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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비] ‘지역사회 통합돌봄’,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평안한 삶과 늙어감을 누릴수 없는 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
- 박창규 노회찬재단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초반부에 'at the end of the day'라는 곡을 듣고 늙어감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 같은 삶을 묘사한 이 곡에서 배우들은 '하루의 끝남은 죽음의 가까워짐'이라고 똑 소리 나게 노래한다. "우리들은 죽기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고 "어느 누구도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 '삶과 늙어감'은 모두의 것이고 누구나 '평안한 삶과 늙어감'을 누려야 한다"고 자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평안한 삶과 늙어감을 누릴 수 없는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당연히 사회가 그것을 보장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있어야 하고, 그들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삶과 죽음의 공간인 지역사회(community)가 사회경제적 관계망을 통해 형성·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선진 국가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는 충분/불충분의 평가와 별개로 사회적 약자들이 주체 또는 객체가 되도록 하는 다양한 역할을 시도해왔다.
개인의 '삶과 늙어감'에 대한 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 형태 중 하나로서 '커뮤니티케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하 커뮤니티케어)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늙어감에 대한 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 형태 중 하나이다. 그것은 법과 제도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어소시에니션, 사회적경제 조직,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제공되는 '지역기반의 통합적 보건의료·사회서비스'를 그것의 수요자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커뮤니티케어는 영국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바람직한 목표이자 모든 정부 정책의 중심 기둥으로 지지를 받았고(Means. R 등, <Community Care: Policy and Practice>, 2008), 일본에서는 1970년대 한 지역 공립병원의 역할로부터 그 연원을 찾고 있다.(니키류,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정형선 편역), 2018)
▲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비전 및 로드맵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가이드북>, 2020.7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등장배경과 논점들
영국과 일본의 경험을 살펴보면,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돌봄 수요자의 증가 및 그들의 필요(needs) 증가, 시설 중심 돌봄 정책의 사회적 문제점, 돌봄 재원의 부족, 효과적인 돌봄 재정 지출 필요성 등을 계기로 제기되고 전개되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케어의 정의나 구체적인 정책내용에 대한 논의는 각 국별로 또 시기별로 다양하다. 또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이 국가적 차원의 하나의 돌봄 '시스템'인지, 지역의 정책 환경과 지역자원 조건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는 돌봄 '지역 네트워크'인지도 논점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와 사회서비스의 통합 방식과 내용, 통합돌봄의 매개자로서 돌봄 매니지먼트 기관의 설치와 돌봄 매니저의 법적지위, 그리고 이용자 주도성의 구체적 내용, 가족 등 보호자(carer)의 권리보장 방안 등도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논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선진 국가들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이 제기된 상황과 계기를 한국사회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고령사회 진입, 지역소멸 위험, 경제불평등, 사회적 차별실태, 의료기반의 지역불균형, 복지재원의 부족 우려 등에 비춰볼 때 한국사회에서도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정착이 시급하다. 한국사회에서 노인, 장애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사회가 돌보는 것에 대해 이론(異論)의 여지는 없다. 다만,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돌봄의 방법과 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사회의 초고령사회 전망과 사회적 돌봄 강화 필요성
한국은 2025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21%가 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35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인 노인 1,500만 명 시대가 된다. 더 중요한 건 2040년이 되면 전체 노인인구 중에 75세 이상 고령인구가 52.4%(898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통계청, 2023)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 2023.12.
또한,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4.4.18.)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4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65세 이상 장애인 비율은 53.9%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에 새로 등록한 장애인 중에서는 70대(21,074명, 24.4%)의 비중이 가장 컸고, 60대(1만8229명, 21.1%), 80대(1만6023명, 18.6%)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장애인 고령화 양상은 아래 그림 <등록장애인의 연령 분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65세 미만 장애인 중 발달장애(지적, 자폐) 비율이 21.2%인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의 사회적 돌봄 강화 필요성을 더욱 더 드러낸다.
▲ 등록장애인의 연령 분포(단위 : 명,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4.4.18.)
정부와 국회의 커뮤니케어 정책 추진과 사회적 과제
이처럼 한국사회가 책임져야 할 노인, 장애인 돌봄의 과제는 앞으로 점점 더 무거워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 장애인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어떤 방법과 시스템으로 수행해나갈 것인지 해법 찾기와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하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8년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커뮤니티케어)'를 구현하고자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운영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1단계 : 노인 커뮤니티케어)」를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제공기반 구축을 목표로 <1단계 (2018~2022) : 선도사업 실시와 핵심 인프라 확충>, <2단계 (2023~2025)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제공기반 구축>, <3단계 (2026년 이후)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보편화 단계> 등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고, 4대 중점 과제로 1) 주거 지원 인프라 대폭 확충 2)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실시 3) 재가 장기요양과 돌봄서비스 획기적 확충 4) 사람 중심의 민·관 서비스 연계와 통합 제공을 설정했다.
