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61호)] 6주기 후기 (특별강연) 우리는 왜, 6411을 국회로 보내려 했을까?
우리는 왜, 6411을 국회로 보내려 했을까?
- 문종찬(노회찬재단 이사, 풀빵 운영위원장)
2014년 영국 런던의 한 대학에서 열다섯 명의 수학자를 대상으로 예순 가지 수식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뇌를 MRI로 촬영하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특정 수식을 볼 때, 우리가 아름다운 미술작품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전두엽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현상과 같은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수학자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그 특정한 수식은 바로 오일러의 공식이었다. 내가 봤다면 어땠을까?
2012년 노회찬 의원은 6411번 노선버스 첫차를 타는 이들을 호명했다. 그들은 그전에도 있었고 수많은 이들과 마주했을 터인데, 그해 10월의 어느 날에 비로소 사회와 정치가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2024년 7월 17일. 대한민국 76주년 제헌절이자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때, 故 노회찬 의원이 호명했던 그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모였다. 2022년 5월부터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가 함께 기획해서 매주 연재했으니 어림잡아도 백 명이 넘는 이들의 이야기가 끈질기게 우리 옷소매를 잡아챘다. 그도 모자라서였을까, 웃음 띤 낯으로 받아 들 수만은 없는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는 제목을 달고 책이 되었다. 그 책 속의 주인공이-아바타나 피규어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이 그 책을 들고 국회에 들어섰다. 불과 백일도 지나지 않았을 4월 어느 날에 이들에게도 분명 표를 호소했고,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대한민국 입법기관 국회의원에게 그 책을 전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많은 사람에게 오일러의 공식은 아무 의미 없는 기호에 불과하겠지. 대한민국 국민에게 꼼꼼히 표를 호소했던 국회의원에게 이들의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아니 높은 사람 탓하지 말자, 우리에게 오일러의 등식과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차이가 있을까? 익히면 보이고, 보이면 감수성이 열리고, 그러면 토론이 가능해지고 해결책이 생기리라 믿는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우리는 학교에서 오일러의 공식을 배운 적은 있어도 6411 투명 인간에 관해서 배운 적은 없다. 게다가 이 사회는 6411 투명 인간을 무능한 개인의 문제로 선동한다. 그러니 ‘이만하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더 많은 이들이 알고 회자하여야 한다. 그것이 6411이 국회로 간 까닭이다.
거기에 더해 또 하나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 조직하는 정치가 되어야 하기에 국회로 가야 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갖는다. …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하지만 그 법률체계에도 들지 못하는 그래서 노동권은 제외한 시민권이라는 해괴망측한 제도와 행정을 고치는 것이 어디 말로만 되겠는가? 조직하지 않은 정치는 청원에 멈춘다. 오일러의 공식은 ‘등호(=)’로 논리적 설명이자 증명이자 결론에 도달한다. 6411 투명 인간의 호명 그리고 “=” 다음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