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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읽어보는 노회찬의 6411 버스 연설

이슈페이퍼 2019. 10. 31

평등과 공정 4호 다운받기 (PDF)

노현석 타이니랩스, 데이터 애널리스트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거리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6411 버스의 전신은 62-1번 버스다. 1983년 신설된 노선으로 신길동을 출발해 고속버스터미널과 대치동을 연결했다. 80년대 강남이 확장되면서 노선은 개포동까지 연장됐다. 2004년 서울버스 개편 당시 노선은 유지한 채 편명만 변경되었다. 6411버스는 개포동 주공 2단지에서 회차해 다시 거리공원으로 돌아오기까지 52.9km를 226분 동안 달린다. 28대의 버스가 배정되어 있고 하루 104회 운행한다. 하루평균 15,775명의 승객을 싣고 달린다. 연인원 575만 명이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 만에 신도림과 구로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9호선이 연장되면서 6411번 버스 승객은 감소하는 추세다. 정체 구간이 포함된 노선이라 배차시간 불규칙하고 느린 이유가 크다. 2018년에는 2대가 줄어 현재는 28대만 운행 중이다. 그러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대 승객은 증가했다.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기점인 가로수 공원에서 대림역 구간 승객은 지난 4년 사이 60% 가까이 늘었다. 반면 운행횟수는 평균 7회에서 5회로 감소했다. 6411버스의 혼잡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8월부터 새벽 4시 첫차를 두 대 동시편성 했지만 혼잡도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서울버스의 좌석은 대개 27석이다. 서울시 교통 당국은 27명 이상이 탑승하면 만석인 상태, 40명 이상이 탑승하면 적정 인원을 초과해 혼잡한 상태라고 판단한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411 버스의 4시 30분 이전 혼잡 구간은 7곳이었다. 연설처럼 구로시장 정류소에서 이미 만차가 될 뿐만 아니라 승객이 늘어나는 5시 전후까지 혼잡도는 증가한다. 주변 지하철역 첫차가 운행하는 5시 30분이 지나야 혼잡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 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 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6411 버스 새벽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연설뿐만 아니라 여러 기사를 통해 소개됐지만 인구사회학적 데이터나 실증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시는 ‘경로우대 교통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버스는 경로우대 할인이 없으나 환승이나 지하철 이용을 위해 ‘경로우대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버스 탑승객이 많다. <표 4>는 ‘경로우대 교통카드’ 사용자의 비율을 보여준다.  4~5시 사이 65세 이상의 탑승자 비율이 30% 이상이다. 특정 시간대에서는 50%를 넘기도 한다. 경로우대 탑승자는 지하철이 운행하는 시간대부터는 급격히 줄어들어 이후 3~10% 수준을 유지한다. 구로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5%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환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벽 첫차의 승객은 대부분 구로동, 신길동, 노량진동에서 출발했다. 최종 목적지는 역삼동, 논현동이었다. 신길역에서 하차해 640번 버스로 역삼동 강남역에서 하차하거나 환승없이 논현동 일대에서 하차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차는 반포동 고속터미널 정류장이 많았으나 대부분 환승을 통해 신사, 서초, 교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음으로는 남구로역과 대림역에서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환승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구직을 위해 찾는 구로 새벽 일자리 쉼터나 대림동 인력시장이 목적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 일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을 받는 이 분들이야 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2012년 한 달에 85만원을 받던 투명인간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발표된 데이터나 연구는 없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정보를 통해 이 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7월 강남 3구에 올라온 미화원 일자리를 분석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174만원 전후의 임금을 받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균 132만원에 불과했다. 주당 5.4일을 출근하기 때문에 174만원 보다는 높아야 하지만 월급이 낮은 이유는 노동시간이 짧고 휴게시간이 긴 탓이었다. 하루 평균 5.2시간을 일했고 1.5시간의 휴게시간이 제공됐다. 근무시간 쪼개기와 휴게시간 늘리기가 만연해 있었다. 

단기 일자리지만 주 5일 출근이라면 약 7.8시간을 직장에 머물러야 한다. 2012년 최저임금은 4,580원이었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 2012년보다 82%상승했다. 그러나 투명인간들의 월급 85만원은 82% 인상된 154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6411 버스만이 아니다. 새벽 4~5시 투명인간들을 싣고 달리는 서울버스 노선은 278개. 전체 노선 650여 개 중에 절반에 가깝다. 그중 오전 4~5시 사이 승객수 상위 10개 노선은 다음과 같다. 이 버스들은 서울 외곽인 구로,금천, 노원, 중랑 등에서 여의도, 종로, 광화문, 강남 등 도심으로 향하거나 주변 인력시장으로 향하는 버스들이다. 하루 평균 2만 명이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간 새벽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이번 기고는 비교적 간단한 데이터를 가지고 전체적인 조망을 하는 데서 그쳤다.

다음 기회에는 환승데이터와 교통카드 이용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추가 분석을 하고 투명인간의 하루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투명인간들을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보도록 하겠다.



노현석
전) 노회찬의원실 비서 (17대 국회)
현) 타이니랩스, 데이터 애널리스트
bildung@gmail.com

* 노회찬재단 이슈페이퍼 「평등과 공정」은 우리사회 정치, 사회, 경제 분야
쟁점 현안에 대한 핵심 내용과 개혁과제를 담아 수시로 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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