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64호)] 2024 노회찬재단 돌아보기

재단활동 2024. 12. 31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 길을 만들 것입니다."

- 노회찬의 난중일기, 2008년 7월 21일


8년 만에 다시 만난 광장. 전과는 사뭇 다른 형형색색 응원봉의 광장에서 남태령에서 농민들과 함께 끝끝내 길을 낸 이들을 보면서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노회찬이 남긴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꿈꾸었던 노회찬은 늘 가장 빛나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투명인간과 함께 비를 맞았습니다. 노회찬 6주기를 지나면서 노회찬재단의 길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노회찬상부터 노회찬정치학교까지,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의 종착점은 결국 우리 시대의 투명인간들과 함께 6411 정신이 우리 사회에 더 깊고 더 넓게 더 다양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2024년에도 우리는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 노회찬의 길동무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사법절차의 당사자인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들은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잠시 작업도구를 내려놓고 펜을 든 이들은 <6411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를 물으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재단의 노회찬정치학교, 쉼지원사업과 희망악기지원사업, 3.8 여성의날 장미나눔 등으로 만난 이들 역시 각자의 공간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5년에도 노회찬재단은 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노회찬의 길동무 여러분과 함께.


※ 노회찬재단의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며, 중요한 순간들을 사진과 함께 되짚어 봅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내년 초 발행되는 온라인 연간보고서를 통해 전하겠습니다.



① 최말자, 박정훈 그리고 소성욱·김용민
-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들의 싸움은 현재 진행 중





노회찬재단은 2019년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확대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에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회찬상을 제정하였습니다. 2024년 노회찬상 심사위원회는 총 65건의 추천서를 심사한 끝에,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로 “‘56년 만의 미투’를 통해 잘못된 판결과 싸우고 있는” 최말자 님을 선정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최말자 님>의 성폭력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와 대법원 역사에 남을 성폭력과 정당방위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이고, 최말자 님의 투쟁과 실천은 성폭력사건에서 “여성의 방어권과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와 “재심 개시요건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습니다.







특별상은 수상자인 <박정훈 해병대령>은 “바위처럼 깨기 힘든 단단한 현실에 정의와 용기로 부딪혔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권력과 권위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알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했습니다. 또 다른 특별상 수상자인 <소성욱‧김용민 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였는데, 이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를 공적(公的)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항상 소수자의 손을 잡았던 노회찬 의원의 정신과 실천”과 이어져 있습니다. 

이덕우 심사위원장은 제5회 노회찬상 수상자들은 “사법 절차, 재판 당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재판과 소송 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변호사, 검사, 판사인 경우가 많지만, 현실의 주인공은 당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 변호사나 검사나 판사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회찬상 수상 그 이후

지난 7월 대법원은 소성욱·김용민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국내에서 사회보장제도 내 동성부부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최말자 님은 얼마전 대법원에서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징역 3년을 구형받고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②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 세상으로 나온 142 편의 ‘6411의 목소리’



 

노회찬재단은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신문과 손잡고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 첫차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소외된 채 자신의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사회적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은 6411 당사자들이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겨레신문에 실린 142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


책으로 나온 6411의 목소리
-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창비, 2024)


웹툰작가, 물류센터 직원, 도축검사원, 번역가, 대리운전기사,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 농부, 건설노동자……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6411의 목소리’ 중 일흔다섯 편의 글을 묶은 책 『나는 얼마짜리입니까』가 출간되었습니다. 일흔다섯 명의 필자들은 숨은 일터에서 ‘나’를 발견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일터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바라며 한숨과 땀방울로 연대하면서 권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출간에 앞서 진행한 북펀딩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의 네배를 훌쩍 상회하는 금액이 모였고, 수익금의 일부는 (사)노동공제연합 풀빵에 전달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것은 누구인가
- 제헌절, 22대 국회로 간 6411의 목소리 


2024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제76주년 제헌절에 노회찬 의원이 호명했던 6411 투명인간들이 22대 국회를 찾았습니다. 6411의 목소리 필자들은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책을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노회찬의 6411 연설은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투명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언론인 손석희는 이 책을 읽고 “하나하나의 글들 속에서 노회찬을 발견한다. 글쓴이들이 모두 노회찬이다”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갖는다. …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6411 투명인간들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의 바깥에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22대 국회는 그동안 미처 그 존재를 몰랐던,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이 목소리들에 귀기울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노회찬재단은 ‘6411의 목소리’ 연재와 함께 지난해부터 경희대와 협력하여 교양수업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와 함께 <직접 듣는 6411의 목소리>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또,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출간을 계기로 6411 목소리 필자들은 지리산포럼에서, 포항의 책방수북에서, 서울의 지담서점 등에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③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4기 이은경)
- 전국 곳곳에서 열렸던 노회찬정치학교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







작년말 처음 시작한 <약자들의 무기,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이 벌써 아홉 번째 강좌까지 마쳤습니다. 『노회찬의 말하기(이음, 2019)』의 저자인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이 진행하는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은  말의 철학, 말의 자세, 말의 재료에 대해서 배우고 실습하는 과정입니다.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에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수강했습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분, 말이 미숙한 어린이의 권리를 지키는 분, 말을 듣고 모아 전하는 분, 정치적 의지를 모으고 소통하는 분, 은퇴 후 자신의 재능을 시민들과 나누는 분...

“내 생각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없을까?(4기 이현호)”, “약자들을 위한 말을 배우고 느껴보고 싶어서(8기 권오륜)”, “(노회찬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친절하게 말하는데 재미있고 통쾌한가?(8기 조용경)” 노회찬이 그리워서, 공익 활동을 하면서 더 좋은 말은 무엇일지 고민이 되어서, 거칠고 차별하는 말에 지쳐서, 사회적 약자를 살리는 말을 찾고 싶어서, 말하기 교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은 “'말하기의 기술' 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는 시간(8기 조민지)”이었습니다. “말에는 기술(현란한 말솜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2기 이강토)”, “세상은 거친 것보단 부드러움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경남 정정환)”, “결국은 뛰어난 말재주보다 먼저 좋은 생각과 철학을 담는 것이 중요(3기 이혜정)”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에는 말하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은 “말하기를 배우러 왔다 살아갈 날의 이정표를 얻어간다(3기 김주범)”,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경남 천은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대구 성민아)”, “공감과 연대로 이어지는 대화의 방식을 배웠던 시간(대구 성민아)”이었다고 합니다. 

2025년도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은 쭈욱 계속됩니다.  “뭔가 영양가가 많은 음식들이 몸 안에 막 들어온 기분(경남 정정환)”, “마치 오랫동안 달리기 하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3기 한새롬)” 말하기 교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올해는 노회찬정치학교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22대 총선이 끝나고, “7가지 시선으로 우리사회 핵심문제를 바라보다”를 주제로 기본과정 5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또, 6주기 추모제가 끝나고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탈성장/기후정의 세미나>교실을 진행했습니다. 늦가을에는 작년에 이어 경북, 제주, 충남에서 다양한 주제로 지역정치학교를 열었습니다. 나아가 현 시국에 꼭 필요한 긴급특강을 마련, <헌법과 민주주의 교실>을 개설하여 수강생을 모집중입니다.



이상 간략하게 짚어본 노회찬재단의 2024년 기록이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평온할수도, 느긋할 수도 없는 시간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다가올 새해에도 시민 여러분의 곁에서, 6411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재단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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