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8호) 떠나고 더 소중하게 기억되는 그 이름 (노옥희, 울산광역시 교육감)
저와 노회찬 대표와의 인연은 짧은 진보정당 활동을 통해서입니다.
어렵게 진보신당을 창당하여 대표님은 공동대표에 이어 대표를 맡으시고 저는 울산시당 위원장을 맡았었죠. 창당 전후에 요청드린 강연회와 미포조선 문제 해결을 위한 굴뚝 농성 지원, 시당사무실 개소식 등으로 울산에 오셨고, 특히 전 당원의 힘으로 원내정당을 만들었던 북구 재보궐 선거 당선 축하 자리에서 빗자루 기타를 연주하시던 멋진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진보정당을 꿈꾸고 이끌어가셨던 대표님의 노력에 비하면 뭐라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2008년 총선과 2010년 단체장 선거에서 대표님과 저를 포함한 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한 사람들은 모두 낙선하였고, 특히 단체장 선거에서는 야권단일화에 함께하지 않아서 많은 마음고생을 했더랬죠.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들입니다.
7년 정도의 진보정당 활동과 후보 출마를 통해 가난한 진보정당 활동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를 늘 생각합니다. 평생을 함께한 동지들과 어렵게 만든 당을 뒤로 하고 떠나신 대표님의 심정을 헤아려 보며 마음이 아려옵니다.
이런 공적인 인연들과는 달리 저는 대표님과 개인적으로는 그리 가깝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이 떠나시고 나서야 대표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대표님이 안 계신 지금 정치인들이 험악하게 쏟아내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들을 접하면서 대표님의 품격있는 말들이 그립습니다. 한 사회나 개인의 품격이나 수준은 사용하는 언어에서 드러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촌철살인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매력적인 말씀들은 우리의 자부심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특히 촛불이후 우리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대표님의 부재가 더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대표님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진 사람만 살아남는 정글의 세계에서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 여성, 장애인, 소수자와 함께하는, 여성의 날 장미 한송이, 대통령 부부에게 책 한 권 선물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정치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분들에게 따뜻한 손길 내밀어주신 대표님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 저도 교육감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합니다. 매 순간마다 어떤 원칙과 태도를 가질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책벌레로 불릴 만큼 독서광이셨다죠. 어려운 가운데서도 첼로를 배우게 한 부모님이 계셨고요. 고등학교 때는 유신반대 민주주의를 함께 외치던 친구가 있었고요. 대표님을 보면서 한 사람이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는 이와같은 좋은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만 특별히 주어지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가능성이 있는 교육, 교복입은 시민, 또 다른 노회찬의 성장을 위해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