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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불평등 해소를 위한 상상력

이슈페이퍼 2019. 08. 30

평등과 공정 3호 다운받기 (PDF)

김정진 변호사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자산불평등에서, 자산불평등은 부동산 소유 불평등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2014년 소득의 불평등(지니계수)에 기여한 소득을 원천 별로 나누면 노동소득은 –35%, 자산소득은 79%, 기타소득은 56%만큼 소득불평등에 기여한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정부조치가 있었지만 아래 통계를 보면 자산, 특히 부동산 불평등은 수 십 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9년에 공개된 통계에 의하면 상위 5%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 중 65.2%를, 10%가 76.9%를, 상위 25%가 90.8%를 보유했다. 그런데 2017년 건설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이 수치는 각각 61.9%, 77.1%, 93.8%가 되었다. 상위 1%의 보유면적은 하락했지만 상위 10% 및 25%의 보유면적은 증가하였다. 특히 30년간 토지공개념 시행, 보유세, 양도소득세 강화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러 정책 시행으로도 토지불평등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또한 2017년도 보급률은 103.3%에 달하지만 무주택가구가 전체가구의 44.1%이어서 세대의 절반가까이가 집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보유 가구 수 중 3호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세대의 비중이 2015년 2.0%에서 2017년 2.3%로, 10호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세대의 비중이 같은 기간 0.63%에서 0.73%로 상승하는 등 주택소유의 불평등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자산의 불평등 또한 심각하다. 유승희 의원이 2017년 귀속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 자료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7년도 배당소득은 19조 6,000억원이었는데, 상위 0.1% 9,000여명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약 9억 6,000만원, 상위 1% 9만 여명은 1인당 평균 1억 5,000만원씩 받아간 반면, 하위 50% 460만 여명은 1인당 평균 6,000원을 받는데 그쳤고, 상위 0.1%가 전체 배당소득의 45.7%를, 상위 1%가 69.1%를, 상위 10%가 93.9%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자소득은 13조 8,000억원이었는데, 상위 0.1% 5만 여명은 1인당 평균 이자소득이 약 4,800만원, 상위 1% 50만 여명은 1인당 평균 약 1,200만원씩 받아간 반면, 하위 50% 2,622만명은 1인당 평균 1,000원을 받는데 그쳤다고 하며, 상위 0.1%가 전체 이자소득의 18.3%를, 상위 1%가 45.9%를, 상위 10%가 90.8%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주식 및 예금 등 자산의 불평등도를 추단할 수 있는 자료로 배당은 회사실정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루어지는 반면 이자지급은 시장금리에 기초하여 지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히 이자소득 자료는 이자소득이 과세되는 예금 등 금융자산의 불평등도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산불평등은 완화될 기미가 없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 조세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약한 확장적 재정정책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자산불평등을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완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제도개선을 해 나간다면 이는 결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고 하겠다. 아래와 같은 제도는 도입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1) 국민들의 최소 자산 형성권 보장

국민들의 최소 자산 형성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일정한 주거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보유하여야 할 자산의 최저선을 정하고 국가는 국민의 최소 자산형성을 위해 적극적인 배분정책을 사용하여야 한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순부유세(Net Wealth Tax)를 도입하고, 해외이전기업에 대해서 기업 창립 시기부터 해외이전 시기까지 받은 법인세 감면액수를 현가화해서 일정 액수를 환급받아 이를 재원으로 전 국민의 최소자산형성을 지원하여야 한다.   


2) 토지 및 주택 소유상한제 도입

1988년 도입되었던 토지공개념 중 택지소유상한제를 전 토지 및 주택으로 확대하여 토지는 일정한 면적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은 원칙적으로 1주택, 예외적으로 2주택을 초과하는 경우 매각하도록 하고 계속 보유할 경우 공시가격 대비 매년 10-20%의 부담금 내지 과징금을 부담토록 하여 토지 및 주택의 균등한 소유를 목표로 한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토지와 주택이 자산 및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유상한제는 현재에 필수적인 정책이다. 주택에 대한 민간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시장의 상황과 경제사정을 반영한 공정시장임대료를 받아들이는 경우에 한해서 토지, 주택 상한제에 대한 예외로 인정한다. 


3) 국민연금가입자의 국민연금 보유 주식에 대한 지분권 인정

국민연금기금이 소유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 주식에 대해서 국민연금가입자에게도 일정한 지분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지분권이 인정될 경우 상법상 소수주주가 기업에 대해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준하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국민연금가입자는 지분권자로서 국민연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인하여 가지는 소수주주권 행사를 자신의 지분만큼 국민연금에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그 행사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예를 들어 중대한 불법을 저질러 그 이해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 손실이 국민경제에도 미치는 사안의 경우 국민연금가입자는 국민연금을 상대로 해당 회사에 대해서 주주총회소집, 주주제안권 행사, 이사해임, 회계정부 열람, 특정 행위의 중지, 주주 대표 소송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투표와 같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민연기금이 이를 행사토록 하는 방법이다.


4) 노동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우선매수 특례 인정

기업이 도산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 처하여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에게 그 기업을 우선매수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세제, 금융지원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퇴직금채권은 최종 3년간만 우선적으로 보장되며 지급이 안 될 경우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기업이 도산 상황에서 나머지 퇴직금 채권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실상이다. 만약 노동자들이 퇴직금 채권을 기초로 하여 해당기업을 인수하고자 한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인정해주고 이를 위한 세제, 금융지원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5) 지역주민들에게 개발사업으로 인한 배당권 인정

현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지역의 공유자산이 투입된 각종 개발사업의 이익은 지역주민들에게 전혀 배분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주민들이 부담한 세금과 지역주민의 공유자산으로 사업이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은 제도다. 따라서 일정한 규모의 국가 및 지역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나 그 사업에 지역주민의 협력 내지 공유자산이 필수적 기여를 한 경우 지역주민들은 해당 사업으로 인한 이익의 일부를 배당받을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실제로 제주도의 경우 지역의 공유자산인 풍력을 사용한 풍력발전사업자에게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역주민에게 기금 형태로 배분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지역주민들에 그 직접적 이익을 현금 내지 현물로 배당받을 수 있는 배당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지금은 새로운 질서를 고민할 때다. 자산 재분배는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며 이미 제헌헌법에서부터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여야 할 이상으로 명시되어 있던 것이다. 농지분배로 봉건제의 굴레에 신음하고 있는 농민들을 해방시켰듯이 새로운 형태의 자산재분배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자산가의 압제 및 생존의 위협에서 해방시킬 때다.



김정진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peoplelaw1@gmail.com

* 노회찬재단 이슈페이퍼 「평등과 공정」은 우리사회 정치, 사회, 경제 분야
쟁점 현안에 대한 핵심 내용과 개혁과제를 담아 수시로 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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