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후원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노회찬재단은 지난 11월 12일, 이사회를 통해 김형탁 신임 사무총장을 만장일치로 선임한 바 있습니다.

이에 후원회원 여러분께 소식지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의원님과의 인연, 신임 사무총장이 그리는 재단의 미래, 후원회원 여러분에 대한 당부 등이 담겨있습니다.

본 글의 제목에 담겨있는 마음이, 곧 재단의 마음과 같습니다. 김형탁 사무총장과 함께, 후원회원 여러분께 더 다가가는 노회찬재단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1. 후원회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크게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라 재단 회원 중에 저를 알지 못하시는 분이 대부분일 거라 봅니다. 총장에 선임되기 전 저는 자그마한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또 서울의 봉제노동자들이 공제조합과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을 돕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활동을 하였습니다. 열거하자면 1993년 흥국생명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2000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그리고 2002년에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일하였습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였으며, 민주노동당 대변인과 부대표, 진보신당 사무총장, 그리고 2015년에는 정의당 부대표를 맡아서 활동하였습니다. 2017년부터는 정당 활동은 하지 않고, 또 다른 영역에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봉제인공제회를 만드는 일은 그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이후 노동공제회로 확대하여 노동조합으로 쉽게 모일 수 없는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였습니다. 재단 사무총장 제안을 받고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비추어보아 조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었던 생전의 노회찬의원을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기로 하였습니다. 책임은 무겁지만 일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할 생각입니다.


2. 노회찬 의원님과의 인연을 정리해주신다면?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기 전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의 이름으로 매일노동뉴스를 발간할 때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단위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고 있는 시절이어서 직접 뵙지는 못하였지만, 과거의 활동에 대해서도 듣고 또 매일노동뉴스를 받아 보았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일을 직접 같이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후였습니다. 2002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맡으면서 노동자 후보 발굴, 전국농민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같이 하였습니다. 진보신당 시절에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공동대표를 하고 있을 때, 동네에서 장사를 하다 사무총장으로 불리어 올라가 당 통합 작업도 함께 하였습니다. 정의당 시절 사회민주주의 포럼을 만들었는데, 노회찬 의원께서 마음으로 큰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생전에 정의당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어 직접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하여 큰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3. 인연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한 장면을 소개해주신다면?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 두 가지가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노회찬의원을 비롯하여 몇몇 동지들과 함께 바다낚시를 간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낚시를 잘 하지 못하는 바다낚시를 초대받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 기억이 있습니다. 늘 심각한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자연을 접하며 쌓은 정은 비록 많은 대화가 없더라도 깊이 남게 되니까요. 그런데 노회찬의원은 바다낚시에서도 참으로 진지하시더군요. 손끝으로 전달되어 오는 감각을 놓칠세라 낚싯줄 잡은 손에 공력을 쏟는 그 진지한 표정은 잊히지 않네요.

힘들었던 기억은 2017년입니다. 아마 이때는 노회찬의원도 아주 힘들었던 시기였을 겁니다. 노회찬의원의 정치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오재영동지가 세상을 떠난 때였거든요. 오재영은 저의 후배이기도 합니다. 제가 힘든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겠지요. 아무튼 저도 그 때 이후로는 정당 활동을 떠나 살았거든요. 그 당시 심정을 자세히 말하기는 좀 어려워서 생략하겠습니다.


4. ‘노회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노회찬의원은 촌철활인하는 분이셨습니다. 통상 노회찬의원을 촌철살인의 명수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는 짧은 말 속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노회찬의원은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신경 쓰는 사람은 평상시에도 말수가 많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으셨지요. 그러니 그분의 말씀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공격하여 자기를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일로 상처 받은 이들의 슬픔을 짧은 말로 때로는 폭소를 일으키는 말로 드러낸 것이지요. 그분의 말씀을 듣고 많은 이들이 통쾌해도 하고, 미소를 짓게도 하게,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였으니 촌철활인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5. 사무총장직에 대해 처음 연락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우선 노회찬재단에서 저를 기억해주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2년 이라는 기간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고, 그러다 보니 예전의 동지들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지내왔거든요. 그러나 기쁜 마음과는 별개로 제가 급하게 진행하고 있던 일들이 많아 역시 그 자리는 나의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총장 후보로 복수 추천되었다고 하니 그분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나 더욱 훌륭한 분일 터이니 욕심을 내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이사장님께서 강하게 추천해 주시고 또 같이 추천되신 분도 흔쾌히 저에게 권유하셔서 최종적으로 단독으로 이사회에 추천되었습니다. 총장을 맡았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그런 만큼 일을 맡은 동안 재단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놓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6. 사무총장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노회찬재단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분명히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비영리조직으로서 재단의 목적과 사명을 분명히 하는 작업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회찬재단은 추모사업에 그치지 않고 노회찬의원에 대한 추모의 힘을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재단이 다양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많은 이들이 리더라 자칭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겸손하면서도 세상을 바꾸어 낼 힘을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리더들을 많이 발견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로 노회찬 의원의 사상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일반 시민들이 가깝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겠습니다. 출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 대한민국의 비전과 길을 찾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길은 학자들의 연구에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도록 하는 일이 재단이 해야 할 일입니다. 6411번 버스 안의 목소리처럼 작은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증폭하여 모두에게 울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재단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재단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갖다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합니다. 네트워크의 매듭처럼 재단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시도와 노력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너무 큰 이야기만 했네요. 당연히 사무총장이니 당장 2주기 이전에 후원회원을 1만 명으로 만드는 일이 제 임무입니다.


7. 재단 설립 1주년 앞두고 대규모 설문조사 계획을 발표하셨는데, 그 의미와 목적은?

설문조사는 재단의 미션과 사업계획을 충실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지난 1년간은 재단을 설립과 1주기 기념사업 추진, 그리고 노회찬의원의 어록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2020년부터는 재단의 미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의 재단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지금 회원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분들을 회원으로 모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회원과 일반 시민들이 노회찬재단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습니다. 설문조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그룹별로 노회찬재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중적으로 들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8. 마지막으로 후원회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노회찬재단의 회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노회찬재단의 회원이라는 사실 하나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자부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재단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겠지요. 재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