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63호)] 쉼지원 사업(유가협) 후기 - "유가협+후원회, 강릉 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노회찬재단 2024 쉼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유가협후원회의 쉼프로젝트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유가협+후원회, 강릉 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조미경(유가협후원회)
유가협 후원회는 유가협 부모님들을 모시고 소풍 가는 사업을 부정기적으로 진행한다. 6년 전에 소풍 다녀온 이후 코로나 시기도 있었고, 유가협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면서 소풍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어렵사리 본회의에서 통과된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있었고,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되었다. 22대 국회를 향한 투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유가협 부모님들과 후원회원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드리고 싶었던 때에 노회찬재단의 쉼지원 사업을 접하게 되었다.
‘유가협+후원회 쉼 여행’
6년만에 함께하는 가을 소풍이 마냥 설레고 기쁘지만은 않았다. 6년 전에 함께 여행했던 분들 중에 이한열 열사의 배은심 어머니를 포함하여 이미 세분이 운명을 달리했고, 최근 4년간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1,200일이 넘게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2022년 6월에는 장남수 유가협 회장님(장현구 열사 아버지)과 강선순 총무님(권희정 열사 어머니), 최고령 정정원 어머니(김윤기 열사 어머니) 등 7분이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를 위한 삭발을 하셨고, 2023년 4월에는 고령의 부모님들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한 바 있으며, 2024년 5월에는 제21대 국회 종료직전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상정 촉구를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한 바 있다. 4년 투쟁을 이어오는 동안 유가협 부모님 두분이 돌아가셨고, 고령의 부모님들은 치매라는 불청객에 고통을 받고 계시는 등 유가협 회원들의 사기와 체력은 날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졌다. 물론, 민주화운동참여자를 관련자가 아닌 유공자로 인정하고, 교육, 의료, 취업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뜻을 같이하고, 국회의사당역 5번출구 앞에 차려진 천막농성장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유가협 부모님과 후원회원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노회찬재단 쉼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유가협 부모님들을 모시고 후원회가 같이 강릉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경포대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연잎밥도 먹고, 선양사업회 이사장님이 직접 해설도 해주신 ‘허균허난설헌 생가’도 방문하고, 99칸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이면서 국가 민속문화재인 강릉선교장에서 숙박도 하는 등 강릉에서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강릉고 솔숲에 있는 김성수열사 추모비 앞에서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유가협 한울삶에도 잘 못오시는 김성수 열사의 김종욱 아버님, 전영희 어머님을 만나 뵙고 저녁식사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유가협 부모님들이 무척이나 기뻐하셔서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매일 투석을 하셔야 해서 오랜 시간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아들조차도 잘 못알아 보실 때도 있으신 분께서 예전에 함께 투쟁했던 유가협 동지들을 단번에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 주셔서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뭉클해졌고, 그 장면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정정원 어머니를 비롯해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이어가고 계시는 유가협 부모님들이 계시는 한 후원회원들도 부모님의 손을 놓지 않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이번 쉼 여행처럼 투쟁도 즐겁게, 지치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 주자고 다짐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유가협+후원회 쉼 여행,
최고의 명당이라는 강릉선교장에서 자고 와서 그런지, 충전이 충분히 된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다음날 유가협 한울삶을 방문하신다는 손님들을 맞이하려 일찍 떠나시는 부모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유가협 부모님들이 언제까지 바쁘게 활동하셔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과 언제까지 활동하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활동을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도 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