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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25호) 후원회원 이야기 - 노회찬이 더 그립다

재단활동 2021. 05. 26



후원회원 이야기

노회찬이 더 그립다!

 


요즈음 특히 노회찬의원이 그립습니다. 우선 정치적으로 그러합니다. 촛불이 엊그제 같은데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오만으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힘이 압승했기 때문에, 나아가 정의당도 잇단 도덕적 추락과 납득이 가지 않는 보궐선거 불참결정으로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 세상이 답답하기에, 노의원을 만나 함께 자주 마시던 폭탄주를 나누며 함께 울분을 토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노의원과 나는 진보정치인과 진보정치학자로 오래 전부터 친분을 가져 왔습니다. 특히 내가 서강대학교로 온 90년대 중반부터는 최소 일 년에 두 번은 만난 것 같습니다. 매 학기 내 한국정치 수업에 보수, 자유주의, 진보 정치인을 불러 특강을 실시하면서 노의원이 특강을 해 주었습니다. 수업 후에는 가까운 을밀대 등에서 빈대떡과 평양냉면을 안주로 내 ‘전공’인 폭탄주(양주폭탄주인 ‘양폭’)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노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를 했을 때는 박찬욱감독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관계가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자유주의세력인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합당하는 것에 반대했는데, 노의원이 이에 합류한 것입니다. 현실정치인으로 진보신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에 합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선배님, 여차여차한 이유로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라는 이야기도 없이 간 것입니다. 노의원은, 많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달리.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으로(이 점에서도 나와 비슷합니다) 그 같은 성격이 그 같은 말을 못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에 상당기간 교류가 없었습니다.

우리를 다시 이어준 것은 역설적으로 통합진보당사태와 세월호사건입니다.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로 통진당이 풍비박산 나 정의당이 출범하고 세월호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 대응에 분노해 국민모임이 출범했습니다. 나는 국민모임에 합류했고 국민모임이 정의당과 통합하며 우리는 다시 만났고 한잔하며 옛 앙금을 털었습니다. 이후 2018년 내 정년퇴임식에 왔다가 다른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뜨며 “나중에 둘이 축하주 한잔 하시지요”라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안타깝지만, 마지막이었습니다.

노회찬재단은 여러 좋은 기획을 통해 ‘소프트한 접근’으로 노의원의 행적과 업적에 대한 대중화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박수로 격려해 줄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2018년 7월 23일자 <프레시안>에 쓴 노회찬의원 추모사와 1년 뒤 <한국일보> 에 쓴 “노회찬이 그립다”에서 지적했듯이, 이 작업이외에 필요한 것은 1987년 민주화이후 이루어진 진보정당운동과 노의원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나아가 이에 기초한 제대로 된 노의원의 평전입니다. 재단에 대한 바람으로 2019년 컬럼을 인용합니다. 

“당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잘 알려져 있는 2004년 이후의 행적만이 아니라 현장 노동운동, 투옥, 진보정치연합, 민주노동당 창당 등 진보정치를 위해 음지에서 고군분투했던 원내 진출 이전의 행적들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진보정당의 불모지에서 이만큼이라도 진보정당이 자리잡게 된 데에 가장 기여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하지만 한 정치인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우상화’가 아니라 한계까지도 드러냄으로써 계승해야 하는 그의 정신을 실현하고 그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알리고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탈당과 진보신당 창당, 재탈당과 통합진보당 창당, 재분열과 정의당 창당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신이 택했던 다양한 고뇌어린 정치적 선택에 대해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이는 진보정치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절충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


-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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