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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월간 노회찬> 2월 강연자/수강생 후기 (김시덕, 홍준호)

재단활동 2023. 04. 28





노회찬 재단 강연 후기
-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이번에 노회찬 재단에서 국제 정세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강연을 요청받아 찾아뵙게 되었다. 그간 여러 자리와 지면으로 이 안건에 대해 말씀을 드린 바 있었으나, 진보의 가치를 믿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기꺼이 요청에 응했다.

그간 나는 한국의 진보 진영이 국제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특정한 시각에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특정한 시각이란 "한민족"이라는 민족 집단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주관적이며 협소하게 세계를 해석하거나, 절대적 비무장주의로 세계 정세를 가치판단하는 등을 뜻한다.

그간 나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강연과 집필에 임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나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분들은 주로, 여러분들이 말하는 "보수" 진영측이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으며, 이러한 편중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보" 진영의 매체와도 협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 가운데 민족주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측과는 여전히 아무런 접점이 생기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적대적인 입장까지 종종 접하고는 한다. 한민족이라는 특정 민족 집단을 세계의 중심에 두는 대신 국제주의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려는 나의 입장이, 그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이해되지 않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집안보다 민족이 중요하고, 민족보다 국가가 중요하고, 국가보다 계급이 중요하고, 계급보다 개인이 중요하다. 나는 광복 후 한국의 상황을, 집안과 민족과 국가를 각기 최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집단들이 투쟁해온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삼자 투쟁 속에서, 계급을 중시하거나 개인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배척받아왔다.

내가 믿는 진보는 집안·민족·국가라는 가치관을 극복하고 계급을, 그리고 나아가 개인이라는 가치를 사회의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평소에 노회찬 선생을 존경해왔다. 그는 내가 믿는 진보의 가치에 가장 가까운 진보주의자였다.

나의 첫 답사책인 <<서울선언>>에서 그의 2010년 서울시장 출마 연설을 인용한 바 있는데, 나는 그가 현재 제1야당인 정당 및 그 심정적 지지자들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으면서도 끝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유지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그 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그가 여러 어려운 선택을, 내가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이 그 중 가장 안타깝다.

그의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이 모여 결성한 노회찬 재단에서 나의 평소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은,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진보진영이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국제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냉철한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 나의 강연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2월 월간 노회찬 강좌 참여 후기
- 홍준호(전 서울 구로구의원)


‘월간 노회찬’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직장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가급적 재단 주최행사는 시간을 내서 참석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2월 월간 노회찬 안내 문자를 받고 참여신청을 했습니다. 강사로 소개된 김시덕 박사는 어떤 분이신가 궁금하여 검색도 하고 동영상도 몇 개 시청했습니다. 최근 주로 도시 이야기를 강의했고 아주 힙한 강사이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족주의적 역사관에 도전을 준 강좌였습니다.
저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둘러싼 여러 군상들을 보면서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후 제3세계의 독립 과정을 고찰하며 진보적 민족주의의 역사관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좌는 근현대사의 민족주의적 역사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계급적·국제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것을 자극했습니다. 특히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강의는 결론적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낙관했습니다.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강사님은 한·미·일 집단안보체제가 현실적으로 유효하다고 합니다. 자주국방은 민족주의적 관념이며 이를 고집할 경우 한국의 미래는 부유함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남북통일’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예상합니다. 북한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공존하는 것이 우선이며 섣부른 자유왕래나 민족통일의 지향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정권의 자유왕래 허용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봅니다.

북·중·러와 한·미·일의 신냉전 질서는 강화되고 그에 따라 대만의 긴장과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전쟁으로까지 진전 될 지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며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세계의 재앙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의 전쟁위기는 대만에서는 가능성으로 존재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전혀 아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음 월간 노회찬을 기대하며
새로움을 만났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교양 강좌로 꾸며지는 월간 노회찬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후기를 쓸 기회를 주신 노회찬 재단 관계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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