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44호) 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 수강생 후기 (이응덕, 배연우, 이찬용)

재단활동 2023. 01. 16


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 - 수강후기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준 정치학교
- 이응덕



 

먼저 말씀드릴 게 있다.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글은 아래 나오는 정치인과 단체, 특정 교육 과정을 알리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다. 정말 그런 뜻은 일도 없다. 

나는 금융업종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다. 올해로 입사 30년이니 다닐 만큼 다녔고, 이제 머지않아 퇴사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이맘 때면 언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억대 연봉자이기도 하다. 내가 월급을 이렇게 많이 받았나, 그 돈이 어디 갔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렇다. 

지난 여름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 재단을 알게 되었다. ‘노회찬’이야 드물게 존경할만한 정치인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재단과의 인연은 우연이었다. 당시 재단 누리집을 보다 정치학교라는 교육이 눈에 들어왔다.  ‘좋네. 기회되면 참가해볼까’ 하던 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 안내를 받았다. 주저없이 신청했다. 매주 토요일 십주간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은데 가능하세요? 하는 면접 질문에 ‘저는 한다면 합니다.’ 호기롭게 대답했다. 다행히 합격. 그렇게 10월 15일 첫 일정을 시작했고 내주 토요일(12월 17일)이면 마지막 수업이다. 

교육을 시작할 때 부동산 주거, 노동, 성평등 등을 주제로 모둠 공부를 하게 되었다. 부동산 주거를 택했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몇 주 논의를 거쳐 서울시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과 대안이라는 제목를 정했다.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관련 연구소 자료, 시민단체와 언론 보도 등을 찾아보았다. 사실 이쪽에 대한 관심과 기본 지식은 부족한데 자료는 엄청 많았다. 그 많은 걸 다 읽어볼 수도 없고. 나중에는 컴퓨터 저장하기에도 머리가 아팠다. 그 와중에 내 관심은 대표적인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에 꽂혔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이고, 선진국이라면 적어도 기본적인 주거는 가능하도록 나라에서 지원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과 해외 사례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스웨덴이 떠올랐다. 그렇게 관련 책을 세 권 이어 읽었다. 무엇보다 세금을 가장 많이 내면서도 모두가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공유하고,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들이 많이 부러웠다, 물론 스웨덴도 완전무결한 나라는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복지 재정 문제, 늘어나는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 등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었다. 책 얘기가 나왔으니 한 권만 소개한다.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라르스 다니엘손, 박현정 지음. 한빛비즈 펴냄) 

마침 11월 30일 서울시가 주거 취약계층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인터뷰를 준비하던 나는 서울시 대책을 중심으로 질문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12월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내년 공공임대 예산 삭감 항의 농성중인 <빈곤사회연대> 집행 위원장을 만났다. “내년 공공임대 예산을 기존보다 무려 5조 7천억이나 삭감했어요. 이건 30년 넘는 공공임대 역사를 부정하는 거에요. 그동안 반지하, 고시원, 쪽빵 등 사고가 나면 제각각 대책 발표하곤 했어요. 그걸 이번에 종합 대책으로 모아 거기에 지금 서울시장의 ‘안심’브랜드를 합친 겁니다, 그러니 별로 새로울 게 없어요. 시급한 주거 취약계층을 어떻게 공공 임대나 주거비 지원 상향으로 연결해줄지 하는 구체적 방안이 부족합니다.” 내년 예산안과 서울시 발표에 대한 그의 평가다. 

인터뷰를 하면서 몇 해 전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2014년으로 기억한다) 시설 노동자 친구를 통해 중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총장실 점거 농성장을 찾아 하루를 함께 했다. 성탄절 전날이었다. 두 해 후에는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도 갔다. 그때도 엄동설한이었다. 매서운 찬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이 농성장 천막을 지키는 그분들을 통해 학교 당국의 처사를 들으며 울분을 삭여야 했다.  

그사이 훌쩍 세월이 흘러 2022년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어느덧 50대 중반이되었고, 퇴직과 노후만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외람된 말이나 오랫동안 ‘난 진보적인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 체험을 통해 정말 내가 말로만, 입으로만 진보를 해오지 않았나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기본적인 주거 여건도 안되는 곳에서 생활하는 주거 취약계층, 여전히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엄연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왔다. 

