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63호)] 도대체 나는 얼마짜리인가? (포항에서 듣는 6411의 목소리)
*본 원고는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 행사를 맞이하여, 책방수북과 노회찬재단이 함께 진행했던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북토크 후기 입니다.
도대체 나는 얼마짜리인가?
- 김강(책방 수북 대표, 소설가)
꽤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질문이 있었다.
“좋든 싫든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느 만큼의 부를 가져야 하는가? 얼마면 정당한가?”
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 서적을 뒤적이거나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을 찾아 읽어 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어쩌면 내 안의 욕심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거나 답을 가졌으나 인정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겠다. 욕망을 이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머릿속의 사고 실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답이지. 이렇게 얼버무리고 넘어온 시간이 꽤 되었다. 그러던 중 6411의 목소리가 펴낸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를 발견했다. 오호, 이거 이거 어쩌면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는데. 답이 여기에 있다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근거가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책방 수북은 한 달에 두 번 작가를 모신다. 한 번은 지역의 작가를, 한 번은 지역 바깥의 작가를. 9월에는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의 글쓴이들을 모셨다. 많이 분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라 모두 모시지는 못했고 일정이 맞는 분으로 세 분을 모셨다. 대한민국 독서대전 2024 포항 기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대리운전 기사님, 학교급식 노동자, 투쟁에서 승리한 해고노동자께서 오셨다. 지역에서 겹치는 행사가 많은 날이어서 기대했던 만큼 청중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책방 수북에서 작가를 모시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 분들을 뵙고 싶기 때문이다. 모신 작가님들께 죄송해서 그렇지 나 혼자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그 분들과 독대해 듣고 물을 수 있겠는가? 하여 그 날도 그저 기분이 좋았다.
각각의 사연은 달랐다. 노동의 현장이 다르니까. 하지만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동안 세 분의 반짝이는 눈빛과 겸손하면서도 힘찬 목소리, 단단한 표정은 같았다. 굳이 소리 높여 “나의 노동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 아침은 언제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느 만큼의 땀을 흘리는지, 흘린 땀만큼 보람된 노동인지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기대고 있는 타인의 노동과 실상에 대해 새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질문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고쳐 묻기로 했다.
“좋든 싫든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우리는 어느 만큼의 부를 내어 놓을 수 있는가? 얼마면 우리가 기댄 그들의 노동에 답할 수 있는가?”
6411의 목소리들을 다시 모실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