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14호) "그대의 꿈은, 이제 우리의 꿈입니다"
의원님, 죄송합니다. 오늘도 발길을 돌립니다....
사실 저는 의원님을 뵐 면목이 없어, 매번 마석공원 입구에서 차를 돌려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저는 마석에 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노동조합 상근 사무국장을 6년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 간부인데 노회찬의원님이랑 사진 한 장은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찾아뵈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현장에서든 인사하고 악수할 사이가 되면서 우쭐우쭐 대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았습니다.
과시를 위해 의원님을 뵙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은 꼭 있어야 된다. 어디서든지 그림자처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게 십 수 년 전 의원님과의 시작이었습니다.
늘 이순간이 생각납니다. 삼성 X파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마들연구소에 계실 때 차 한 잔 청하려고 찾아뵈었는데, 그 추운 겨울날 석유보일러도 켜지 못하고 두꺼운 검은색 파카를 입고 계셨습니다. 인사드리러 들어가니 그제야 석유보일러를 켜시던 모습이..... 병원 장례식장을 가득 채운 조문객을 보면서 제 자신과 상황이 너무 미웠습니다. 의원님이 정말 힘들었을 그때, 시간 지금 이 사람들이 한마디씩만 힘을 주었다면..... 그때 나는 왜 의원님을 더 잘 모시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의원님,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현장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의원님이 꿈꾸시던 세상을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 늘 반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동작구 보궐선거 당시 선거사무실에 걸었던 걸개그림입니다. 당과 국민의 부름이라면 한 번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응하셨던 의원님! 「불의와 싸우는 서민의 벗」 이게 의원님이 바라던 정치, 꿈 이셨죠. 불의와 싸운다는 게 말이 쉽지, 모든 걸 버리고 희생한다는 게 글이 쉽지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의원님은 늘 웃으며 하셨죠. 의원님에게 정치란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한 수단 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흔한 정치인들처럼 그 힘이 목적이 아니셨던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셨기에 더 존경스럽고 그립습니다. 이슈 때마다 ‘의원님이 계셨다면 무슨 판단을 하셨을까?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라고 찾게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노회찬재단준비위원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연락을 받고 1초도 망설일 수 없었습니다. ‘그대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될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오늘, 소식지 <민들레>에 후원회원 이야기에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하루 종일 ‘멘붕’이였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자문이 계속되었습니다.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곳에서 가장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신 의원님처럼, 내가 처한 위치가 어디이든 지금 할 수 있는 실천을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이 더욱 강해지는 하루였습니다.
함께하고 있는 노회찬재단과 회원분들게 감히 제언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우리의 꿈으로 항상 함께하고 있는 ‘노회찬’을 더 큰 ‘생산’의 모멘텀으로 키워나가자는 것입니다. 의원님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을 뛰어 넘어 노회찬의 정신, 노회찬의 꿈을 현실에서 우리가 이뤄낼 수 있는 사업을 강화 하자는 취지입니다. 의원님을 오랜 세대 이어나가가 위한 평전제작과 자료취합, 의원님이 실천하신 정치와 운동의 철학을 발전시킬 포럼·정례세미나·교육활동, 7천여 명의 회원들이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채널운영 등입니다. 물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각각의 한계점을 뛰어넘고 싶은 개인적 욕심이 있기에 제언함을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의원님께 정말 하고 싶었던 말씀을 드리며 글을 줄이려 합니다.
단발 양복에 찢어진 가죽을 꿰맨 구두가 다 닳도록
실천으로 모든 열정을 쏟아내셨던 의원님!
이제 더 이상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이제 우리가 그대의 꿈을 이뤄낼 것입니다.
이제 그대의 꿈은 우리의 꿈입니다.
이제는 마석으로 웃으며 찾아뵙겠습니다.
최필경 (후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