한편, 국회는 2024년 3월 노인, 장애인 등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을 제정했으며 2026년 3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정책 구상과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앞으로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사회적 과제도 담고 있다.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서비스 제공 지원 체계 구축', '재가 완결형 통합지원 연계 체계 마련',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통합지원 생태계 조성' 등이 그것이며, 그 핵심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지역사회 민간주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커뮤니티케어 서비스의 비영리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노회찬재단
노회찬재단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구체화와 그것의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배경으로 지난 8월 29일 <제6회 함께맞는비 포럼>을 열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과정 진단과 개혁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발표와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준영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의 지정토론 그리고 참가자들과의 종합토론으로 약 2시간 이상 열띠게 진행되었다.
무엇을 중단하고 무엇을 버릴지 불분명함을 보여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양난주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복지국가, 이론, 정책의 세 가지 차원에서 논의된다"며 "복지국가 차원에서는 △사회정책의 방향으로서 △탈시설? 의료+돌봄통합? 지역주도? 새로운 공급의 주체와 방식? 이라는 질문을 갖게 하며 △존엄한 돌봄 VS 공공서비스의 후퇴라는 쟁점이 있고 △재정감축 수단으로써 민영화·시장화, 소비자주의"라고 설명한다. "이론 차원에서는 △돌봄윤리 △젠더정의 △돌봄권/사회권 △돌봄노동 △공식돌봄과 비공식돌봄" 논의가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정책 차원에서 △사회(돌봄)서비스 공급전략 △사회복지전달체계 △커뮤니티케어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어떤 제도와 서비스가 필요한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양난주 교수는 2018년 이후 전개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추진과정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2019.6-2022.12) 배경을 다음과 같이 △인구사회적 변화 △제도적 배경 △인권적 배경으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이어서 양난주 교수는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추진방향은 "△(중앙정부) 제공기관 구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특색에 맞는 통합돌봄 모형 개발 △(지방자치단체) 지자체별 통합돌봄 모형 개발"이라고 소개한 후 "정부는 △탈시설화-지역사회 돌봄 △지역기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필요에 기반 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하고자" 했으나 "선도사업의 결과를 보면 △요양병원 장기입원 후 지역복귀 2.1% △시설입소자 지역복귀 1.5% △통합돌봄 창구 전담인력 1.04명 △방문진료, 방문재활·운동, 식사, 이동지원, 주거개보수, 지원주택,퇴원환자 중간주택, 퇴원환자 연계 등 부족한 서비스 △보건소 방문건강관리를 활용한 방문간호, 요양·돌봄서비스나 24시간 위기관리 보호 서비스는 대표적인 불충분한 서비스라는 결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양난주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커뮤니티케어 생태계 형성 : 정부 역할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과제
끝으로 양난주 교수는 "지역기반 돌봄사회 생태계는 정부가 핵심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는 가운데 개별 서비스 전문기관들의 연계를 보장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발적 네트워크, 비공식 돌봄, 협동조합 및 이웃의 연계가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역기반 사회서비스(돌봄)의 통합적 보장을 위한 과제로서 네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전체적인 사회서비스 제도와 급여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대상별 사업, 서비스 유형별로 분절화된 급여를 이용자 중심의 필요와 기능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실제로 할 수 있게 인력, 권한과 재정을 조정하고 책임 수행을 묻는 장치가 도입되어야하고 지역별 공급 격차, 형평성 보장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셋째, "고령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돌봄 인프라가 공적으로 확충되어야 하며, 신규 서비스는 공공성, 비영리성, 지역성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공급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서비스 보장에서 개별화원칙이 지켜지고, 필요에 맞춤한 서비스가 연계되도록 하는 적정기준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재정측면에서는 실체가 없는 사업"
이어서 첫 번째 지정토론을 한 김형용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1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4년간(2019~2022년) 총예산은 국비 613.6억 원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름만 바꾼 '지역사회 보건·복지 연계 재가서비스 체계 구축' 사업에 2023년 국비 42억 원, 2024년 68.8억 원만 편성하였다"며 "2024년 강원도는 현금복지 육아기본수당으로 도비 전액 1194억 원을 예산으로 편성했고, 서울시는 스마트워치를 제공하여 건강정보를 수집하게 하는 손목닥터 사업에만 735억 원을 편성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복지와 비교해도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예산 편성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사실상 거의 없다. 즉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재정측면에서는 실체가 거의 없는 사업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형용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 목표는 누구나 결국에는 혼자 남게 되는 사회,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다가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회보장 전략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공공인프라 확대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 임금과 수가 인상은 보장성 확대와 상충하지 않는지, 어떻게 책임성을 갖는 인력을 확보할 것인지 등 그 어느 하나 이행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역사회역량, 네트워킹, 사회자본과 같은 자조적 역량만으로 돌봄을 하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렇게 하면 폭증하는 돌봄수요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사업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돌봄에 대한 비윤리적 태도부터 벗어나야"
