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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6호) 특집[2] 6411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재단활동 2023. 03. 21





[특집]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6411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일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받아 발언 기회가 없었던 투명인간의 구체적인 현실을 알아나가는 것,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5월부터 매주 한 회씩 45회(3월 16일 현재)에 걸쳐 ‘6411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알려 나갔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로부터, 노동 현장으로부터, 매일 새벽 첫차를 타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시작하여 대화를 나누고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길 소망합니다. 2023년 제115회 3.8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그동안 ‘6411의 목소리’에서 담아낸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자신의 노동이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다는 공공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솔직히 일년도 못 버티고 나올 거라고 본다.”는 주변의 반응에 자신은 버티고 싶지 않다고, 소농을 기반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꼭 필요한 일, 사회가 규정한 일자리가 아니라 “마음에 내키는 일들을 찾아 해나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귀촌청년의 이야기를, “엄마가 아프고 난 이후 내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의 1순위는 엄마 돌봄이었다.”는 14년째 홀로 간병을 하고 있는 가족돌봄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강의실과 복도 청소, 층마다 있는 화장실 변기 청소뿐 아니라 “잔디밭 풀매기, 교수 사무실 이삿짐 운반, 외국인 교수 개인숙소”까지 청소해야 하는 대학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캐디들은 오래 못 간다”는 회사와 맞서 싸우고 있는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 분회 조합원의 이야기를, “노동조합이 결성된 판촉사원이나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무급휴직을 하면서 버텼지만, 입점업체 직원 대부분은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는 공항 입점업체 직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시급은 최저임금을 약간 넘어선 9500원이었고, 한달 100만원 남짓 손에 쥘 수 있었다.”는 택배 아르바이트 여성 노동자가 한달을 어떻게 사는지를, 2021년 12월 10일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호텔 앞 길바닥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지금 어떤 현실을 겪고 있는지 보아주세요.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인 재일동포 3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세요, 일주일 내내 스마트폰 알람을 켜놓아야 하는 방송작가의 노동의 강도를, “환기구도 없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청산가리, 질산, 황산 등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화공약품을 사용해 귀금속을 세공하는” 주얼리회사 여성 노동자의 작업 환경이 어떤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수 있게끔 합당한 임금과 노동환경이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물류센터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홈쇼핑 콜센터가 일반 믹서기라면, 플랫폼업체 콜센터는 초고속 블렌더였다”는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건강과 젊음을 바쳐가며 평생을 일했건만 왜 경제적 형편은 데뷔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지”를 고민하는 웹툰작가의 목소리와 “번역가는 무엇이 채 못된 존재도 아니고, 번역은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번역가는 번역가다.”라는 번역가의 외침을,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싶어도 현재 제도 안에서는 직업을 찾을 수가 없”는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직접 발달장애인의 직업생활을 돕는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를 만들게 된 여성의 편지를, 5년 전 이력서를 냈던 회사에 다시 이력서를 낼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 여성의 목소리를,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휠체어 생활자의 시선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고 “세금 내지 말라”는 어린 딸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한국와이퍼 해고예정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나 이 말 꼭 하고 싶어요. 나, ‘메이드 인 베트남’ 아니에요. 나는 ‘나’에요. 공짜로 돌릴 수 있는 기계 아니에요. 사고 싶은 게 있고, 먹고 싶은 게 있고, 가고 싶은 게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 친구들도 똑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부티탄화의 이야기를, “성매매 여성들의 꿈은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활동가의 이야기를, “회식에서 누가 저에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어요. 남자친구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있는 저는 긴장해서 ‘있다’고 대답해버렸다”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의 말을 곱씹어주세요. 쥐눈이콩, 넝쿨콩, 빨간울콩, 메주콩, 콩나물콩, 녹두 등 50년 동안 토종씨앗을 뿌리고 거두며 농사를 지으며 “그렇게 내려왔던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걸 젊은이들이 잘 이어가고 또 그다음 세대에 전해준다면 참 고마운 일이겄제.”라고 말하는 함양 여성 농민의 말이 씨앗이 되어 자라나길 바랍니다.


- 하명희 (소설가, <6411의 목소리> 편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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