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7호) 후원회원 이야기 - 노회찬 의원님 3주기를 맞아
후원회원 이야기
노회찬 의원님 3주기를 맞아
2018년 7월 23일, 무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리던 날, 동료 연구원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
“노회찬 의원님이……”
어느덧 3주기를 맞는다.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내가 노회찬 의원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노해 사진전 오프닝 자리에서였다. 국경 너머 분쟁 지역 이웃들을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에서,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님은 뒷자리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017년 발간했던『촛불혁명』책을 받으시고 “광장에서 나눔문화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고마운 마음이었다”며 회원가입서를 소리 없이 보내오셨다. 해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장미꽃과 편지를 보내와 따듯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셨다.
그리고 그해 8월에는 삼성의 위법 행위에 대해 특별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노 의원님을 달변가,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말의 힘은 삶의 힘’이라 하지 않던가, ‘삶의 힘은 사랑의 힘’이 아니던가.
소년 시절부터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한 사람, 엘리트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장 노동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 긴 수배와 옥고로 개인의 안위를 뒤로 한 사람, 진보 정치라는 무거운 깃발을 앞서 들었던 사람, 삼성에 맞서 많은 것을 잃고도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끝내 부끄러움으로 허공에 몸을 던진 사람.
그의 동인이 사랑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약한 자 힘주고 강한 자 바르게” 라는, 정치의 본질을 말이 아닌 삶으로 실천했던 노회찬이란 상징.
노회찬 의원님이라면 이 엄중한 시기에 어느 현장에 있을까? 누구의 손을 잡고 계실까? 어떤 말씀으로 답답하고 힘든 국민들의 가슴에 웃음과 희망을 주실까? 그것이 남겨진 사람들이 이어갈 일일 것이다.
인생에는 운명 같은 불꽃의 시간, 치명적 상처가 있는 건가 보다. 의원님과 각자의 불꽃의 만남은 상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생을 두고 끝까지 품고 갈 사랑의 씨앗이 되어 우리를 밀어갈 것이다.
노회찬 의원님은 일찌감치 자신의 사랑을 다 불사르고 가신 것이니 살아있는 우리는 그의 부재를 지울 수 없는 불자국으로 가슴에 새기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있다.
사랑은 남아
박노해
힘들게 쌓아올린
지식은 사라지고
지혜는 남아
지혜의 등불은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오는
정의의 길은 남아
정의의 깃발은 사라지고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 길에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남아
사람은 사라지고
그대가 울며 씨 뿌려놓은
사랑, 사랑은 남아
- 임소희 (나눔문화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