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50호)] 5주기 특집 - 노회찬 의원 5주기와 몇 가지 감정들
5주기 특집
노회찬 의원 5주기와 몇 가지 감정들
- 강상구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우와~이렇게 많이 왔어요?”
경북지역 <노회찬 5주기 추모제>가 열린 경북 경산의 까페 ‘윤슬’에 들어서자마자 제가 외친 소리입니다. 세련되게 꾸며진 까페와 은은하게 울리는 음악 속에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노회찬 대표 스타일에 맞게 즐겁고 재미있게 강연하겠다 마음먹고 갔었습니다. 그러나 앞 순서에서 초대 가수가 ‘광야에서’ 등을 목 놓아 부르고,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엄정애 운영위원님이 노회찬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으며 시종일관 훌쩍이는 바람에, 엄숙함을 즐거움으로 단숨에 바꾸는 쉽지 않은 임무 앞에 휘청거렸습니다. 특임이사한테 주어진 특수임무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긴장됐고, 행복했습니다.
광주 행사에서는 ‘노회찬의 말하기’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야말로 시민들이 군데군데 계셔서 좀 놀랐습니다.
“현수막 70개 걸었어요.”
문정은 운영위원이 그 비결을 알려주셨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을 재료로 하는 강의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인이 쌓았던 위트의 어깨에 올라 신나게 강의했습니다. 연령이 좀 있을 법한 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떨렸고, 즐거웠습니다.
추모 전시회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에서 손님을 맞으면서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조용히 관람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굳이 말을 걸고, 전시회를 안내했습니다. “얼리어답터셔서 다양한 첨단 장비를 많이 사용하셨습니다.” “오카리나 연주도 하셨습니다. 첼로 연주와 쌍벽을 이룹니다.” “노회찬 의원이 직접 쓰셨거나, 노회찬 의원님과 관련 있는 책입니다. ‘노회찬의 말하기’가 특히 좋습니다.” 2층에 전시되었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의 특기사항에 ‘정의감이 투철하며 비판력이 강하나 무력행사가 많음’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알려드리면 관람객들이 특히 좋아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진지해졌고, 한편으로는 신이 났습니다.
온라인 추모전시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만난 투명인간을 정리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한 노회찬의 삶을 다각도에서 살펴봤습니다. 6411버스를 탔던 2010년 어느 날, 그 전부터 그 후까지 노회찬 의원은 언제나 노동자와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투명인간의 시선으로 ‘상식’의 허점을 짚은 사례들을 정리하며 뒤늦게 탄복했습니다. 정치 밖의 사람들을 정치 안으로 불러내는 섬세함을 다시 확인했고, 소수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엔 컴퓨터 앞에서 박수를 보냈습니다. 감탄했고, 탄식했습니다.
긴장과 행복, 떨림과 즐거움, 진지함과 신남, 감탄과 탄식 속에서 5주기를 보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경험했던 다채로운 감정들.
저뿐 아니라 5주기를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이 느꼈을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노회찬 의원은 과거에도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감정들을 선물해주셨습니다.
5주기 행사가 잘 끝났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 수면 아래 백조의 다리가 되셨던 모든 분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