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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6호) <월간 노회찬> 3월 강연자·참석자 후기 (부티탄화, 최영민)

재단활동 2023. 03. 21




 

강연자 강연 후기 부티탄화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


저는 2023년 3월 15일 노회찬재단에서 마련한 ‘우리도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그리고 사람입니다’ 강의에 참여하게 된 부티탄화입니다.

처음 강연 초청을 받고 많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만큼 내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까’, ‘혹시 내 표현이 오해를 사면 어떻게 할까’. 등등입니다. 사실 이 걱정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저에겐 늘 있는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나답게’ 살아보고자 나간 자리였고, 현장과 온라인에서 보내주신 질문은 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쉽게 질문해주셔서, 저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고, 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나고 조금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배려와 친절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골에 있는 아줌마를 서울에 불러주셔서 눈 호강도 하고, 말 할 수 있는 자리를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요. 그 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여, 여러분과 제 이야기를,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 강연영상 다시보기




참석자 후기 최영민


다문화, 문화공존 등에 관한 강연 의뢰를 받은 터에 ‘영감’을 얻고자 강연에 참석했다. 한국인으로 살기도 쉽지 않은 한국에서 이주민 그리고 여성으로 사는 고단함 보다는 그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혜와 온정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이웃으로 봐달라는 당연한 요청이 더욱 당당하게 들렸던 건, 조직을 만들고 자조(自助) 성격의 활동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강연에 나온 이주여성 중 한 사람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한국식으로 개명했고, 다른 사람은 모국 이름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어떤 이름을 몇 개 쓸지는 개인의 자유이나, 이들의 서로 다른 선택은 한국의 다문화라는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이주 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출신국 정체성을 잇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한국으로 이주했다고 해서 베트남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을 버려야 할까. 아니다. 새 정착지에서 한국민으로서 정체성도 쌓아가겠지만, 베트남인으로서 정체성 또한 함께 지닌 채 살아가며,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활동을 하는 건 지지와 지원을 받을 일이다. 

반면,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을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 부른다는 건 충격적이다. 그건 ‘김천댁’ ‘예산댁’처럼 마을에 새로 온 여성을 출신지명으로 부르던 옛 풍습으로 봐줄 수 없는 차별 의식이 짙은 호칭이다. 상품에 달린 원산지 표시 라벨처럼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모욕과 적대를 드러내는 노골적인 공격이다.

‘메이드 인 ~ ’ 식의 모멸적 호칭은 이주민만이 아니라 자녀들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행위다. 그런 호칭에 노출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정체성을 버리거나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여성이 한국식으로 개명하는 이유에 다문화가정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고려가 있는 건 이런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주민과 자녀를 일탈적 존재로 대하는 태도가 아직 준동하는 게 한국의 다문화인데, 노골적인 배척만 있는 건 아니다. “다문화 학생 70%, 수업 진행 버거운 교실.” 기사 제목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다문화’로 부르는 것에 익숙하다. 기존의 한국인 학생과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다문화 학교, 다문화 학급이 있는 것인데, 그 중 한쪽만을 끄집어 ‘다문화’로 부르는 건 미세공격이 될 수 있다. 

다문화는 이주민과 선주민으로서 한국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다. 학생의 상당수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인 학교에서 보내는 ‘알림장’ 등이 여전히 한국어로만 되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주민과 자녀들의 한국어 능력을 높이는 노력만이 아니라 부모들이 익숙한 언어로 소식을 전하는 배려가 병행될 때 어울림이 실현되는 다문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날’에 장미꽃을 받았을 때 마음을 전하는 말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존중받은 것에 대한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다문화, 이주여성 등 특별하게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소망과 기대를 지닌 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듯하다. 그런 마음은 보편적인 것이지만, 이주여성이기에 ‘노회찬 장미’가 더욱 붉게 느껴진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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