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7호)] “노회찬의 꿈이 각자의 기억으로 피어난 순간”
노회찬재단 소식지 <민들레> 12월호에서는 재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신 이사진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2025년 노회찬재단의 한 장면’으로 한 해를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추운 겨울 노회찬의집 첫 벽돌을 쌓던 설렘을, 민주주의 광장의 수많은 깃발과 함께 한 재단의 노란 깃발을, 6411 버스를 타는 이들의 삶을 기록한 '생애구술사'의 감동을, 노회찬의집 건립을 위한 '후원의 밤' 현장을 가득 채운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
이 소중한 기록들을 길잡이 삼아, 내년 봄 활짝 문을 열 '노회찬의집'에서 더 많은 '투명인간'들과 함께 웃으며 연대할 새로운 내일을 꿈꿔봅니다.

강상구 특임이사
<노회찬정치학교 - 응원봉, 광주를 만나다, 5.18답사>
2025년 2월, 노회찬정치학교 <응원봉, 광주를 만나다! 5.18 답사>를 진행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한참 광장에 집중되던 때였습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을까.’ 계엄 이후, 우리는 이 말의 정답을 이미 거듭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부름에 답할 각자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전일빌딩부터 국립5·18민주묘지, 옛 상무대 방문. 그리고 황광우 작가와의 간담회와 시민군과의 만남까지. 매 순간, 우리는 때로는 탄식하고, 때로는 한탄하며 5.18광주를 만났습니다. 금남로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항쟁의 바로 그 현장에서 내란을 옹호하는 집회가 열린 것입니다. 그들이, 불법계엄이 실패한 상황에서 그것도 광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버젓이 열 수 있었던 것은, 광주가 만든 민주주의 덕분이었습니다.
답사 참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광주를 경험했습니다. 누구는 시민군의 말에 울컥하고, 누군가는 들불지기로 활동하는 청년들에 감탄했습니다. 도청 앞 시계탑을 보며 광주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피부에 와 닿았다.’는 분도 계셨고, 항쟁 당시 실종되어 봉분 없이 세워진 5.18민주묘지의 비석에 눈물 흘리는 분도 계셨습니다.
곧 광주 방문 1년이 됩니다. 그 몇 달 후면, 광주 답사 이후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을 우리 모두에게 편지가 도착합니다. 답사 마지막 날 작성한 ‘내년 5월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그 편지에 담긴 마음들이, 우리를 오랫동안 광주와 함께 있게 하고, 앞으로도 계속 민주주의자로 살게 할 것입니다.

금동혁 이사
<노회찬의집>
벽돌 하나하나가 모여 위대한 건축물이 된다는 말이 진부한 문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창신동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동스럽습니다.

김동아 이사
<헌법읽는 시간>, <여성의 날>, <노회찬의집>
2025년은 유독 훌쩍 지나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와 일상을 지켜내기위해 거리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우리 노회찬 재단도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시민들과 마주한 시간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광장의 수많은 깃발 가운데 재단의 노란 깃발이 흩날렸고, 헌법을 알리는 <노회찬의 헌법특강 헌법읽는 시간>책자를 건넸고, 여성의 날에는 장미와 타투스티커를 나누며 응원봉을 든 시민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났던 순간은 재단에도 새로운 활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곳에서 노회찬의 집을 꾸립니다. 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났던 것처럼 창신동에 터를 잡고 지역사회와 가까이 활동할 재단의 새로운 길을 기대해봅니다

