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12호) 6411 (장원호, 6411번째 재단 후원회원)

재단활동 2020. 04. 29




 

 영광의 6411번 회원입니다. 재단에서 연락이 와 6411번째 회원이라며 짧은 글을 하나 요청 하셨습니다. 기고의 경험도 없거니와 글재주도 부족한 제겐 아무리 편안하게 쓴다 해도 막연함이 앞섰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했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참고할 만한 글은 하나도 없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각자의 노회찬에 대한 추억, 그리움에 관한 글들이었습니다.

‘나는 노회찬과의 추억이 뭐가 있지?’ 하며 자문해 봤습니다. 노의원님이 강연할 때 강당 구석에서 귀를 쫑긋 세웠던 것? 아니면 텔레비전에 출연한 노의원의 발언들을 찾아보던 것?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과 대통령감의 정치인 얘기하며 노회찬을 응원했던 것? 뭐 이런 짝사랑 같은 기억만 납니다. 가까이 가진 못하고 저기 뒤에서 일방적인 응원만 했었습니다. 짝사랑 맞네요.

그런데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생각하면 괴로운’ 것이 아닌 ‘괴로울 때 생각’하는 사람이랄까요. 무거운 결정을 앞두고 혹은 마음이 어지러울 땐 ‘노회찬이라면?’ 하고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생계 문제와 이직의 결정을 앞두고도 그런 물음이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인터넷 언론사에서 근무합니다. 거의 매일 보고 듣게 되는 불편한 경험과 불의한 소식들에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어떤 때는 용기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어떤 때는 작은 실패에도 무력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 마음이 어지러워 어려울 때만 찾는 그 분을 또 불러봤습니다. ‘노회찬이라면?’ 부르다 보니 더 그리워져 재단 홈페이지까지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아쉬울 때만 찾아뵙는 것이 죄송스러워 살짝 흔적을 남겨두고 나왔습니다. 그 때 남겨놨던 작은 흔적을 이렇게 큰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니 앞서 소개드린 대로 대단한 영광입니다.

언젠가 또 뵙고 사진 한 장 남기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추억을 되살릴 사진 한 장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릴 만한 것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며 그린 6411번 버스 그림입니다. 제 자신은 지겹도록 봐온 그림이지만 제가 노회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때라 생각되며 이 글과 함께 보내 드립니다.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노회찬의 어떤 모습을 담아야 할까? 무엇이 노회찬을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노회찬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등을 고민했었습니다. 고민과 함께 노회찬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꽃과 함께하시는 마음을 담을까? 아니면 첼로를 키면서 문화적 소양을 보여주신 모습? 용접공으로의 모습도 좋고 낡은 구두 한 쌍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들이 필요로 할 때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히신 그 말씀이 가슴에 남아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던 그들을 싣고 새벽을 달리는 버스를 그리겠다고 정했었습니다. 글을 쓰며 다시 보는 수락연설 영상에 또 다시 코 끝이 찡해집니다. 이제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분이지만 마음 속으로 그려보면서 바라신 세상이 가까워지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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