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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62호)] 쉼지원 사업(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 후기 - 이번 MT의 컨셉은 ‘푹! 쉬자’

재단활동 2024. 09. 13



* 노회찬재단 2024 쉼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 활동가들의 쉼프로젝트 성공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번 MT의 컨셉은 ‘푹! 쉬자’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의 시작은 2010년이었습니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다섯 단체는 한데 모여 반빈곤운동의 거점을 만들고, 홈리스야학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순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만나 회의하고 집회하던 사이라지만 회의실과 화장실과 부엌을 공유하며 하루하루 겹쳐 사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니까요. 점심밥은 빈곤사회연대가, 저녁밥은 홈리스행동이 차려먹는 일상부터, 아랫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 14년 사이 두 번 있었던 이사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랫마을에 있는 단체들은 하나같이 바쁩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이나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추모제, 봄과 가을에 개강하는 야학과 같은 일을 꾸려나가는데 더해 매일같이 새롭게 터지는 문제에도 엉겨들어야 하니까요. 바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함께 노는 일이 적어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엠티도 가고, 술도 한잔씩 했는데 이제 밥 먹을 때만 보는 사이가 되다니, 이것이 정말 식구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꼭 한번 같이 놀고 싶었습니다. 노회찬 재단의 쉼지원 프로젝트는 세상 바쁜 이 사람들에게 시간 내달라 말하기 좋은 구실이었습니다.

이번 엠티의 컨셉은 ‘푹 쉬자’였습니다. 매일 밥하는 우리, 이날은 손에 물 좀 덜 묻혀보자, 프로그램 짜는 게 일상인 사람들이니 일정 좀 덜 잡자. ‘푹 쉬자’는 기조 아래 은밀한 취향조사를 거듭한 결과 모두 원하는 프로그램은 세 가지, 숲 산책과 바다낚시, 물놀이로 정해졌습니다. 목적지는 고성, 남한의 북쪽 끝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별다른 일을 하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서로 했건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간식 많은 회의장에 가면 나오는 길에 꼭 두어 개는 주머니에 챙겨 나오는 반‘빈곤’활동가들의 관성인지, 여행지에서도 수렵채집의 근성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고성 바다에 널린 조개와 보말을 잔뜩 주어 칼국수도 끓여먹고 전도 부쳐 먹었습니다. 보말이 가득 들어간 부추전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이번 엠티의 성과는 대화를 많이 했다는 점인 것 같은데요. <감정카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카드로 고르고, 카드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에게서 닮고 싶은 점을 말하고, 놀라운 점을 칭찬하고, 앞으로 어떤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는 일은 예상보다 많이 민망하고 기대보다 훨씬 행복했습니다. 매일 밥을 먹으면서 서로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으니까요. 저 역시 제가 아랫마을 활동가들에게 어떤 인상과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동료들이 생각하는 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더군요. 아랫마을 활동가들에게 더 좋은 동료가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쌓는다면, 우리의 운동도 더 기대할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쩌면 좋은 활동가가 되는 것은 좋은 친구가 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가족 돌봄이나 컨디션 때문에 세 명의 활동가가 갑자기 참여하지 못했는데요. 다음에는 꼭 함께 갈 것을 약속하며 이번 엠티의 결과로 차기 ‘아랫마을 엠티조직 위원회’를 남겼습니다. 다음 엠티에서는 ‘완전체’가 되어 함께 놀 꿈을 꿉니다.

하염없이 모래를 헤집고 물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쉴 기회를 지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기억을 마음에 액자처럼 걸어놓고, 빈곤없는 세상을 향한 일상을 또 살아보겠습니다. 아랫마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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