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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비] 6411 정신과 민주주의

행사 2024. 02. 20







 

한국 정치의 ‘마지노선 민주주의’를 ‘시민정치지성’의 발현으로 개혁하자!
- 박창규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


2003년 10월경, 기존 원내정당들이 집중적으로 정치현안을 다루는 국정감사에 대응해 당시 원외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이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진보 국정감사’를 개최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현실의 구체적인 현안에 이렇게 개입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모습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노회찬 의원은 끊임없이 타 정당에 뒤지지 않는 현안대응을 강조했다. 한 원로 정치학자는 노회찬 의원의 가장 큰 공로는 한국사회에서 배제된 사회 현안들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배경으로 노회찬재단 설립 초기부터 한국사회의 개혁과제를 공론화 의제로 만들고, 개혁방향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제를 논의함으로써 해당 개혁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노회찬포럼>을 개최해왔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월간 함:비 포럼>은 그러한 <노회찬포럼>의 새 모습이다. ‘함:비’는 “함께 맞는 비, 함께 만드는 비전”의 줄임말이다. <월간 함:비 포럼>은 앞으로 노회찬재단이 진보적 사회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분야별 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의 삶에 대해 진보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에게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2월 함:비 포럼은 노회찬의원의 6411정신을 통해 사회현안을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6411정신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노회찬의원의  6411정신에 담긴 ‘정치의 인문성’을 이해하고 복합위기 시대에 민주주의 위기와 민중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삶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를 토론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024 ‘이후’의 정치와 민주주의 : 인문성의 복원과 시민정치지성 발현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정치란 '문명' 공동체(polis)의 유지와 재생산을 통해 '나와 우리'의 삶과 해방을 위한 '실천'”이라고 정의했으며, 민주주의 위기의 핵심적 의미는 “주권자 지위의 훼손과 약화”인데 그 원인은 “정치의 왜곡과 실종에 의한 주권자들 '삶'의 방치, 갈등의 사유화에 따른 강자독식”이며, 그 결과 “주권자들이 ‘과잉주체’가 되어 숨쉬며(자신의 마음으로) 살 수 없는 처지, 反 해방의 현실/(자기) 억압의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김윤철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 본질인 '민'의 물질적 자원배분 결정권 신장의 문제는 방치하고, 형식과 절차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다가 결국 민주주의의 파탄을 겪게 된다는 의미”로 한국 정치는 ‘마지노선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김윤철 교수는 “시민정치지성의 발현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정 개인과 집단의 행태에 속지 않고 ‘구조’를 읽기! ▲삶의 현실, 특히 (교섭)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 다수 보통사람들의 현실을 읽기! ▲옳음의 강변이 아닌, 좋음의 실현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기!”를 강조하면서 노회찬 의원의 2012년 당 대표 수락연설을 인용했다. 

“내일 새벽에도 6411번 버스는 정해진 시각에 출발합니다. 수많은 투명인간들이 여전히 피곤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아직 우리는 없었습니다…”

김윤철 교수는 “지성의 현실성-실천성에 주목하기!”를 강조하며 “시민주도의 정치판 만들기는 ‘정치지성’의 발현”이고, “정치지성의 핵심은 첫째, 기성 정치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압력과 도전이 없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둘째, 그 압력과 도전이 제 정치세력의 혁신 경쟁을 촉발하는 데로 작용해야 한다. 셋째, 그 혁신경쟁의 결과는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 승패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시민주권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넷째, 시민주권의 투표권 행사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의 배분에 관한 정책결정권의 행사를 통해 구현된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날 포럼은 발표에 이은 세 명의 지정토론자의 토론과 참가자 토론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첫 번째 지정토론자인 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운동세력이 ‘6411 정신’이 호명하고 있는 계급 이하의 존재들과 소외된 노동의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노동계급 대표성’을 강화해야 하고, 둘째, 여성, 청년, 성소수자, 장애인, 불평등, 돌봄, 공공성, 직장 내 민주주의, 성차별, 노동안전과 건강 등 사업장 범위를 넘어선 문제를 노동조합 내부로 들여 놓아야 하며, 셋째, 민주당 정권 시기와 진보정당의 의회주의 정치에서 겪었던 오류에 다시 빠지지 않고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관건은 노동계급 대표성과 노동(조합)운동 강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 세력 강화이다.”고 강조했다. 

이동익 국장은 “노동존중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정치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 ‘6411 정신’이라면, 노동존중 사회가 정치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정당의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마무리 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윤민섭 녹색정의당 소속 춘천시의원은 “노회찬 의원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계승자들 역시 자신들의 6411번 버스를 찾아 타야한다. 선거 기간 중에는 제 약력을 보고서 노회찬 의원님을 이야기 하고 그리워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고 그때마다 노회찬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6411번 버스를 찾지도 행동프로그램을 만들지도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고 소회를 밝힌 뒤 “노회찬 대표님의 6411 연설 후 각 지역과 현장에서 헌신적인 활동도 있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수많은 6411번 버스를 찾아 나서는데 부족하였고 뱃지를 향한 권력투쟁과 국회 안에서의 정치활동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지역에서 6411번 버스를 찾기 위한 노력도 노회찬 정신을 이어 가기 위한 노력도 소홀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민섭 시의원은 “종종 노회찬 의원님이 그립다는 말을 전하는 시민들이 주변에 많기에 내가 속한 지역에서부터 노회찬의 6411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보자는 걸음은 이어가고 있다. 지방에서 다양한 정책과 실천을 통해 정치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고 토론을 마무리 했다.




세 번째 지정토론자인 이영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선임연구원은 “ ‘6411 정신’은 노회찬의원의 삶, 운동과 정치의 여정과 맞닿아 있고, 노회찬 의원에게 6411 연설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다. 따라서 ‘노회찬’ 없는 ‘6411 정신’은 아직까지 불완전하다. 즉, ‘탑승이나 연설’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궤적이 중요하다. ‘6411 정신’은 바로 구현되거나 다짐한다고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실천의 축적 과정을 거친 ‘산물’이기 때문에 여기서 ‘노회찬’은 개인 노회찬이 아니라 노회찬 정치를 실현하는 많은 ‘노회찬’들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영제 선임연구원은 “ ‘6411 정신’은 지속적인 성찰과 기본에 충실한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정치에도 유행이 있다. 진보정치도 이러한 유행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치적 선택들은 때로는 스스로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하기도 했다. ‘6411 정신’은 진보정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진보정치,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누구와 함께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지지를 쌓아가는 ‘탄탄한 기본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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