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7호)] 노회찬정치학교 총동문회 송년의 밤 후기


내년 이맘때가 더욱 기다려질…
- 문성남 (노회찬정치학교 동문)
여러분에게는 설렘의 장소가 있으신가요? 이번 ‘투명노총’ 송년회를 찾아가며, 저는 모처럼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을 나설 때부터는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커진 공덕역을 빠져나와 낯익은 건물 엘리베이터 로비에 잠시 멈추었을 때부터 두근두근 기대되는 마음이 커져 갔습니다. 재단 사무실에 들어서서 ‘6411 버스’ 모형을 마주했을 때는, 아 내가 이곳에 다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저희 기수에서는 저 혼자 참석했지만, 이전 모임에서 알던 동문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고, 대부분은 처음 뵙는 분들과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정치학교를 졸업한 지 4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후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지는 못했기에, 그룹 채팅방에서 오가던 이야기들이 오신 분들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남의 시간은 6시 30분이었는데, 저는 10분밖에 늦지 않았음에도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다들 저처럼 이 자리를 그리워하며 일찍 오신 것이겠지요. 아직 많이 드시지 않은 음식들을 보며 서로에 대한 의리를 느낄 수 있었고,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12월 연말은 마치 추석과 설 명절 사이쯤에 있는 듯한데, 모처럼 명절 차림상을 마주한 듯했습니다.
차림상이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명절 잔소리가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우리 테이블에는 가까이는 종로구 종암동에서, 멀리는 제주도에서 오신 분들까지 다양하게 모였습니다. 세종과 평택에서 오신 분도 계셨고, 울산에서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마주할 때는 ‘호구조사’만큼 보편적인 K-아이스브레이킹도 없지요. 다행히 출신지를 묻는 것이 불편하거나 듣기 싫은 질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둘이서 알아가던 대화가 옆으로, 또 그 옆으로 확장되며 점점 깊어졌습니다. 출신 지역 못지않게 서로의 관심사와 공통 경험을 확인하면서 대화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틀림없이 처음 만난 사이였거나, 아니면 스쳐 지나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을 텐데 말이죠. 우리는 “차별”과 “차별금지법”, 그리고 그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정도로 흥미진진하다면 이후 잡담회를 따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고,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아쉽게도 주말 기차편이 넉넉하지 않아 예정된 시간에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체 자기소개가 서서히 진행되던 중, 첫 순서를 맡아 나누고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일정을 바꾸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사는 곳도 다르고 각자의 일정도 있다 보니, 이번처럼 자주 만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내년 이맘때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기를, 그리고 어떤 분들에게는 처음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때는 설렘의 장소가 창신동으로 바뀌어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