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소식지(2호) 우리에게도 이런 정치인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바로 그 분

재단활동 2019. 06. 28

내가 후원회원이 된 이유 말로 (재즈 가수)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보수는 보수의 욕심을, 진보는 진보의 과격함을 무기로 서로 시끌벅적한 정치판 속에서간혹 들리는 이름들에 몇 번 주목했던 적이 있었더랬다.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면서, 통로가 없고 언어도 없어 가슴을 치고 있는 그들의 속을 시원히 뚫어놓는 그 분이 티비 토론에라도  나올라치면 뒤늦게라도 모니터 앞에 앉았다. 
 

2010년, 나는 우리 옛노래들을 몇 곡 모아 재즈로 편곡한 앨범 ‘동백아가씨’ 를 만들었고, 10월 즈음에 발매 기념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익히 알던 노래들이 재즈로 재해석되어 불려지던 그 공연장에 와주신 많은 관객들을 만나뵈러 공연 후에 간단한 사인회를 마련했던 차였다.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 너머로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마음이 순간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노회찬 의원님이 그 줄 끝에 서 계셨다. 그 줄 맨 끝에서, 수줍고 반가운 미소를 띠며 사인을 기다리고 계셨다. 공연을 보고 싶어 표를 사 두었으나, 급한 의정활동과 시간이 겹쳐 버렸다 하셨다. 일이 끝나자마자 돌아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순서를 기다리신 모양이었다. 그 한 순간이 노회찬 의원의 모든 것을 대신 말해주었다. 예술과 문화를 대하는 그 태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어떤 특권도 과시하지 않는 겸손한 줄서기. 직접 구입하신 음반에 사인을 받고 돌아서려는 그 분께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 주십사 용기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팟캐스트 서비스가 대중화 되면서 노회찬 의원이 출연하는 것은 빼놓지 않고 들었던 것 같다. 그 방송 안에서 노회찬 의원은 언제까지나 부드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이고 다정하셨다. 정치의 세계는 여전히 멀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재미난 이야기 속에는 그의 가슴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있었고, 나는 어느새 그를, 그의 모든 것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선택 앞에서 나는 잠깐 절망했다. 그 분의 장례식장에 모여 그리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길고 긴 줄 속에서, 나도 가만히 내 슬픔을 기다려 의원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정치인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바로 그 분, 정치인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시고 간 노회찬 의원님. 이제, 해마다 여성의 날이면 보내 주시던  장미꽃이 사회적 약자들과 문화를 존중하며 평등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 앞에도 놓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회찬 재단의 후원회원이 되었다. 그 마음들이 하나 둘씩 꽃피어 새벽에도 밤에도 구석구석 향기롭게 퍼져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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