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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49호)] 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 수강생 후기 (황정민)

행사안내 2023. 06. 16





4주차 수강후기 - 황정민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기술가정 수업 시간 때였다. 수업 전, 여성가족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국어 선생님께서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한 차례 설파하고 난 바로 뒤였다. 기술가정 선생님 역시 여성가족부 존재 의의와 필요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강조하셨다. ‘페미니스트’가 뭔지 묻는 나에게 한 친구는 ‘여성 우월주의’라고 갈음했다.

대학에 입학한 첫 해 5월 17일, 강남역에서 여성 혐오 범죄가 일어났다. 이미 범행의 동기가 ‘여성이 싫어서’라고 직접 언급한 사건은 몇 차례 접한 적이 있었다. 그 다음 해인 2017년 전공 수업인 ‘문학비평이론’ 수업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건 사람을 잃고 얻는 일이었다. 잃을 인연이 두려워 치열하게 사유하지 못했다.

페미니스트를 지향하면서도 기본 과정인 이번 수업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페미니즘을 단순히 학문 혹은 이론으로만 생각했다. 몇몇 사안에 대해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했을 진 몰라도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나쁘게 말하면 필요할 때만 페미니즘을 동원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오래 전 사둔 책을 꺼낸다. 성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페미니즘을 넘어 사회현상을 파악하는 장치로서의 여성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앞 부분부터 나온다. 책을 산 지 오래지만 읽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어쩌면 나는 공부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페미니즘에 동의하고, 책을 사뒀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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