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2호) 후원회원 이야기 - 노회찬과 나
후원회원 이야기
노회찬과 나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가 2010년 노회찬 공약과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최강욱 대표, 김성회 대변인과 노회찬 재단을 직접 찾아와 10년을 앞서간 고(故)노회찬 전 의원에 받은 감명을 말하며 축복을 받고자 왔다고까지 했다 합니다. 국민의힘 조은희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노 전 의원이 2004년 총선 때 내세웠던 ‘삼겹살 불판 교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노 전 의원은 당시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우면 새까매진다. 이젠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며 정치권의 세력교체를 주장했었습니다. 노회찬이 떠난 지금, 수많은 이들이 노회찬을 부활시켜 자신을 포장하기 여념없습니다.
원내 의석이 제일 적은 당에서 지역도 아닌 비례대표로, 그것도 299번째로 당선되어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그가 가장 주력한 것 중 하나는 정치개혁이었습니다. 양당 독점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선거제도를 국민들의 뜻이 오롯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바꿔야 기득권으로 가득찬 국회와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통찰이었습니다. 그 열망을 무위로 돌린 위성정당 후보와 그 기득권 체제를 함께 온존시키고 철저히 누리고 있는 정당 후보들이 노회찬을 계승하겠다 나서는 모양이 참 씁쓸합니다. 지금 세상 너머의 대안을 상상하고 함께 꿈꿀 수 있는 과정을 제시하며 싸워가는 것이 진보의 가치이고 노회찬의 정신이었습니다. 불의와 부조리에 철저히 대항하며 그 누구도 뒤에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 노회찬의 실천이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며 2010년 했던 노회찬동지의 말씀을 참 많이 돌아보았습니다.
사람 사는 서울, 콘크리트는 이제 그만! 보편적 복지! 더 좋은 일자리!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서울!
“대학 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토마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라 불렀지만 나는 그보다 더 거창한 꿈을 꾸면서도 꿈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노 전의원의 시대를 앞선 고민과 신념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불평등위기, 기후위기, 코로나위기 앞에 놓인 2021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은 10년 전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평생 일했고, 가정에 헌신했고, 살기 위해 건물을 쓸고 닦은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고용안정을 위해 찬바닥 싸움을 하고, 청소업체 지분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 두 명은 수십억 배당금을 고스란히 챙깁니다. 돌봄과 방역 그리고 먹고 사는 모든 영역에서 삶을 이어주는 자영업자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요구받습니다. 코로나 시대 필수노동은 노동만 싸게 취하고 사람은 쉽사리 버립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사태에도 콘크리트 회색도시의 건설계획은 경쟁의 선두에 있습니다.
거대 기득권 양당이 배제하고 있는 다수의 ‘투명인간’들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극단적 불평등과 위기에 맞서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서야 합니다. 이는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함께 잘 삽시다.”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노회찬의 계승은 공약 베끼기와 무분별한 정책 나열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까지 평등과 공정과 평화를 말하고 싸워야 할지 모르지만 떠난이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남아있는 사람들이 타협하지 않고 걸어가야 합니다. 함께 꾸는 그 꿈은 현실이 됨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진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노회찬동지께 받은 감명을 기억하고 이어가는 길은 그 진심과 함께하는 실천입니다.
-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