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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1호) <월간 노회찬> 9월 강연 후기 -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재단활동 2022. 10. 06





시험과 능력주의는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 계층 사다리일까?
김동춘 사회학자 (성공회대 교수)


2016년 추운 겨울, 광장에서부터 울려 퍼지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단어 “공정”. 그 말의 뒤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따라왔습니다. “능력을 증명할 “공정한” 기회를 달라” “능력에 걸맞게 보상받고 싶다” 심지어 “그 사람이 능력이 있어 받은 보상과 그에 따른 부에 문제삼지 말아라”. 이런 주장에 대한 호응은 뜨거웠고, 사회의 부조리를 감지하고 시비를 가르는 기준이고 잣대가 되었습니다. 공정 그리고 능력(능력주의)은 정말 우리 사회에 뜨거운 화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공정을 바라는 사회적 열망, 이 열망이 요구하는 바, 그 열망의 해결 담론으로 제시되는 능력주의가 퍼지면 퍼질수록 과거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부조리를 키워내고, 사회적 약자를 내몰던 불평등의 향기가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떠도는 공정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줄 것이라 말하는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가? 

우리가 겪는 사회 현상 심연에 자리한 담론을 추적, 연구하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밝혀온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성공회대)와 함께 공정에 대한 의구심, 여기서 비롯한 능력주의의 모순을 해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험과 능력주의는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 계층 사다리인가”를 주제로 나눈 <월간 노회찬> 9월 강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1시간 30분의 강연과 대담을 훌쩍 넘겨 9시가 넘도록 이어진 질문과 답변, 청중 의견에 대한 경청과 공감은 공정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뜨겁고, 동시에 상당히 혼란스러운 단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능력이란 무엇인가?” 아주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매스로 삼아 마치 끈적하게 늘러 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공정과 능력주의, 이 둘의 관계를 해체합니다. 능력주의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물론 부조리를 끊어내줄 전가의 보도가 아님을 해체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능력에는 “선천적인 요소가 있는데, 선천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게”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며, 사실 능력의 실체는 검찰, 재벌과 같은 권력과 부의 기득권 세력이 주장하는 능력의 실체가 사실은 권력과 자본으로 구성된 기득권을 적극 활용하며 자식 교육으로 세탁해 “세습”한 능력이라고 폭로합니다. 능력주의가 이상향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김동춘 교수는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이런 능력이 과연, 너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능력주의로 말하는 공정의 허울 벗깁니다. “(선천적 요소를 제거할 수 없는데) 능력에 따라서 사회적 보상을 배분한다면, 타고난 능력의 요소를 갖지 못한 사람은 무슨 죄가 있는가” 그것이 공정이고 정의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능력주의라고 하는 것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불평등이나 불공정을 은폐하거나 호도하는 이데올로기”라고.

강연과 대담을 통해 함께 추적하며 프로파일링한 우리 사회를 떠도는 능력주의는 정말 우리가 바라는 공정이 아닐 뿐더러, 진정 공정이 실현할 정의(Justice)와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지금의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정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게 하고, 기득권의 세습과 권력 독점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계급의 이동을 어렵게 하며, 불평등을 심화하는 현혹의 이데올로기임을 확인했습니다. 우리와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공정과 정의를 바란다면 우리가 다시 곱씹어야 할 것은 평등과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회복에 대한 노력이라는 그의 당부를 다시 새겨봅니다. 김동춘 교수의 말을 빌립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이 아니라 개천을 좋게 만들자. 위로부터의 특권을 줄이자. 위에 있는 사람들이 특권적 요소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를 동시에 갖지 못하도록 하자, 권력도 감시받고 제한을 받게 하고, 경제적인 부도 과도한 부가되지 않도록 하자” 


- 이종민 부장 (<월간 노회찬>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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