끝으로 김형용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금 누가 돌봄을 부담해야 하는가와 관련해서 돌봄 비용을 남이 대거나 돌봄 노동도 남이 하게 하는 비윤리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돌봄 재정 문제(시장의 민간보험 확대), 돌봄 노동 문제(외국인 노동자 고용 및 최저임금 적용 제외 등)를 낳고 있다. 돌봄에 조세를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돌봄 예방정책으로 노인에게 소득 및 일자리 보장, 가족 돌봄에 대해 전국민 고용보험을 통한 가족돌봄 휴가제 도입, 민간에 서비스 공급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사회서비스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함께맞는 비 포럼 현장 ⓒ노회찬 재단
"커뮤니티케어의 주체로서 사회적경제 기업을 키워야"
두 번째 지정토론을 한 박준영 부이사장은 "커뮤니티, 지역사회 공동체는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 차원에서 사회정책 자체가 부재하거나 부족하고, 돌봄이 국가나 사회의 외부에 있게 되면, 돌봄은 노인장기요양처럼 시장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통합돌봄 영역에서 지역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를 키워야 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내부적으로도 자립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도 정부 지원체계에만 의존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영 부이사장은 "지난 정부의 통합돌봄은 의료 영역이 심각하게 부족했고,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여전히 시설 중심이다. 노인장기요양의 재가장기요양이나 요양시설은 인간의 존엄과 돌봄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또,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경험한 결과 기존 병원 중심 외래진료 의료시스템을 통해서는 통합돌봄 이용자들의 의료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 2016년부터 요양원 촉탁의 제도, 장애인 주치의 사업, 방문진료 사업, 노인요양 재택의료사업 같이 의사나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확대되고 이것이 통합돌봄, 즉 의료와 복지가 만나는 데 역할을 했다"며 "방문의료사업을 22년째 해오고, 2016년부터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공급활동'을 해온 결과 조금씩 행정과 민간 복지영역으로부터 의료사협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그 결과 의료사협의 자원을 토대로 복지와 연계하고 주거, 영양, 교통 등 사회서비스와 복지자원을 연계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활동을 소개했다.
"사회복지사의 케어 매니저 역할 확대가 의료와 복지 자원 연계에 기여할 것이다"
끝으로 박준영 부이사장은 "지역사회에서의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한데 중앙정부의 선도사업을 통해서는 그것이 힘든 것 같다", "제도적 문제와 관련해서 의료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사, 케어 매니저 필요성이 큰데 그와 관련된 재원을 현행 수가 제도나 시스템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문제도 개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의료와 복지 자원 연계도 가능하고 지역사회에서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해서 비영리적 가치, 공익성, 공공성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역에서 많이 생겨나야 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다양한 지역자원을 연계해서 아름다운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함께맞는비 포럼을 통해 자본주의 선진 각국의 커뮤니티케어 정책실행 경험과 이론적 논의를 전제로 한국사회에서 실행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실상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현재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당국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선무당'이라 할 수 있겠다. 기존의 사회서비스 내용과 전달체계, 투입재원 규모를 그대로 놔둔 채 간판만 커뮤니티케어로 바꾸는 '흉내내기식 정책 추진'으로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재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강조했듯이 서비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지역사회 기반 보건의료+사회서비스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중심 역할을 분명히 한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어떤 돌봄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 돌봄 윤리를 분명히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서비스 공급 구조를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 서비스 공급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 개혁과 전문인력 양성에 우선적으로 과감한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돌봄의 시장화를 막고 민간 영역의 비영리 사업주체인 사회적경제 기업의 육성 전략이 동반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사회적 돌봄의 무게를 지속가능하게 짊어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노회찬재단이 주최하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분야별 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 삶의 실태에 대해 진보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과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운동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같은 내용으로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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