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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17호) 문화인 노회찬 - 노회찬의 배고픈 자들을 위한 인문학

재단활동 2020. 09. 29





노회찬의 배고픈 자들을 위한 인문학


2017년 5월19일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황현산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각각 선물했다. 노회찬이라는 비범한 정치인에 의한 ‘문화적 사건’은 곧바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그 후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밤이 선생이다]는 이른바 ‘차트 역주행’을 하며 서점 진열대의 앞 줄에 다시 불려 나오게 되었다.

노회찬이 깊이 있는 교양(Bildung)을 갖춘 문화인이기 때문에 정치인 노회찬이 일으킨 문화적 사건은 그 의미가 가볍지 않았다. 노회찬은 그해 2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해 세 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좀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강추!”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노회찬의 소개로 그 책을 읽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문화인 노회찬은 엄청난 독서가이자 문필가로 다가왔다. “토지를 많이 소유하는 사람보다 <토지>를 많이 읽는 사람이 더 부자입니다”라는 그의 위트 넘치는 말처럼 그는 욕심 많은 독서가였다. 그의 독서는 “마치 좋은 음식을 먹듯이 좋은 내용을 머리 속에 담아두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서 그 생각을 깊이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독서라는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란 인간사회와 역사에 대한 연구활동이라 보아도 좋다.(1991년 청송교도소에서 동생에게 보낸 편지 중)”이었다. 이런 능동적 독서야말로 노회찬의 글과 노회찬의 말을 만들어내는 산실이었던 것이다.

2017년 노회찬은 [밤이 선생이다]의 저자 황현산과의 대담(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https://youtu.be/yEqbblRfdF4)에서 “인문학이란 배부른 자의 여유가 아니다. 오히려 배고픈자의 절규를 해결하는 신호탄 역할이 인문학”이라며 인문학을 대하는 그의 지론을 펼쳤다. 노회찬이 그리는 문화인의 상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잘난 척하기 위한 속물적인 허영의 도구가 아니라 ‘배고픈 자의 절규를 해결하는 인문학’이어야 한다는 것. 노회찬이 “국민들 누구나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를 말한 것도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를 향유해야 한다는 그의 꿈을 밝힌 것이리라.  

2004년 제 13회 전태일문학상 운영위원회는 노회찬 의원의 '선대본 일기'를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배경으로는 “노동자 정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기록으로서 충분한 수상 가치를 지녔다”고 밝혔으나 기록적 가치를 넘어 시대의 첨두에서 고뇌하고 실천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사색과 그 결정으로서 육화된 문장 또한 향기로웠다. 한국 정치인 중에서 정치적 여정 그 자체를 통해 문학상 수상자가 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이후 노회찬의 ‘선대본 일기’는 [힘내라 진달래]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배고픈 자의 절규를 해결하는 신호탄’의 기록으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 이창우 (이창우의 화실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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