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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64호)] '최현숙의 구술생애사 작업' 2기 수강후기 (서혜림)

재단활동 2024. 12. 31





구술생애사,
우리가 연결되어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내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작업


- 서혜림


2024년 9월 24일. 유난히 긴 여름의 여파로 단풍이 늦어지던 가을날, 최현숙 작가님의 ‘구술생애사’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노회찬 재단에서 최현숙 작가님의 ‘구술생애사’ 강의를 진행한 것은 올해로 두 번째라고 한다. 최현숙 작가님의 저서“할배의 탄생”으로 구술생애사를 처음 접하고 작가님의 강의를 찾아보다가 작년에 노회찬 재단에서 강의가 있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매우 안타까웠었다. 하지만 그 길로 재단 인스타를 팔로잉 해둔 덕에 올해는 누구보다 빠르게 작가님의 강의를 신청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고 최현숙 작가님을 직접 뵐 수 있었다. 작가님은 유튜브나 기사에서 봤던 인상과 사뭇 달랐다. 나는 조금 무서운(사나운?) 할머니를 상상했었는데 실제 작가님은 상상과는 거리가 먼, 유쾌하고 솔직하신, 또 웃음과 열정이 가득한 분이셨다. 첫 만남부터 비밀스러운 습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으시고 인생사 우여곡절을 밝히셨으니! 눈에 띌 새라 강의실 한 구석에 꽁꽁 숨어있던 난 작가님의 허물없는 다가섬에 일말의 저항도 없이 마음의 문이 활짝 열 수 밖에 없었다. 그 뒤 작가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님 몰래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

작가님의 강의를 들으며 구술생애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이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구술생애사란 화자가 자신의 삶을 말로 표현하고 청자(작가)가 그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화자의 말을 글로 옮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화를 통해 화자의 말을 이끌어내고 그 중 어떤 부분을 기록으로 남길 것인지 선택해야 하며 그의 삶이 어떠한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작업까지 해내야한다. 이는 쉽지 않게 느껴졌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난 내 삶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정상이데올로기 아래 평탄한 삶을 살아온 내가 굴곡 많은 화자들의 삶을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구술생애사의 매력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은 구술생애사가 청자와 화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역동적인 작업이라고 하셨다. 구술생애 작업에서 화자는 청자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보고, 청자는 화자의 삶을 해석해가며 자신의 벽(편견, 정상이데올로기)을 깬다. 즉 화자와 청자가 연결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독자라는 또 다른 타자와 연결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이런 거창한 목표를 떠나서, 구술생애작업은 완전히 타인이었던 사람들이 연결될 기회를 만든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강 작가는 "어떻게 세상은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한가,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가"라는 질문이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 질문은 구술생애사 작업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세상이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고통스럽다. 반대로 고통 속에 있더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있음을 깨달으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 된다. 구술생애사 작업이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연결되어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내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작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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