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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24호) 후원회원 이야기 - 노회찬, 그는 별이다. 사라지지 않는 별이다.

재단활동 2021. 04. 29




후원회원 이야기

노회찬, 그는 별이다. 사라지지 않는 별이다.

 


20세기가 저물고 있던 90년대 후반 나는 우연치 않게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 직장을 얻으면서 노원구에 발을 딛게 되었다.

노원구에는 다양한 진보적인 단체들이 있고, 열심히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 중 마들연구소가 있었다.

노원구에 있는 마들평야 이름을 딴 마들연구소는 노회찬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역 연구활동을 하였고 명사들을 모시고 다양한 초청강좌도 진행하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신영복선생님 강연을 들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강좌 후에는 간단한 뒤풀이가 이어졌는데 노회찬대표 바로 앞자리에 앉는 행운이 따랐다. 노대표는 특유의 입담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본인은 학생 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공부하기 위해 책을 한 보따리 싸 들고 절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했다. 대개는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데, 노대표는 본인이 출세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기 위한 진보운동론 공부였다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당시 우리 병원에서도 매달 인문학강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들연구소, 마들주민회, 도봉사람들, 덕성여대 역사학과 교수님들과 같이 노원에서 인문학 강좌를 열기도 했다. 

노원구는 어느 지역보다 진보적이고 활기찬 곳이었는데 그렇게 된 중요한 이유가 노회찬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당의 결정에 따라 동작구에 출마하기도 하고, 창원에서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였지만 노원주민들 옆에는 항상 노회찬대표가 있었다.

나는 정당이 정치인 개인의 명망에 의해 유지되는 것은 반대한다. 그래서 노회찬대표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를 따라서 정당에 가입하거나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정치적 지향이 비슷했는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의당까지 나는 그와 계속 같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었다. 정의당 모임 뒤풀이에서 그가 지하철 2호선은 가능하면 타지 말라고 했다. 노동운동 위해 용접공으로 취직해서 용접한 곳이 2호선인데 수면부족으로 부실용접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였는데 우리 모두 크게 웃었었다.

어느 날 노회찬대표의 체중이 빠지는 것 같고 많이 피곤해 보여, 우리 병원에 와서 검진을 받아보라고 권유했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겠고 결국 검진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노회찬대표의 주치의라고 생각했다. 검진을 권유한 얼마 뒤 그는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노회찬, 그는 별이다. 사라지지 않는 별이다.


- 유영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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