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76호)] 2025 노회찬정치학교 지역과정 수강후기 (대구, 인천)

재단활동 2025. 12. 09





촛불 이후... 우린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구 노회찬 정치학교’를 준비하며

- 이남훈 (대구 노회찬정치학교 기획자)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한 움큼의 흙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높은 산을 이룰 수 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의 냇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깊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천년의 로마를 이뤄내고 버틴 정신 역시 관용을 바탕으로 한 포용과 개방성이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문화의 변화를 정치사회체제가 따라가기도 버거운 오늘. 지금의 정치집단들은 미래사회를 설계하고, 사회변화를 주도해 나갈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양당정치의 공고화와 강성지지층의 세력화 속에 그럴 의지도,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 와중에 소외된 약자들을 대변했던 진보 정치의 마이크는 꺼졌고, 소수의 목소리는 배제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다원주의가 필수인 현대 민주주의에서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린 ‘다수결의 폭력’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를 끼워 넣은 정치집회가 그렇고, 과격해진 정치 팬덤, 지지자 정치와 갈라치기가 그렇습니다.

탈선한 고속열차 같이 달려가는 한국사회를 보며, 우려 깊은 마음으로 ‘노회찬정치학교’를 통해 어제, 오늘, 내일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일 년. 계엄과 탄핵. 정권 교체등 격한 변화들을 마주했지만. 깊어진 적대감만 남은 채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와 극우세력의 성장을 살펴보고, 비례연합정당, 정권교체의 요구 속에 축소되어 더 이상 대안이 되지 못하는 진보정치의 현실로 우리를 성찰하고자 했습니다. 

탄핵 촛불의 큰 동력이 된 새로운 세대(문화)의 등장처럼, 그 변화를 따라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편성(대중정당)과 개혁성(대안정당)을 갖추고, 87체제를 넘어 설 도전자 정당 만들기를 과제로 두는 이야기였습니다.  

시대는 변했고, 지금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시대로 가야 되는 것이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촛불 이전에 정치하던 방식으로 촛불 이후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촛불에게서 기원전, 기원후가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 BC 가 아니고 비포 캔들(Before Candle), 애프터 캔들(After Candle) 이렇게 나눌 정도로…” 라던 노회찬의원의 이야기를 이젠 열린 마음으로 실천해야 할 시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극우세력의 등장과 우리의 과제” 
- 이종민 (대구 노회찬정치학교 수강생)


1년 전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소요를 겪었다. 나는 그때 독일에 있었고 현지 교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다 우연히 대자보를 쓸 기회가 있어 짧은 글을 작성했는데, 대자보에는 다음 문장이 들어 있었다: “현재의 소요는 한국 민주주의의 일탈이 아닌 오히려 일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크게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소요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면의 사회구조적 배경일 것이다. 계엄이 극우를 야기한 듯 보이지만, 내게는 그 역이 참으로 보인다. 냉전과 분단으로부터 출발한 한국형 극우 이데올로기가 친위 쿠데타 성격의 계엄을 또 한 번 반복해 낸 셈이다.

따라서 나는 “극우세력의 등장과 우리의 과제”라는 강연의 제목 속 ‘등장’이라는 표현을 매우 조심히 읽어야 하리라 본다. 등장한 것은 제목 그대로 극우 (정치) 세력이지 극우 자체가 아니다. 극우는 이미 우리의 곁에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 계엄의 파급 효과는 극우 이데올로기를 (우리 이웃 몇 명이 마땅히 가질만한) 평범한 정체성으로 가공하고, 의인화하여, 그것을 위한 정치적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나는 윤석열을 대단한 정치적 확신범이라 생각치 않지만, 만약 그가 그렇다면 그의 의도는 절반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 제목의 강연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강연에서는 동시대 극우 성장의 과정이 세계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따른다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극우 세력화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성장 과정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유사하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한편으로 그 정보에 나는 안심이 되기도 했는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이 비단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나의 국가를 넘어 시대 자체가 풀어 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극우 세력화 과정의 초국가적 일반성이 한국의 특수성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한다. 극우의 성장이 가시화되는 여러 국가에서 이른바 좌파 세력의 성장이 동반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좌파당의 성장세가, 뉴욕에서는 맘다니의 당선이 이를 대표한다. 그러나 한국은 공교롭게도 이를 피해 갔다. 노회찬 전 의원이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한 정의당은 원내에서 의석을 모두 잃었고, 계엄 직후의 대선에서 진보적 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은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는 지지율 1%를 넘지 못했다.

나는 한국의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의 정치 공간에 제3당이 필요하다는 형식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하는 (적어도 나의 입장에서는 올바른) 말의 “내용“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계엄이라는 소요와 극우의 세력화가 종종 “제도적 민주주의의 파괴”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그것의 극복이 “제도적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되는 것이 불만스럽다. 우리는 그 심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게는 현재의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적 요소와 그들의 반민주주의적 행보 사이에 모종의 수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강연의 끝에서 “반민주주의적, 반헌법적 우익”이라는 극우에 대한 (형식적) 정의가 현재의 그들을 이해할 충분한 틀이냐고 질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그 질문이 완전히 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연자 김만권 선생님과 나의 초점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그들을 반민주주의적으로 만든 그 이면의 내용적 논리를 알고 싶었다. 사회적 약자를 정상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그들의 사유 방식이, 어떻게 민주주의적으로 작동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여하간 나는 형식만큼이나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 건강한 담론 공간을 회복하는 것 이상으로 건전한 담론 자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담론 없는 공론장은 공허하고, 공허한 공론장은 자기 파괴를 다시금 반복할 것이다. 강연의 후반부에서 김만권 선생님은 현재 한국 청년 세대의 극우화 동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는 암담하지만, 그래도 길을 계속 내야 하리라. 

그날 강연에서 그 길 내기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해 기뻤다.








위로와 도전의 시간, 노회찬 정치학교에서 얻은 마음들
- 조세준 (인천 노회찬정치학교 수강생)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진보정치와 그 진영을 응원하는 이들에게 큰 위로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노회찬 정치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큰 위로이자 새로운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혜영 의원님의 강의는 진보진영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지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의원님의 강의를 들으며 가장 크게 떠올랐던 지점은 ‘현실에 대한 자각’과 ‘가능성’이었습니다.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이라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소홀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그 지점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새로운 힘을 모아 하나로 만들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노력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차별의 대상이었던 이들(특히 여성)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가능성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진행된 ‘인천 노동현장 기행’ 또한 앞서의 고민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행의 종착점이었던 동일방직에서 들은 여공들의 여전히 진행 중인 싸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싸워야 할 대상과 바꿔야 할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현실은 불행한 측면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 시간을 견디며 계속 싸우고 극복하려는 이들의 마음은 크고 단단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회찬 정치학교 기획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 과정도 중요했지만, 참여한 구성원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정당이나 시민사회 구성원이 아닌 각 시민들이 자신의 답답함과 기대를 안고 정치학교에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참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진보진영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시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분법적 세계관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진보진영이 새로운 기대감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지켜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유하기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에 공유하기
트위터
카카오톡에 공유하기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