연대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 소중한 기회, 이번 노회찬 재단 정치학교는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낮은 목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궁금해했던 "우리"
- 배연우




학과 사람들뿐 아니라, 서사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재 찾기에 혈안이었다. 만일 지인이 그런 일을 한다면, 늦은 밤 술자리 대화를 조심하는 게 좋다. 당신의 전 연애사가 스크린에 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MZ 세대인 나는 요즘 ‘소재 당한다’는 감각을 자주 느낀다. 특히 희극인 주현영을 보면 감탄하며 웃게 된다. 동시에 웃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공감한다. 툭하면 퇴사한다고 갑질(?) 하는 초년생이 얼마나 될까?

한편 빈곤과 주거, 소외 계층은 독립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러나 작품의 소재로 쓴다고 한들 어떤 존재가 소재가 될 순 없다. 적어도 소재로 쓸 거면,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 내 일로서 다가가야 할 것이다. 노회찬 정치학교를 처음 지원하며 ‘내 일’의 범위를 확장하고 싶다는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강의뿐 아니라 함께 한 동문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아예 모르던 세계에도, 발만 담그던 세계에도 시선을 돌려볼 수 있었다.

노회찬 정치학교에서의 10주는 새로운 경험인 동시에,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치학교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땐 뭔가 더 알아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 존재가 이질적일까 봐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이 공간에 원래 내 자리가 있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궁금해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우들과 나는 다르지 않았다.

1929년 소련의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혁명의 도구로써의 영화를 주장했다. 카메라는 가려진 현실을 보여주는 눈이다. 영화를 봄으로써 관객은 그것을 깨닫게 된다. 정치학교를 통해 다양한 현실과 마주했다. 단순한 소재거리를 넘어, 누군가는 살고 있는 현실을 보았다. 내가 든 카메라는 어떤 현실을 담아내야 할까?



노회찬정치학교 심화과정2기를 마치며
- 이찬용



 

노회찬 정치학교는 재작년부터 꼭 수강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님은 제가 가장 존경했던 정치인 중 한 분이었기에 재단을 후원하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시절 청년정의당 대구시당에서 활동하며 다른 당원분들게 정치학교의 장점에 대해 많이 들어본 터라 언젠간 꼭 나도 참여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2년 상반기에 있었던 기본과정 3기는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번 심화과정 2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기대했던 정치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관심있었고, 이번 심화과정 2기에서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는 기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후위기와 직접행동' 주제의 경우 지원자가 미달하여,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다른 주제인 '불평등과 노동/복지'를 선택하였습니다. '불평등과 노동/복지 1조'였던 저희 모둠은 저의 제안으로 평택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한 책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건강상의 어려움에 대해 읽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 이러한 주제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논의 끝에, 프로젝트 결과물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평택시의 조례를 만드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헌법이나 법률도 찾아본 적 없었던 저는 비록 모의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하더라도 홀로 조례를 제정했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멘토분께서 잘 도와주셔서 큰 문제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의원의 경험으로 실제 여러 조례를 발의하시기도 했던 김혜련 멘토님께서 쌍용자동차 노동자 두 분을 섭외하셔서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었고, 조례도 전체적인 틀을 대부분 잡아주셔서 나머지 저희 조원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희 모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즐거운 과정이었지만, 다른 모둠의 프로젝트 과정을 구경하는 것은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산재 사고로 큰 논란이 되었던 SPC의 문제나, 여러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문제, 성별 임금격차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를 면밀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고, 각각 프레젠테이션, 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높은 퀄리티의 발표를 진행해 주신 다른 모둠의 발표를 보며 계속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주간의 정규 과정을 모두 마친 요즘은 졸업생분들과 동창회를 꾸려 수련회도 계획하는 중이고, 마음 맞는 분들과 유럽의 정치사상사를 학습하는 독서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후속 활동에 대한 재단의 지원 덕에 수련회와 학습모임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정치학교를 진행하며 프로젝트와 강연으로 배운 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학교를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맞는 동창생 분들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10주간의 정규 수업은 이제 모두 끝났지만, 이 정치학교에서 만난 마음 맞는 여러 동지들과 함께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더욱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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