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52호)] 이슈특강 해열제 2회 수강후기 (김무진)
‘묻지마’, 아니 묻자 - 김무진
담장 너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가끔 혹은 자주 담장 넘어 들려오는 비명과 신음들로 더욱 높은 담장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어느 날. 너무 늦은 나이에 담장 밖으로 나왔다. 담장 밖 거리는 당혹스럽고 처참히 무너져 가는 피해자들이 겹겹이 시간의 축을 따라 그렇게 그 자리에서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들은 물었다. 그 물음에 이제 다시 그 높은 담장 안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 말 자체가 범죄인 듯 외면했다. 놀랍게도 거의 매일 잔혹한 이야기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폭력적으로 공급된다. 무책임하게 뒤섞여 오염된 언어들과 자극적으로 편집된 이미지들이 뇌리를 물들인다. 이미 오감은 망가져 반응하지 못하고 해소되지 못한 피로와 공포가 전신을 과열시킨다. 극단적 외면만이 답이라고 소리쳐보지만 그 답은 오답이라고 가슴속에 말하는 그가 있다.
‘묻지마’ 범죄. 그 것은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무차별한 공격을 가하는 범죄자들 그리고 그 들과 같은 선상에서 ‘묻지마’를 외치며 책임을 내동이치는 나쁜 법기술자들과 나쁜 권력자들이 있다. 그리고 피해자다움에 대한 물음만을 들으며 시간의 틀에 포획된 피해자는 늘 법정 밖에 내동댕이 처져있다.
사회적 시스템들이 붕괴되어 간다. 아니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의 붕괴조차도 허상인가. 숨 막히게 과열된 이 하루를 해열하기 위해 이미 고장난 뇌리라도 잘 고쳐가며 외면하지 말고 걸어가 시스템을 작동시킬 그 버튼을 누르자. 서로에게 선풍기가 되어 잠시 해열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침내 시스템을 작동 시키고 멈추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이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