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40호) 후원회원 이야기 - 만나본 적도 없는 노회찬, 그의 길을 이어 걸으며
후원회원 이야기
만나본 적도 없는 노회찬, 그의 길을 이어 걸으며
매번 민들레를 받아볼 때면 노회찬 의원님에 대한 그리운 마음도 들지만, 더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부러움’입니다. 그 흔한 악수 한 번, 명함 한 장 못 받아본 저로서는 생전 노회찬 의원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정치인을 기리며 입당을 하고 출마까지 하니,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하기도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생 시절 저는 말 그대로 이대남의 ‘바람직하지 않은 전형’이었습니다. 특정 정치관은커녕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참배하러 가자는 사회과학대 집행부에 왜 같은 대통령인데 이승만은 안 가고 노무현만 가느냐고 따져 물을 정도였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개과천선도 이런 개과천선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수업을 통해 접한 쌍용차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로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전쟁 포로에게도 하지 않는 폭력을 자국민인 쌍용차 노동자에게 퍼붓는 대한민국은 제가 알고 커왔던 대한민국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살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 일하던 중에 노회찬 의원님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당시 일터에서 빈소가 가까웠기에 퇴근길에 들러 문상을 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만나본 적도, 노유진도 듣지 않았던 제가 그렇게 오열에 가깝게 슬퍼하게 될 것이라고는 문상객의 긴 줄에 서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은 사자방으로 수백, 수천억을 해 먹고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수 천만 원이 양심에 겨워 노동자 서민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던 정치인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세상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고 침통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남은 이들이 당당히 나아가길 바랐습니다.
그의 뜻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누구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나부터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정당에 가입했습니다. 돈만 내고 말 것 같으면 후원이나 하지 입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입당하자마자 지역위원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사무국장부터 지방선거 출마까지,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노회찬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단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노회찬 정치학교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통해 만난 제2, 3의 청년 노회찬들과 함께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회찬이라는 사람은 일면식도 없던 한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힘들고 지칠 때면 ‘노회찬 의원님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잠시, ‘노회찬 의원님이 계셨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겠지.’라는 결론에 이르러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요즘 진보정치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진보정치에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었겠냐만은,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분명 진보정치의 비전을 현실로 이루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청년 노회찬으로서 앞으로도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 예윤해 (재단 후원회원, 정의당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