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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61호)] 경희대 후마니타스 특강 : 6411의 목소리와 노동존중 사회

재단활동 2024. 08. 05




경희대 후마니타스 특강 : 6411의 목소리와 노동존중 사회

- 이강준 (사업기획실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희대학교와 노회찬재단이 협력 운영하는 교양수업(2학점)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를 진행했습니다. 모두 215명의 경희대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고, 매주 ‘6411의 목소리’의 필자를 강사로 모셨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이미영(여성 대리기사), 이다현(귀촌청년), 이혜영(제주해녀/구술자), 최재경(유튜브 크리에이터), 김미숙(산재), 오주연(출판), 섹 알 마문(이주노동), 최우영(마루노동), 황시운(장애인), 김아롱(가족돌봄 청년), 최샘이(공연기획자), 김경운(간호사) 등 총 12분이 오셨습니다.
6411의 목소리 기사모음


청년이 마주한 6411의 목소리

지난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사전에 ‘6411의 목소리’ 기고문을 배포하고, 매주 특강을 들은 후 온라인 플랫폼(sli.do)을 이용해 그날 수업을 통해 얻은 핵심 아이디어와 불명확한 아이디어를 매주 적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특강 선생님에게 전달하여 강사자의 의견을 받아 다시 학생들에게 회람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사전-강의-사후 각 강의주제에 대해 적어도 세 번에 걸쳐 고민하는 시간을 갖은 셈입니다. 그리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강연 주제를 하나 선정하여 소감문을 작성하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은 매주 수업 후 학생들에게 받은 1분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 대리기사를 ‘밤의 유령’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눈에 띄진 않지만 삶을 위해 어딘가에서 발버둥 치는 여러 유령들이 느낄 외로움에 공감이 되기도 위로를 전하고 싶기도 했다. 사연으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복은 ‘연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외로움이라는 옷을 입은 유령들에게 함께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는 행동은 참 가치 있는 것 같다.

# 해녀의 삶을 제주 방언으로 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생생하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논문과 여러 매체들을 찾아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백화 현상에 대해서는 처음 접해보기에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크게 경각심을 가진 것이 비교적 최근이나, 그 과정에서 해녀들은 ‘바다가 황폐화되어 가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의 사고들에 대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봐왔습니다. 오늘 산업재해와 투쟁에 대해 수업을 들었는데, 현재 나아지고 있는 환경조차 ‘과거 누군가의 희생을 통한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시대에 아직도’라는 생각이 들법한 열악한 환경에 대해 들었습니다. 힘듦을 겪고도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활동도 멋있습니다.

# 고용허가제가 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이주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의 손실을 막는 방향으로 제도가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 마루시공 노동자의 현실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거의 사람 대접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화장실도 없을 때도 있어서 구석에서 해결하는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한데 회사에서는 오히려 입막음시키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퇴직공제금은 법적으로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것인데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 한탄하게 만듭니다. 앞으로 마루시공 관련해서 관심을 기울이며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퇴직공제금을 정확히 받고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을 때까지 지지하겠습니다. 그들에게도 제대로 된 휴식과 임금이 부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도로 사이의 작은 턱과 틈들이 장애인분들께는 마치 큰 장벽처럼 느껴졌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고, 이 모든 환경들이 거리에서 장애인들이 적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단기간에 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꾸준히 외부 환경을 주의 깊게 살피며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강연을 들으며 두 발로 가고 싶은 곳들을 큰 제약없이 누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고 싶은 청년 시기에 돌봄청년으로 살아가는 삶은 수많은 고민과 내적 갈등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시는 모습이 씩씩하면서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돌봄은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있지만, 가려진 돌봄도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활동지원사와 가족돌봄 청년의 처우가 하루빨리 개선되어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6411의 목소리가 마주한 청년

지난해에는 청년 세대에게 노동의 의미와 노동자의 삶을 나누는 교육에 방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특강에 오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노동의 의미를 반추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또한 강연을 녹화하고, 강연록을 프레시안에 연재하여 시민들과 공유하였습니다. 
프레시안 강연록 연재 보기


다음은 학생들의 1분 보고서를 받아 본 강사자가 학생들에게 답변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 우리 스스로 우리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카부기 공제회라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활동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불공정한 대리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리운전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 강의 후에 보내주신 1분 보고서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귀촌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도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도 나름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헤매는 중인데요, 주신 의견들을 잘 담아 지역살이 동력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 거대한 흐름을 끌고 가는 것은 자본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과 대안은 시민운동으로, 학문으로, 정치로, 또 다양한 분야에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중요한 역할이며, 문명과 지구에 대한 고민을 가진 전문가가 더 많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사라지는 것 옆에 있는 것입니다. 그 곁에서 듣고 보고 온기를 나누며 기록하는 것입니다.

#  강의 현장에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왔는데, 좋은 평가와 질문을 남겨 주셔서 다시 한번 용기를 얻고 기분 좋은 부담을 느낍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잘 파악해주시고, 자신의 삶에서 일이란 무엇일지 의미를 곱씹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

우리 사회는 침묵을 강요당해 배제당하고 소외당한 6411 투명인간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마니타스 특강을 통해 노동자와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교학상장(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함)의 순간을 매주 확인하였습니다. 아이슈타인은 “내게 만약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를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데 나머지 5분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복잡다기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기 이전에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그 사회 문제로부터 고통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색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노회찬재단이 그 여정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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