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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56호)] 월간 노회찬 1월-김준홍 수강후기 (노호태)

재단활동 2024. 02. 29





참석자 노호태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저녁, 노회찬 재단을 찾았다. 월마다 진행되는 연사를 모신 강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노회찬 정치학교 1기 수강생으로 자주 찾았던 재단의 공간을 몇 년이 흐르고 새로운 이벤트로 찾은 날이었다. 강연 내용에 대한 기대보단 재단이 어떤 이야기를 사회에 던지고 싶어 하는지와 강연의 형식이 더 궁금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환경과 어떤 질문을 공론해야 하는지 관심이 무척 많은 나로써는 아무래도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점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과학자이자 인류학자는 지금 시대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정답은 우린 더 이타적일 수 있고 그래야만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솔직히 너무 많이 말로 반복되 고 있는 답이라고 느꼈다. 단순히 많이 말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린 더 이타적이어 야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더 이타적일 수 있는 장(강연자는 게임 이론을 자주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 게임을 직접 고안해 펼친다면?)을 만든다던가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다던가 갖고 있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일침을 한다던가, 난 조금 더 참신한 것을 기대했다. 

세대 간 소통의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평생을 가져온 문제이다. 세대 간 소통이 가능한 영역인지도 지금은 모르겠다. 학자는 학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메시지와 일치시키려는 노력보단 사회를 탐구하고 연구 결과를 창출한다. 교수라면 자신의 지식을 다음 세대에 직접 전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세상엔 연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자신의 삶과 일치시키거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한국은 이게 더 귀하다고 느낀다. 허레 허식과 '척'하는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우린 어릴 적부터 중요한 문제를 미루는 교육을 받아왔다.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 당연한 게 없다는 태도를 갖고 질문하는 것, 개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인간은 사회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등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무척 많은 데 우린 머리가 다 크고 나서야 어렴풋이 연사들을, 고대 철학자들의 정돈된 말을 유튜브를 통해 들을 뿐이다. 

얼마전 TED 조직을 운영하는 이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TED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 영향력이 큰 강연 조직일텐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영향력을 펼친다(비영리 기관이지만). 이런 TED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강연이라는 형식의 한계도 드러난다. 그리고 너무 서구 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버릴 수가 없다. 우린 언제까지 진짜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권위 있는 전문가의 '말'만 앉아서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환경에 익숙해져야 할까. 그리고 왜 대중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메시지는 덜 날카로워질까. 이제 모두에게 '좋은 강연'은 없는 시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린 영향력과 더 중요하게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해서 각 지역에서 또 각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 로 지식 공동체가 만들어지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엄청나게 거대한 담론이지만 서울 공덕동에서 열리는 작은 강연과 전세계에서 열리는 TED 강연을 보고 충분히 할 수도 있는 생각이다. 국내 세바시도 조금 뻔한 질문을 던지는 것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있다. 


적다 보니 정작 강연에 대한 후기는 아닌 듯하다. 내가 학계라던가 강연 시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아니다. 학자가 학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야 마땅하고 강연 단체도 있어야 한다. 기성 세대의 학자들이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는 것 정도를 말하고 싶고 나아가서는 세대를 관통하는 다정함의 이론이나 이타심에 대한 메시지가 관념에만 머물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 우리 모두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기존의 무엇을 우선적으로 바꿔야 하며 지금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임을 함께 만들자 는 것이다. 

사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함께 강연을 보러가 준 귀한 친구는 51%의 기적을 믿는다고 했다. 모두가 믿지 않아도 51%가 믿는 순간 패러다임의 변화는 시작된다고. 노회찬재단 의 강연은 분명 51%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더 멀리 알리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이런 강연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만족스러운 강연이겠다. 

But we need something more. And you know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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