김용신 특임이사
<후원의 밤(과 자원봉사자)>
올해 2월, 설레는 마음으로 ‘첫 번째 벽돌’을 쌓았던 노회찬의 집이 어느덧 12월 준공 신청을 지나 내년 1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8,000명이 넘는 시민들께서 12억 원이라는 소중한 마음을 보태주셨지만, 노회찬의 집을 온전히 완성하기에는 여전히 건립기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재단은 지난 11월 29일, 노회찬의 집 건립 소식을 널리 알리고 부족한 기금도 마련하고자 ‘후원의 밤’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재단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여는 ‘후원의 밤’이다 보니 홍보나 티켓 판매도 충분치 않아 보였고, 자원봉사자 모집도 행사 직전에야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분 좋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행사 당일, 후원의 밤 현장에는 재단의 고문분들을 포함해 정당 대표와 장관, 전·현직 국회의원 등 많은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노회찬 의원을 추억하는 동료들과 수많은 시민의 뜨거운 참여가 그 어떤 내빈보다도 빛난 행사였습니다.
특히 이른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주방과 홀 서빙, 접수 안내 등 곳곳에서 땀 흘려주신 자원봉사자분들과 재단 사무처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에 행사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노회찬재단의 가장 뜻깊은 한 장면으로 ‘후원의 밤과 자원봉사자’를 꼽고 싶습니다. 당일 고생하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민정연 이사
<‘우리들의 드라마’ 출간>
2025년 노회찬재단의 여러 사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구술생애사 작업’이 <우리들의 드라마>로 책으로 나온 것이다. <우리들의 드라마>는 노회찬재단의 ‘실천하는 인문예술교실’에서 진행된 ‘구술생애사 작업’ 강좌의 후속 작업으로 6411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아홉 편의 생애사룰 담고 있다.
나 역시 올해 구술생애사의 화자로 참여하여 내 삶의 굴곡을 다시 더듬는 과정은, 개인사 정리의 차원을 넘어 내가 서 있던 현장과 시대의 좌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경청 속에서 말이 길을 열고, 말이 길을 여는 순간 삶은 ‘혼자 견딘 이야기’에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노회찬이 늘 노동자와 함께하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공론장으로 불러냈다면, <우리들의 드라마>와 구술생애사 작업은 그 호출을 오늘의 언어로 이어간다. 화자로서 그 무대 한가운데를 걸어본 사람으로서, 기록이 운동이 되고, 인문이 실천이 되는 방식으로, 노회찬의 이름이 현재형으로 발화되는 순간, 그것이 올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만난 재단의 사업이다.

문정은 이사
<미리 가보는 ’노회찬의집‘ 답사> : 노회찬 재단 창신동 답사를 다녀와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은 재단과의 시간을 떠올리니 10월의 마지막 주말, 김창희 선배님이 안내하는 <미리 가 본 노회찬의집> 답사였다. 동묘에서 시작해 영도교, 황학동 벼룩시장, 한양도성, 전태일재단, 백남준 기념관을 거쳐 6411 노회찬의 집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서울의 가장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노회찬이 평생 함께했던 이들의 숨결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창신동. 한양도성 밖 낙산 기슭에 자리한 이 동네는 조선시대부터 성 안팎의 경계였다. 19세기 말 부유층의 별장이 들어섰다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판자촌이 되었고, 1970년대부터는 평화시장에서 시작된 봉제산업의 심장부가 되었다.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쳤던 바로 그 노동의 역사가, 지금도 이곳 좁은 골목 곳곳에서 숨 쉬고 있었다. 노회찬의 집이 창신동에 자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장소의 선택이 아니고, 어떤 정신의 귀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82년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지하철 건설 현장으로 들어갔던 청년 노회찬. 6411번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투명 인간들을 평생 잊지 않았던 그가, 이제 그들이 사는 동네로 온다. 땀과 먼지가 일상인 봉제 골목 한가운데로. 동묘의 의리, 황학동의 서민경제, 낙산의 역사, 전태일의 외침. 그 모든 것이 창신동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노회찬의 정신과 만나고 있었다.
창신동 197-39번지, 1961년에 지어진 소박한 빨간 벽돌집은 지금 대수선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노회찬들이 꿈꾸며, 혐오와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만나는 곳. 6411 투명 인간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집.
나는 창신동 곳곳을 걸으며, 왜 이곳이어야만 했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창신동 노회찬의 집 시대를 기다린다. 아니,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후원회원 동지들의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곧 노회찬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전태일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그곳, 투명 인간들이 보이는 그곳, 창신동에서.

