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10호) ‘노회찬’으로 찧고 까불던 나 -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노회찬’으로 찧고 까불던 나, 노회찬 재단 후원회원이 되다
-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장)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노회찬을 잘 모른다. 노회찬의 말, 노회찬의 생각을 가까이에서 만지고 느껴보지는 못했던 내가 그의 이름 석 자를 쓰게 되면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리고 더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노회찬’이라는 이름 석 자를 두고 찧고 까부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나는 노회찬과 함께 같은 정당에 몸을 담기도 하고 언제나 그가 리더였던 시절에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풀뿌리 지역 활동도 했던 사람이다. 그는 이미 ‘스타정치인’이었고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정치지망생이었다.
“직접 만나면 노회찬이 얼마나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아?” 이것이 나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달변가였던 그에게 사람들은 당연히 활달한 성품을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노회찬은 늘 생각에 잠겨 있다 묵직한 말을 한마디 던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수줍음을 탔다.
나는 국민들이 잘 모르고 기대하지 않았던 노회찬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노회찬도 의외의 면이 있으며, 그도 다채롭고 장단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늘 색안경을 끼고 나를 대했기에 모두가 다 아는 ‘스타정치인’을 놓고 갑론을박하며 나를 보호하고 이해받을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저 말은 정치를 하고 싶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노회찬이 선거기탁금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 알아?”
“심상정과 노회찬 두 명이 망원시장 유세를 오면 차이가 뭔 줄 알아?”
난 여전히 그를 두고 찧고 까불고 있다. 그리고 이제 정치지망생이 아닌 그냥 정치인이다.
“노회찬은 첼로를 켰어”, “노회찬은 미식가였어.” 우리 속에 누구나 노회찬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천가지 색깔을 가지고 노회찬을 만나면서 각자의 노회찬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정치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노회찬재단 회원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당을 가입하고 풀뿌리 지역활동을 해나가는 내내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늘 회자되었다. 나는 진보진영이 ‘스타정치인’을 가진다는 것에 감격스러워 했지만,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혹여 한 명의 리더가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다. 그래서 가장 사무치는 것은 그에게 늘 너무 인색했다는 점이다. 내 앞에 길을 닦아 주고, 온몸으로 비를 맞을 때도 “고생해주세요”라는 말은 해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많이 하지 못했다. 늦게 알게 되어, 표현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미처 전하지 못한 고마움의 마음은 노회찬 재단을 통해 자주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