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63호)]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 8기 수강후기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 개강 이후
연령도 직업도, 가장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여
더욱 뜻깊었던 이번 8기.
후기를 통해 그 소중했던 배움의 흔적을 나눕니다.
약자들을 위한 말을 배우고 느껴보고 싶었다.
- 권오륜 님
노회찬 의원님의 어록들을 영상 혹은 글로 마주하다 보면, 어떻게 저런 단단한 생각들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그런 멋진 표현으로, 알맞고 때로는 유쾌한 비유와 함께 세상을 웃게 하는지... 놀라웠다. 완전히 닿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 사회에서 활동하게 될 때, 그런 약자들을 위한 말을 배우고 느껴보고 싶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쉽고 명료하게 들리는 말들을 위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 필요한지, 그렇다면 노회찬 의원님은 그 말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를 겪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을 듣게 하기 위한 말의 구조, 표현 방식, 우리가 일상 속에서 세심히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들까지, 그 과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한지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것을 비교하며, 내가 쓴 글과 말해왔던 것의 문제가 정말 자세히 보였다. 집을 짓는 와중 다시 들어내고 바닥공사부터 다시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끝의 결과물을 마주하니, 내가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일상에서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조금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하고 아쉬워하다가, 이제라도 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질 만큼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말하고 쓰면서, 그리고 앞으로의 일상을 마주하면서, 사건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할 방법을 알려주신 노회찬 의원님 그리고 노회찬 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친절하게 말하는데 재미있고 통쾌한가?
- 조용경 님
노회찬의 말하기는 ‘우리의 언어를 사용해서 소통한다.’는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본을 알려준다. 정치가들이 흔히 쓰는, 어렵거나 고압적이거나 선동적이지 않은데 -평범한 우리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쉽게 이해가 되는 말을 한다. 그런데 바로 알아듣고, 마음에 남고 음미하게 된다. 또한 그의 말은 행동과 다르지 않다. 마지막까지도 그랬다. 그것이 비록 그 목숨보다 중요하고 소중한지는 아직도 납득 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그는 ‘언행일치’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를 통해 정치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운동조차 경험해보지 않은 내가 정당 활동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내가 인식한 최초의 정치인이었고, 관심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지켜보게 했었다. 우연히 노회찬이 나오는 팝캐스트를 들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쉽게, 친절하게 말하는데 재미있고 통쾌한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노회찬의 말하기’를 배울 수 있다니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주말 집중반이 개설된다는 안내에 다른 스케줄을 다 작파하고 등록을 했다. 토일집중반, 10시부터 6시까지 주말을 다 채우는 수업인데도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체력이 딸릴 뿐. 그런데... 끝나고 나니 넘 아쉬웠다. 주말 이틀을 빼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이건 맛있는 음식의 첫술만 먹은 느낌이랄까?! 나머지 음식의 맛도 보고 싶다. 심화반이 꼭 개설되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들과 만나서 실습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나와는 다른 말하기를 통한 간접경험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강의해주신 강상구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리고요. 주신 책과 같이 읽으려고 어록도 주문했습니다. 주말에도 가장 일찍 나와 수업을 운영하신 배려 깊은 이종민 선생님도 고맙습니다. 너무 좋은 수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충청권에도 꼭 개설해주세요~
'말하기의 기술' 보다 중요한 것
- 조민지 님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살아가지도 정치질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이기에 누구나 필연적으로 작은 정치인의 삶을 살아간다고 믿는편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 처럼 침묵 속에서 한 명의 개인이 말하기를 시작하면 그것은 맥락을 가진 사회문제로 누군가는 자신을 둘러싼 경험을 통해 재정의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더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겠지만, 나훈아가 그랬다. 안티팬이 없는 자는 슈퍼스타가 아니라고.
수업과제로 나의 주장이 담긴 짧은 발표문을 준비해야 했다. 연설의 경험이나 토론회를 나가본 적은 아직 없어서 최근 애정하는 친구의 도전을 지지하는 글을 준비했다. 스스로 인식하고 쓴 나의 첫 정치적 글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원본을 보니 이건 당사자인 친구가 봐도 별로 납득을 못할 것 같아 보였다. 이틀간의 과정을 통해 총 3번의 수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수업 내용을 짧게 요약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수정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리도록 하는 ‘쉽게 말하기’를 적용했다. 우선 말에 논리가 있어야 하므로 순서를 주장, 근거, 사례 순서로 재배열했다. PREP기법으로도 많이 알려진 중요한 방식이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긴 문장을 짧은 문장으로 바꾸어보니 조금 더 여유가 생겨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수정은 아는 척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친절하게 말하기’를 적용했다. 지식의 저주라는 표현은 내가 아는 것을 남도 알거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리기 힘든 문어체 표현을 구어체 표현으로 바꾸며 정치인의 말은 누구에게라도 와 닿아야 한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코칭 교육내용에 ‘역본능’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본능이 듣는 것보다는 내 말을 하는 걸 더 선호하기에 코치는 이 본능을 조절하여 잘 듣는 역본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 번째 수정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바로 재미있게 말하기와 통쾌하게 말하기라는 내용이었는데 익숙함 속에 낯섦을 한 숟가락씩 섞어가는 과정으로 평소 재미있게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래서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었구나’라는 자기발견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첫 시간에 진행된 말하기에 대한 ‘철학’이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말하고, 감동이 있게 말하는 정치인이 필요하고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다.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타인의 사회적 약자성을 마치 이름처럼 호칭하여 대상화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그래서 근대사회의 시민으로서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더 이롭게 바꾸어 나가는 그런 철학을 말하기에 담아 나에게도 역시 필연적으로 부여된 작은 정치인의 삶을 일상에서 살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새로운 변화를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