 제시한 사람이었다. 1997년 국민승리 21의 권영길 대통령 후보가 2%가 안되는 지지율을 받고 사람들이 낙담할 때도 이 길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나아갔던 사람이었다. 

내가 찾은 그의 생전 행적중에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어느 강연회에서의 말을 소개하고 싶다. 

“1944년 일본의 패배를 확신하던 여운형 선생은 건국동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건국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자마자 여운형 선생은 건국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발표합니다. 참으로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정세인식 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가 새로운 건국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와 이 자리의 여러분들이 함께 ‘복지국가 건국준비위원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노회찬 재단과 함께 복지국가를 만드는 건국준비위원회의 동지가 되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노회찬 재단에 이름을 올렸다. 동지가 되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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