이종석 감사
<후원의 밤>
11월 29일 후원의 밤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과거의 추억으로 옛 인연이 다시 이어지고, 미래의 희망으로 새로운 인연이 맺어진 한바탕 잔치였습니다.
사실 후원의 밤 행사장으로 향한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애초 새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는 늦어지는 공기와 늘어나는 공사비로 흐릿해진 상황에서 공사비 마련을 위해 후원주점을 연다는 현실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굳은 날씨, 연말을 앞둔 시점에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실까,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행사장은 문전성시였고, 덕분에 자원봉사자들은 더 오랜시간 기분좋은 수고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속에 연대와 나눔으로 풍성했던 이날 후원의 밤의 기분좋은 모습은 새로 건립되고 있는 노회찬의 집에서도 계속 이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임영탁 이사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수만 수십 만의 염원으로 다시 살아 났습니다. 아니 살려 내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간절한 염원, 재단의 헌신적 일꾼들이 죽을 힘을 다해 새로운 노회찬을 만들고 있습니다. 7년이 지났습니다.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 멀었지만, 아직 형체도 드러내지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회찬재단의 일꾼들과 어려울 때마다 성원을 아끼지 않는 회원들이 계심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전력을 다하는 분들을 그저 지켜 보기만 하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염치없지만 그래도 간곡히 바랍니다. 진보의 불씨를 꼭 다시 활활 되살려주시길….

정광필 이사
<노회찬의집>, <후원의밤>
을사년 한 해 대단했다. 재단은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회찬의 집 계약과 증·개축 공사,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과 후원의 밤 행사 개최, 게다가 사업을 줄이라는 이사회의 제언에도 예정된 그 많은 사업을 빠짐없이 감당하느라 너무 바빴다. 그 모든 것을 티 내지 않고 감당하는 재단 상근자들이 늘 짠했다.
어쩌다 감성돔 잡으면 불쑥 나타나는 칼잡이들이 채갔다. 올해는 0순위로 재단에 보내리라 별렀다. 지난 1월 14일 제주도에서 벵에돔과 부시리를 잡아서 재단으로 보냈는데 10여 명(그래도 먹을 권리를 주장할 만한 분들)이 잘 먹었지만 정작 상근자들은 일이 바빠서 거의 먹지 못했다. 한데 올 겨울 11월 말 태도 첫 출조에서 감성돔 55, 53, 50cm 등 20여 마리를 잡았다. 11월 이사회에 회를 떠 갔다. 회의가 깊어져 아쉽게도 몇 분이 못 드셨지만 같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조금이나 고생한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조승수 이사장
<노회찬의집 첫 번째 벽돌쌓기 행사>
아직 겨울의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2월17일, 창신동의 새보금자리의 공사 시작을 알리는 벽돌쌓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재단과 회원분들의 오랜 염원이 결실을 맺는 잊지 못할 날 이었습니다.

한새롬 이사
<노회찬정치학교 총동문회, 벽돌기금 모금>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노회찬정치학교 총동문회 '투명노총'이 (가칭)6411노회찬의 집 벽돌기금 모금을 함께한 과정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6411번 첫차를 타고 어둠 속에서 노동을 시작하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들, 우리 사회를 떠받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일에 동문들도 함께했습니다.
엠티에서 시작된 기부 경매는 동문들의 마음이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깊은 인상을 남긴 책, 소중한 애장품, 직접 쓴 책, 인연에게 받은 예술작품까지. 각자가 내놓은 물건마다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그것이 6411 정신을 잇는 벽돌로 바뀌었습니다. 경매 후에도 마음을 보태는 손길이 이어졌고, 2,641,000원이라는 '6411을 담은 숫자'를 만들기 위한 추가 기부도 있었습니다. 동문들이 함께한 이 과정은 투명인간과 연대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문들이 노회찬의 집에 바라는 점을 엽서에 적은 문구들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나무그늘처럼 너른 곳", "모두에게 평등한 곳", "약자들의 따뜻한 집". 정치학교에서 배운 노회찬님의 꿈이 각자의 언어로 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내년 봄 개관할 노회찬의 집, 그 곳에서 넘칠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들이 기다려집니다. 그 동안 정치학교를 통해 6411의 마음을 만난, 900 넘는 동문들과 모여 새로운 실천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투명인간들과 함께 하고픈 더 많은 분들과 그곳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정치학교를 통해 새긴 연대의 마음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공간, 우리가 놓은 벽돌 위에서 더 많은 꿈이 피어나는 집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