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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쉼지원사업 후기(양심수후원회) “잠시 멈춤, 다시 채움”

재단활동 2025. 12. 09



 

“잠시 멈춤, 다시 채움”

- 심주이 (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내란 척결' 및 탄핵 집회로 운영위원들과 회원들은 주말까지 반납하며 거리에서 헌신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듯 치열한 과정 끝에 마침내 지난 6월, 새로운 민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지난 시간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과 그 이후 이어진 민주진영 탄압 3년의 세월 속에서, 양심수후원회는 급증하는 양심수들을 지원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송환을 비롯한 다른 핵심 사업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활동에 새 동력이 생겼습니다. '남북 화해'를 전면에 내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랜 숙원이었던 비전향 장기수 어르신들과 평양 시민 김련희 씨의 송환에 다시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통일부 장관께서 적극적인 남북화해의 의지를 보여주신 덕분에, 송환 신청자에 대한 면담과 관련 실무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송환 사업 외에도, 내란 세력 척결과 국가보안법 폐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민중 생존권 사수 등 그동안 잠시 미뤄두었던 핵심 사업들이 재개되거나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으며, 여전히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쉼과 회복, 그리고 연대의 시간

이처럼 송환과 각종 활동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 운영위원과 회원들에게는 잠시 쉼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쉼 프로그램은 바쁜 일상 속에서 회복과 단합을 다지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주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많은 분이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돌봄이 필요한 10살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사무국, 운영위원, 모범회원 등 총 13명이 참여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승용차로 삼삼오오 이동하여 강화도에 모였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장소가 정해져 밤에 잠시 다녀가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첫날 일정은 외곽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게장 정식으로 푸짐한 식사를 하고, 교동도 화개정원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가파른 계곡에 꾸며진 아름다운 공원이었으며,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공원 내에 재현된 연산군 유배지를 둘러보았고, 꼭대기에 위치한 화개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전망대에서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보였으며, 교동도의 망향대 너머로 이북 땅이 지척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본래 다른 장소를 준비했다가 변경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이북 지역을 볼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이처럼 지척에 민족의 땅을 두고도 남의 나라보다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현실이, 신념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겹쳐져 모두가 숙연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숙소는 한적한 길 끝에 위치한 황토집이었습니다. 김길자 이사님과의 인연으로 묵게 된 곳으로, 집주인께서 직접 지으신 집이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듯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소고기 바비큐였습니다. 장보기를 맡은 임수욱 운영위원이 소고기만 고집해 준비해 온 덕분에, 평소 먹기 힘든 소고기를 바비큐로 즐기며 입에서 살살 녹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어린이들도 맛있게 한 접시씩 뚝딱 비워냈습니다. 배를 채운 후에는 실내에서 369 게임과 노래방 배틀을 하며, 90대 어르신들을 돌보느라 바빠 일상에서는 쉽게 해보지 못했던 오락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심신을 위한 치유 몸짓이 진행되었습니다. 최보결 무용가님의 '털기춤'과 '평화의 춤'을 함께 추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비워내는 털기춤, 땅과 자신과 하늘을 느끼며 평화를 이루는 평화의 춤을 둥글게 둘러서서 함께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털어내고 채우는 과정을 모두 마친 후에는 모두가 묘한 개운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화에서 자연을 느끼고, 이북의 풍광을 보며 이상을 다지고,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쉼과 회복의 여행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 체력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 쉼지원 후기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의 6411정신을 이어 투명인간들과 연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게 ‘쉼’을 제공하여 재충전과 심신의 회복을 돕는 ‘쉼지원 사업’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양심수후원회를 비롯해 총 5곳의 단체를 선정해 지원하였습니다.

(편집자주) 1989년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초대회장 문익환 목사)로 시작한 사단법인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는 출소 장기수 지원, 양심수 전원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이라는 목적사업을 통해 양심수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습니다.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여러 단체와 연대연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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