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5호)] 미리가보는 <노회찬의집> 답사 참가후기 (권신윤)




참으로 어울리는 곳에 오신 막내 입주자, 노회찬을 보다
- 권신윤 (서울시 구로구 시민)
“언제 다시 하세요? 꼭 다시 해주세요!”
첫 회를 놓쳐 아쉬웠는데 이번엔 다행히 참여하게 되었다.
전국으로 여행 다니면서 정작 서울에서 문화재를 찾지 않았음을 깨달은 지 얼마 안되었다. 첫만남의 장소가 그 유명한 동묘 앞이라니, 기대되는 아침이었다. 김창희님과 함께 하는 창신동-숭인동 답사길은 동묘에서 시작하여 영도교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고, 마을버스를 이용해 낙산공원에 올라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전태일재단에 들러 간단한 소개를 듣고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을 거쳐 노회찬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동묘 안에 언제 세웠는지 모를 비석의 이름이 ‘금잡비’란다. 잡놈을 금한다, 아무나 들어오지마라, 그런 거라며 그때도 인파로 들끓던 곳 아니겠냐는 설명에 피식 웃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린 잡놈이다. 영도교도, 동묘 앞 삼거리도 조선시대 임금을 주어로 설명된다. 능행에 올라 동구릉과 남쪽 능으로 갈라지는 지점이자 사대문 안에 들어서지 못하는 군졸의 가족들이 기다렸다가 배웅하는 곳이란다. 그래서 시장터로 자리잡았나보다. 역시 임금보다 백성의 처지를 알게 해주는 설명이 더 와닿는다.
전태일재단에서 나오는데 일행 한분께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키며 ‘저쪽에 민가협, 저쪽은 유가협이 있습니다’ 알려주신다. 여러 단체들이 이렇게 모여 계신 건 몰랐다. 그 한가운데 막내 입주자로서 노회찬이 찾아든 건가.
마지막에 들른 노회찬의 집은 먼지와 안전상의 이유로 포장이 씌워져 있어 보는 순간, 울컥 다가오는 느낌 대신 ‘어디야? 저기야? 못보는 거야?’ 질문만 불렀다. 반가운 대면은 개관 시기로 미뤄두었다. 큰길에서 한걸음 들어간 골목길이고, 코너를 돌면 붉은 벽돌 교회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건물이다. 틈을 비집고 들여다보니 작업 후 놓고 가신 장갑 한 짝과 노란 꽃들이 자리잡고 있더라. 따스한 곳이다.
바로 앞집은 종로구봉제여성지원센터이자 지역아동센터였다. 노회찬의 3.8 여성의 날 장미를 기억할진데, 그날의 답사 코스에서도 정순왕후로부터 여인시장, 청룡사 그리고 여담재에 이르는 여성의 역사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참으로 어울리는 곳에 오셨구나 싶었다.
마무리하며 소박한 의견인데, 도심이자 사람 많은 곳이다 보니 소형 마이크가 있으면 낫겠다 싶었다. 지나던 이들도 노회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데 같이 들을 정도면 좋겠다. 참여하신 젊은이들이 많아서 반갑고 그들의 마음이 궁금하였다. 그런 연유로 노회찬의 집이 문을 연 뒤에도 꾸준히 이어가길 바라게 된다. 세대별, 주제별, 골목길 여행과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가는 기획이면 어떨까?
“같이 살자, 같이 잘살자” 노회찬의 목소리에 설렁설렁 골목 답사 다니는 이들과 오래오래 같이 잘살고 싶다는 생각을 얹게 된 귀가길이었다. 준비하고 계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