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6주기 여는 글 (김형탁 사무총장)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 길을 만들 것입니다.”
6주기 추모주간에 내거는 말의 주제는 “길”입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에서 뽑아 제시된 안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회원이 선택하였습니다. 6주기 추모주간을 열면서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사람이 맞이하는 새로움은 두려움과 함께 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새로움은 피어나지 못합니다. 길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은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길을 만들겠다는 강한 바람이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노회찬 의원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진보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어느 대화 자리에서 그는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을 때 창당만으로도 자신의 인생 목표의 반이 실현되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기쁨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옛길을 거슬러 걷기보다는 새길을 찾는 임무가 주어져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사실 편한 길, 험한 길은 쉽게 알아차려도, 좋은 길, 나쁜 길은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앞만 보고 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길을 찾을 때는 좌표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함께 공유하는 좌표, 노회찬이 있다는 것이 마음 든든하게 합니다.
임연당(臨淵堂) 이양연(李亮淵)이 남긴 시가 있습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내가 딛는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우리는 발자국을 남겨 길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길이 어지럽지 않아야겠습니다.
우리의 길이 직선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6411번 버스를 함께 탄 길동무들이 만드는 길이라면.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