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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54호)] 노회찬비전포럼 송년세미나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 : 개념화, 제도화, 정책담론화 과제> 열려

재단활동 2024. 01. 05





노회찬비전포럼 송년세미나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 : 개념화, 제도화, 정책담론화 과제> 열려


- 박창규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


고(故) 노회찬의원은 평소 ‘저녁이 있는 삶’ 뿐만 아니라 “아침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는 사람들, 출근을 해서 힘겨운 노동환경을 맞닥뜨릴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표현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침이 있는 삶’을 위해 “강한 노동에 기반 한 선진복지국가”를 실현하고자 했다.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 고임금 노동과 저임금 노동, 고수익 자영업과 영세 자영업으로 표현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경제 불평등 심화가 한국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에 고(故) 노회찬의원의 “강한 노동에 기반 한 선진복지국가”의 꿈은 여전히 우리들의 꿈일 수밖에 없다.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20년 이상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규직화를 외쳤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반면에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형태가 등장했다.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의한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한 일자리 보호와 창출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자영업 노동도 노동법의 틀 안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을 통해 노동자의 시간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렇듯 노동을 둘러싼 미래지향적 논의는 복잡다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길을 잃지 않고 노동의 본래적 의미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모색하기 위해 복잡다단한 노동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서 그러한 모색의 길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회찬재단은 지난 7월 <고(故) 노회찬의원 5주기 추모 심포지움>을 통해 「국제노동기구(ILO) 헌장」에 담긴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에 관해 논의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박제성 노회찬비전포럼 위원(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에 대해 “사회정의는 부를 만드는 과정(what I make)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what I am)을 형성·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 노동 속에서 인격을 벼릴 수 있는 자유를 함축한다. 정의로운 사회질서, 혹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는 모든 인간에게 이러한 자유와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모든 사람은 한 사회의 전체 노동력을 구성하는 지위 또는 자격을 갖는다는 의미”로써 “직업적 인격” 개념과 “권리의 적립과 분할 사용이 가능한 충전식 권리이며, 노동자의 ‘직업적 인격’을 따라 다니는 휴대용 권리”로써 “사회적 인출권” 개념을 소개했다. 박제성 위원은 “직업적 인격과 사회적 인출권 개념은 고용 또는 일자리의 변동이나 재배치, 나아가 좀 더 일반적으로 노동의 전환이 요구되는 모든 국면에서, ... 노동자들이 각자의 지향과 의지와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7일 열린 <노회찬비전포럼 송년세미나>는 어떻게 하면 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고 정책담론화할 수 있는가?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한 자리였다. 물론 한 번의 논의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의 실현을 위한 개념화, 제도화, 정책담론화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였다.

이날 세미나는 박창규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박제성 노회찬비전포럼 위원(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표와 김호규 전 금속노조 위원장, 김은희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소장,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박제성 위원은 “20세기 산업주의 복지국가는 노동의 상품화에 따른 부작용을 중화하고, 이른바 ‘노동의 탈상품화’를 실현하고자 하였지만, 노동문제를 노동의 거래조건(임금과 시간의 교환비율로 상징되는)에 관한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노동을 고용(임금노동)으로 축소하는 한계를 초래”하였고 “이에 더하여,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은 고용에 기반 한 보호양식의 또 다른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구한계를 넘어서는 기후생태위기는 기존 생산양식의 한계로 다가오고 있다.”고 노동문제를 진단했다. 이어서 “21세기 생태적 사회국가의 전망은 고용(임금노동)을 넘어, 탈노동이 아니라, ‘노동’의 복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노동의 목적(내용, 방향)에 대한 관할권을 노동자에게 되돌려주기, 노동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기업을 어떻게 관리/경영할 것인가? 이 질문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박제성 위원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의 실현을 위한 현 단계의 제도와 정책으로 ▲‘사회적 인출권’ 사례로서 프랑스의 ‘개인활동계좌’(CPA) 제도와 독일의 ‘개인노동자계좌’ 제도 ▲비임금노동자(자영업자)의 노동자성 인정 ▲노동시간 단축(주4일제, 재택근무, 근거리노동, 접속차단권) ▲생태적 위험경보권·작업중지권 ▲생태적 단체행동권 ▲대기업의 생태적 책임 ▲노동자 작업중지권 등을 제안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김은희 소장은 “기존의 복지국가도 사실 성장체제 안에서 작동”했는데 “이제 그런 시스템이 작동 가능하지 않고 다른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서 ‘탈성장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노동과 복지라고 하는 것과 삶이라고 하는 것을 이렇게 영역을 나누어 얘기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고, 그런 면에서 보면 삶의 총체성에 대해서 에코페미니스트들이 얘기했던 ‘자급노동 자급생산’, 이런 창조의 텍스트를 좀 더 많이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고 토론했다. 이어서 “‘탈 노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임금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탈 노동’이라고 많이 정의한다.”며 “이제 여성도 하고 남성도 하는 방식의 ‘자급적인 삶’을 늘리는 것이 새로운 노동 체제에 대한 패러다임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노동의 복원이라고 하는 개념에서 여전히 임금 노동 중심성을 놓지 않고 간다라고 하는 강고함이 느껴졌다.”고 제기했다. 그리고 “노동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개념을 확대해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를테면 전업 가사 돌봄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포함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을 풀고 가지 않으면 대안적인 노동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김호규 전 위원장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에서 제도도 중요하고 정책도 중요하지만 현장 활동가들 조직이 중심을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그러한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씨앗”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표자께서 이야기한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의 단초는 노동 해방을 꿈꿔야 실현 가능한 문제”라며 “자신이 땀 흘리는 목적이 뭐고 내가 꿈꾸는 전망이 뭔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기 운동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토론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에 관련해서 한 측면에서는 임금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게 노동하고 평등하게 누리는 협동사회를 실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꿈을 함께 꿈꿀 수 있는 동지들을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김진석 교수는 “20세기 산업주의 복지국가, 혹은 역사적 복지국가를 ‘특정한 생산양식과 특정한 보호양식의 결합을 통해’ 노동과 임금의 교환(노동의 상품화)으로 구성되는 분배체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였다고는 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역사적 복지국가의 시도가 노동의 탈상품화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역사적 복지국가는 오히려 1차적으로 완전고용(상품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전제 아래 분배체계의 문제를 보완하고 노동자와 인간의 존엄함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토론했다. 그리고 발표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제안에 대해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자영업), 생산노동과 돌봄노동, 지불노동과 부불노동을 포괄하는 보호양식의 구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주장”이며, “노동행위 자체가 유동적으로 이루어지고 고용상의 지위와 고용의 유형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사회적 인출권의 개념과 같이 자영업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노동간 선택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과 사각지대의 문제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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