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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64호)] 광장에서 다시 읽는 노회찬

재단활동 2024. 12. 31





박근혜 탄핵 이후 노회찬이 꿈 꾼 나라
‘비포 캔들(Before Candle)’ 이후 ‘다시 만난 세계’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해서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비상계엄이라는 탈을 쓴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또 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그가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하는 물음을 떠올립니다.

그의 빈자리는 크지만, 다행히 그가 남긴 기록들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여전히 유효한 그의 글을 통해서 지금, 나아가 그 다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이하는 모두 노회찬 저 『우리가 꿈꾸는 나라』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촛불 이전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영어로는 서력기원전을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 BC라고 쓰는데, 촛불 이전 시대는 ‘비포 캔들(Before Candle)’는 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촛불 이전의 철학과 사고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직도 그 시대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3호(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꼽을 수 있겠지요. 우리는 기원전에 태어났지만 기원후를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업 또는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해도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나라가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 시민들은 뉴스에 댓글을 쓰고 청원에 지지하는 정도로 자기 의사를 표현합니다. 촛불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생업과 학업을 내팽개치고 주말을 반납하면서 광장에 나온 것은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잘못했고, 비선실세가 부정하게 사욕을 채웠는데, 검찰도 경찰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국정원은 뒤에서 댓글만 쓰는 것 같고, 재판부는 죄다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국회는 손만 놓고 있고, 시스템이 전부 망가진 듯했기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입니다. 모여서 무엇을 했습니까? 경찰과 충돌하고 청와대 담을 넘었나요? 아니지요. 계속 외쳤습니다. 시스템을 복구하라고 말입니다” 

“언제든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물론 그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국민들은 마음속의 촛불을 꺼내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공정, 평등, 평화를 사회에 정착시키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987년에 미처 이뤄내지 못했던 일들이지요. 그리고 그 과제들을 풀기 위해 정치부터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시대가 바뀌었다고 실감하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시대가 바뀐들 예전의 것들이 한꺼번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막은 이미 열렸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열었지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30년은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촛불이 원한 세상을 온전히 이뤄낼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10년 정도 갔다가 엎어지면, 훨씬 더 뒤로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후퇴하지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선거제도를 개편하여 국민의 의사가 정치권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지금 우리 국민들의 정서, 수준,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20~30년은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변화는 정치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면 쿠데타 등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기 주장을 관찰할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를 통해서만 사회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국회도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회가 애초에 제대로 구성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당연하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 의석이 국민의 의사와 동일한 비율로 각 정당에 나뉘어 있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본래 선거제도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이 나라들의 선거제도에는 조금씩 다른 와중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 지지율이 5%인 정당은 의석수도 5%만큼 갖는다는 겁니다. 지지율과 동일한 의석을 가져야 국민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시대의 추세입니다. 설사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이원집정부제 같은 제도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개헌을 하면 국회의 권한은 지금보다 강화될 것입니다. 그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 국가 대부분은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어렵겠지만 우리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정말로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저는 선거제도만 바꿔도 정치에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제도 개편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진정한 의미로 진보와 보수가 공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저는 정의당 소속이지만 정치에 진보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진보만 있는게 그저 좋다고 볼 수도 없지요. 합리적인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경쟁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공존해야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불행 중 하나는 보수가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보수당을 보세요. 그 유명한 영국의 의료보장체계 NHS는 영국 보수당이 함께했기에 지금까지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보수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복지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복지제도는 진보정당만의 공이 아니라 보수정당이 함께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애초에 복지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들이 비스마르크를 필두로 한 독일 보수정당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입니다. 복지라면 덮어놓고 반대하고 재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보수가 아닙니다. 선거제도를 개편하여 국회가 민심을 대변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정치가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면 전쟁으로 국민을 협박하거나 재벌을 비호하지 않는, 건강한 보수가 등장할 수 있겠지요. 물론 진보정당도 노력해야 합니다. 정의당만 해도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정의당에 대해 이야기하면 진보정당이면서 왜 그렇게 보수적이냐는 물음을 듣기도 합니다. 자기네들의 중도정당과 비슷하다고 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진보 정당도 나아갈 여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강조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동반되지 않는 개헌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촛불을 겪으며 민심은 요동치고 크게 바뀌었는데, 국회는 그런 민심을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정치를 바꿔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절실하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업 또는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해도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나라가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 시민들은 뉴스에 댓글을 쓰고 청원에 지지하는 정도로 자기 의사를 표현합니다. 촛불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생업과 학업을 내팽개치고 주말을 반납하면서 광장에 나온 것은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잘못했고, 비선실세가 부정하게 사욕을 채웠는데, 검찰도 경찰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국정원은 뒤에서 댓글만 쓰는 것 같고, 재판부는 죄다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국회는 손만 놓고 있고, 시스템이 전부 망가진 듯했기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입니다. 모여서 무엇을 했습니까? 경찰과 충돌하고 청와대 담을 넘었나요? 아니지요. 계속 외쳤습니다. 시스템을 복구하라고 말입니다. 국민의 외침에 결국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광장에서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법원은 시민들이 청와대 턱밑까지 행진하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시민들이 평화롭게 집회를 하니 경찰은 물대포를 쏘기는커녕 시민들을 호위했지요. 어떠한 폭력 없이도 시민들은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을 듯하던 권력기구, 헌법기구들을 정상화했고, 결국 조기 대선까지 순조롭게 치러냈지요. 지난 촛불집회는 전세계 민주주의에 유례가 없는, 세계사에서 처음 있는 현상입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그렇게 더 튼튼해지며 격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비어 있지요. 그렇지만 촛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에 여전히 촛불이 있지요. 언제든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물론 그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국민들은 마음속의 촛불을 꺼내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공정, 평등, 평화를 사회에 정착시키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987년에 미처 이뤄내지 못했던 일들이지요. 그리고 그 과제들을 풀기 위해 정치부터 바꿔야 합니다.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하며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역시 촛불의 경험이 알려주지요. 국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무엇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요? 일단 투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참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강연 참석, 댓글 작성, 납득 가는 청원 찬성, 시민단체 가입, 후원금 내기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여러 사정 때문에 정당 가입이 힘들다면 후원금을 낼 수도 있습니다. 후원금을 정당에 내는 게 꺼림칙하다면 좋은 일을 하는 시민단체를 도울수도 있지요.

저는 지금 이야기한 모든 일들이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세상은 점점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이 욕을 많이 먹곤 하지요. 저도 언론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지만, 욕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굳이 참여한다면 혼자 조용히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2017년 대선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정치 견해가 다르기 마련인 청년층과 노년층이 손을 잡고 함께 투표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조부모와 부모, 자녀가 함께 투표 하러 가는 일도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직 시대가 바뀌었다고 실감하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시대가 바뀐들 예전의 것들이 한꺼번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막은 이미 열렸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열었지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30년은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촛불이 원한 세상을 온전히 이뤄낼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10년 정도 갔다가 엎어지면, 훨씬 더 뒤로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후퇴하지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선거제도를 개편하여 국민의 의사가 정치권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지금 우리 국민들의 정서, 수준,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20~30년은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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