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48호)] 노회찬을 모르는 세대가 말하는 '6411 투명노동자'

재단활동 2023. 05. 15




▲ 김형탁 사무총장(노회찬재단), 김진해 교수(경희대)



노회찬을 모르는 세대가 말하는 ‘6411 투명노동자’
이강준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



지난 3월 2일 경희대학교 청운관 B117호에 200명의 학생이 모였다. 경희대학교와 노회찬재단이 협력 운영하는 교양수업(2학점)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의 개강일이었다. 평어(반말) 수업으로 유명한 김진해 교수가 수업의 목표와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노회찬재단 김형탁 사무총장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노회찬을 아는 학생이 있나요?” 두 세 명의 학생이 쭈뼛쭈뼛 손을 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노회찬을 모르는 세대와 노회찬 정신을 나누는 순간이다.


후마니타스 특강 :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

후마니타스 특강은 매주 강사를 초청해 특강으로 운영하는데, 경희대 교양강좌 중에서도 매우 특색이 있는 대형강좌이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가 이번 학기에 복원하였는데,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이 공동 기획한 ‘6411의 목소리’를 주목한 경희대의 몇몇 선생님들과 의기투합했다. 선생님들은 대학 교과에 노동과 관련한 강좌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졸업 후 대부분 노동자가 될 학생들의 감각을 깨우는 일에 고민이 있었고, 재단은 청년세대가 모여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들과 함께 하는 정치교육을 모색하고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6411의 목소리’의 필자를 강사로 모셔서, 학생들의 고민과 현실 인식에 실질적,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얼개를 구성했다. 

초기 교과를 설계할 때부터 대형강좌의 제약, 즉 학생의 이해도 파악, 질문과 소통, 동료관계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교육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강사의 ‘6411의 목소리’ 기고문을 사전에 배포하고, 특강을 들은 후 온라인 플랫폼(sli.do)을 이용해 그날 수업을 통해 얻은 핵심 아이디어와 불명확한 아이디어를 매주 적도록 하였다. 그리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특강 중 하나를 선정하여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특강에 오신 분은 김도윤(타투유니온), 이현정(방송작가),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솔가(뮤지션유니온), 변규리(‘너에게 가는 길’ 감독), 강상구(노회찬재단), 이은자(퍼스트잡지원센터), 김정인(‘학교 가는 길’ 감독), 부티탄화(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한인정(‘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작가) 등이다.





▲ (시계방향) 부티탄화(이주민), 한인정(작가) / 이은자(영화 <학교가는 길> 주인공) / 이현정(방송작가) / 변규리(영화 <너에게 가는 길> 감독)



청년의 시선으로 본 6411 정신

현재 10주차까지 진행했는데, 매주 수업 후 학생들에게 받은 1분 보고서가 300쪽에 달하고, 1차 소감문이 180쪽에 이른다. 아래는 매주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1분 보고서의 일부이다.

# 6411의 목소리. 새벽부터 아무도 모르게 일을 나가는 노동자들이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재단의 목적성과 수업의 목적성을 고 노회찬 의원님의 연설과 더불어 인상 깊게 다가왔다. (1주차, 강○○, 의예과 22학번)

# ‘노동과 삶은 같은 의미다’라는 말을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저도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를 어떤 육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만을 생각했었는데, 그런 잘못된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끔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주차, 김○○, 정치외교학과 23학번)

# 아무도 걷지 않은 험한 길을 선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껏해야 흔한 발표 시간에도 먼저 손을 드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작가로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큰 언론사와 투쟁하는 일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오늘 수업에서 얻은 중요한 포인트는 투쟁과 투쟁의 원동력이 되는 용기와 대범함이 아닐까. (3주차, 김○○, 자율전공학부 20학번)

# ‘배달이 공공의 도로를 공장으로 만들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라이더들은 현실에서  배달을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상 속 라이더들만 보고 그들의 안전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달라이더들의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주차, 허○○, 의상학과 23학번)

#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다 평화롭게 전달할 수 있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를 듣고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노래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통해, 노래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 활동도 결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술노동으로 창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소비재같이 실체가 없다 보니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 참 난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5주차, 강○○, 경제학과 15학번)

# 성소수자의 부모에 관한 입장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마냥 반대하거나,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해 좌절하고, 그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만을 보다가 성소수자인 자녀를 위해 노력하고, 함께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도 있다는 사실에 성적으로 보수적이고 다수와 조금 다른 것을 숨기려고 하던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도 바뀌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6주차, 전○○, 행정학과 20학번)

# 노동자분들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정치활동의 시작이라는 말을 해 주셨는데, 그 말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통 정치라고 하면 정당들끼리 싸우기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한 고정관념을 조금 덜어내게 해 주셔서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지금 정치가 싸우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건 ‘잘못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된 싸움은 시민(국민)들끼리의 싸움으로도 커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7주차, 김○○, 회화과 23학번)

# ‘자선이 아니라 기회를 줘야 한다.’ 장애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선이 아니라 기회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된다. (9주차, 이○○, 주거환경학과 22학번)


# 오늘 처음 베트남어로 강의를 하셨을 때 낯설었다. 처음 한국에 오셨을 때 얼마나 힘드셨을지 공감이 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단순히 동정을 하고 도움을 줄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고 언어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10주차, 김○○, 회계세무학과, 22학번)


서로에게 기대어 보기를

처음 강좌를 개설할 당시에는 청년들이 6411 투명노동자들을 직접 대면하여 당사자의 언어를 통해 노동과 노동자의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강의를 오시는 분들도 청년들과 마주한 2시간은 그 준비부터 강의하는 순간과 그 이후까지 소중한 과정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6411 투명인간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과의 교감이 주는 건강한 긴장을 매주 확인하였다. 마가릿 휘틀러의 시 <서로에게 기대어 보기를>에는 ‘창조적인 해결책은 새로운 연결에서 나온다’는 구절이 나온다. 점, 선, 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색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 과정의 어디쯤엔가 노회찬재단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유하기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에 공유하기
트위터
카카오톡에 공유하기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