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2호) 특별한 인터뷰 - 김윤철 (노회찬정치학교 신임 교장)
특별한 인터뷰
김윤철 (노회찬정치학교 신임 교장)
부담과 관심 속에서 내디뎠던 첫걸음,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났던 정치학교 1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비대면 교육을 통해 의미와 가능성을 찾았던 2기.
이어 맞이하게 된 2021년 봄. 노회찬정치학교의 다음 순서를 준비하는 사이,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조현연 교장(노회찬재단 특임이사)에 이어, 김윤철(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교장의 취임이 그것입니다.
이번 '특별한 인터뷰'를 통해 노회찬정치학교의 미래, 故 노회찬 의원과의 인연 등 품고 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더불어 상반기 중 시작될 노회찬정치학교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어릴 때 꿈이 정치가였습니다. 제 또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도 꿈꿨습니다. 좋은 정치가가 되려면 정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와 학창 시절 주변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저보고 교육자나 학자가 어울리니 그리 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학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없습니다. 교수도 그렇고요. 선택했다기 보다 어쩌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밥 빌어먹게 된다고 엄청 걱정하셨고, 반대하셨지만 정치학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칠, 드골, 주은래 등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리처드 닉슨의 <세계를 움직인 거인들>,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 등의 책을 읽은게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학의 매력은 실천학문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학문의 왕’이라고 했는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과 삶과 문명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에 바탕해 생각과 처지의 다름을 넘어서서 ‘공감의 지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인간적이면서도 초인적인 실천을 공부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주 어려운데,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요.
솔직히 말해 지금은 정치학을 괜히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권유대로 토목공학이나 건축학을 공부할 걸 그랬어요. 기후위기나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해 화성으로 이주해야 할 때 우선 뽑힐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식물학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한 7-8년 후쯤에는 신학과 종교학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2. 노회찬 의원님과의 인연,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다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만나 함께 일을 했던 것은 민주노동당에서였습니다. 노 의원님은 사무총장이셨고, 저는 상임정책위원이었어요. 20년 전쯤이지요. 그때 정치개혁 TFT를 같이 하면서 인연을 맺은 후 학교로 돌아와서도 계속 (진보) 정치 문제 관련해 고민을 나눴지요. 요새 기록물을 들여다보면서 새삼 느끼는데, 노회찬 의원이라는 분의 존재와 삶 자체가 인상적입니다. 일본에 두 번 같이 간 적이 있는데, 후쿠오카, 도쿄, 삿포로 등을 함께 다녔지요. 그때 기억이 자주 납니다. 좋은 정치리더는 좋은 여행 벗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의원직 잃었던 때인가, 당 대표 선거에서 졌을 때인가, 지인들 모여 마포 현래장에서 함께 술 마시고 헤어지는데 굳게 악수만 했던 평소와 달리 어색하게 포옹을 해왔던 기억도 납니다. 속으로 오늘 왜 이러시나 했어요. 제가 술값을 낸 것도 아니었는데...(제가 좀 멋있긴 하지만).
3. <노회찬정치학교>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민해주셨고, 나아가 1기 때에는 영역별 담임으로도 강의에 함께해주셨는데요. 수업 진행을 통해 어떤 경험을 가지게 되셨는지?
노회찬 의원님처럼 좋은 정치를 꿈꾸는 착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요. 노회찬 의원님이 홀로 떠난 것도, 그 행보를 멈춘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6411 정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가는지도 목격한 것 같아요. 로널드 드워킨이라는 정치철학자가 ‘관심과 배려의 평등’을 주창했는데, 6411 정신의 핵심이 바로 그거겠구나 싶었어요. 소외받고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삶의 습관처럼 배어있는 분들을 만났던 것이지요.
4. 3번 질문에서의 경험이, 이번 교장직 수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요?
수락 여부 자체에 영향을 끼쳤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노회찬 의원 돌아가시고 나서 교장같이 뭔가 막중한 책임이 부과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요. 의지도, 능력도 다 사라졌다 싶었어요. 하지만 재단 분들 포함해 정치학교 분들 뵈면서 잘 하지는 못해도 즐겁게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회찬 정치의 의미를 함께 어울리며 고민하면서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노회찬 정치는 노회찬 의원님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어찌될지 모를 내일 이후의 삶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들’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5. 교장으로서 정치학교 운영의 기본 방향, 방침, 이루고 싶은 것
우선 1,2기를 통해 실행한 ‘기본 과정’을 잘 정착시키고 새롭게 시도하는 ‘심화과정’을 잘 해내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정치학교가 교수자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 아닌, 참여자 주도로 실제 정치사회적 혁신의 효과를 내는 실천학습과정으로 자리잡아 갔으면 합니다. 1기 분들이 수료 후 실행한 실천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적-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분들이 명실상부한 주권자-정치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정치전문 교육기관’ 설립을 함께 구상하고 차근 차근 실험해봤으면 합니다.
6. 마지막으로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만큼이나 기존에 수료한 학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구상이 있으시다면?
일단 코로나19 방역 관계로 5인 이상 회합 금지가 풀리면 순댓국 회동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순댓국은 윤석렬 검찰총장같은 분만 드실 수 있는게 아닙니다. ^^). 현재는 교장 취임 후 1, 2기 수료생 분들의 단톡방에 참여해, 어찌 지내시고 계시는지 근황을 전해듣는 정도입니다. 순댓국 회동을 게기로 정기적 모임이나 번개 등을 통해 정치학교의 향후 발전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계속 상황이 안좋으면 각자 순댓국에 소주 준비해 줌 회식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만나서 ‘여우사이’(여기서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하자)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