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노회찬재단 2023년도 쉼지원사업 결과보고 (일하는학교)
* 노회찬재단 2023 쉼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일하는학교’에서 쉼워크숍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에세이 형식의 후기를 아래와 같이 전해드립니다.
낚시하고, 배불리 먹고, 실컷 떠들고
- 이정현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상임이사)
일하는학교가 설립 11년째가 되면서 임원단이 새로 구성되었다. 이사회와 젊은 상근활동가 선생님들이 충분히 소통하고 관계형성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일하는학교가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에 대한 방향성 논의도 필요해서 워크샵 추진을 추진했다. 어려운 재정상황이 고민이었는데, 때마침 노회찬재단의 지원을 받아 넉넉한 마음으로 강원도 고성으로 임직원 워크샵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임직원 워크샵을 가자고 하고 날짜와 장소까지 정하기는 했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 다들 무척 바쁜 사람들인데 시간 이틀씩 빼도록 해서 동해안 끝 고성에 사람을 모았더니 ‘그렇게 멀리 까지 가야하냐’, ‘가까운 곳에서 회의만 하고 끝내면 안되냐’ 는 말들도 많았다. 관계형성과 쉼을 위한 워크샵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을 멀리까지 불렀으니 의미있는 대화나 논의도 어느정도 이루어져야 할텐데 짧은 시간에 얼마나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고성 바닷가에 도착하면서 걱정이 조금 덜어졌다. 처음에는 뭘하고 놀아야하지 고민을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해안가 편의점에서 구입한 즉석 낚시대로 물고기를 잡고 몇몇 사람들은 낚시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바닷가의 바람을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작고 조잡한 낚싯대로 정말 고기가 몇마리 잡혀 다들 놀라워했다.
늦게 출발했던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
카페로 이동해 ‘내가 꿈꾸는 일하는학교의 10년’이라는 주제로 자유대화를 했다. 평소 제한된 시간과 주제의 회의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각자의 고민과 제안들이 표현되었다. 지속가능한 상근활동가, 조합원 참여의날, 일하는학교 연구소 등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대화를 나눴다.
평점이 가장 높은 횟집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 노회찬재단의 지원금이 아니라면 부담스러워서 도전하지 못했을 음식들을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전까지 얼굴과 이름만 겨우 알던 임직원들이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먹을거리를 잔뜩사서 숙소로 자리를 옮겨 대화가 이어졌다. 평소 일하면서 어렵고 고민되었던 이야기들을 상근활동가 선생님들이 풀어냈다. 어떻게 하면 지치지않고 지금 하는 일을 이어갈 수 있을까. 활동가의 쉼과 재충전, 동기부여, 미래전망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평소 표현하지 않았던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고 일하는학교 공동체에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튿날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중에 아주 예쁘게 지어진 해안가 카페에 들렀다. 루프탑에 올라가면 아무 장애물없이 탁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적당히 하얀 구름이 있는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다바람과 함께 각자 수면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이 시간이 이어지면 좋겠다. 다시 답답한 도시의 하늘로 돌아가야 하다니.
일하는학교 동해안캠퍼스를 만들어서 자주 쉬러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성남으로 돌아왔다.
낯선 공간, 바다와 자연의 힘을 빌어 더 가까이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