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19호) 후원회원 이야기 - 다시 한번 ‘노회찬’을 생각해보는 시간
후원회원 이야기
다시 한번 ‘노회찬’을 생각해보는 시간
노회찬재단 소식지에 글을 보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다시 한번 ‘노회찬’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노회찬 대표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정의당에 입당하기 전에는 ‘말을 쉽고 재미있게 하는 정치인’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에 입당한 뒤에는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JTBC <썰전>에 출연하실 때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우리당의 국회의원을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노회찬의 언어는 그 자체로 정의당의 매력이었습니다.
2018년 7월, 그가 떠나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조문에 입을만한 옷이 없던 저는 퇴근길에 부랴부랴 옷가게부터 들러야 했어요. 장례식장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추도식이 있던 연세대학교 강당에 도착했더니 많은 사람이 넋을 잃고 모여 있었어요. 그럴 줄 몰랐는데, 눈물이 났어요. 그날도, 그날 이후에도 몇 번씩.
저는 대표님의 선택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여하는 것 말고, 온전히 제 것을요. 하지만 잘 이해할 수는 없었어요. 너무 많은 사람의 기대를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렴풋이 넘겨짚을 뿐이었죠. 대신 그가 걷는 길을 바라보고, 응원만 하던 스스로를 다그치며 뭔가 ‘더’ 해야 한다는 결론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당시에 저는 노조를 설립한다고 몇 달째 애쓰던 중이었으니까요.
노조 설립 일주일 전에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누가 때리지도 않았고, 어디 갇힌 것도 아니었는데. 핸드폰을 빼앗긴 채 서명을 요구받은 게 전부였는데. 그걸 버티지 못해 노조 설립에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다그친 지 얼마 안 지나 저는 스스로를 책망하게 됐습니다. 노회찬, 심상정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냈는데, 제가 바보 같았어요. 당당히 나아가라는 그 말씀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소연하는 제게 어떤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너무 혼자서 다 해내려고 하지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노심이 사람 하나 망쳐놨네.”
저는 망쳐진 걸까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주변에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 어딘가에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런 확신은 저를 쉴 수 있게 해주고, 저를 움직일 수 있게 해줬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6개월 동안 치열하게 의정활동을 해왔지만, 세상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전혀 지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저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신에 ‘우리’가 함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멋대로 해석한 ‘노회찬’의 교훈입니다.
감사합니다.
류호정 드림.
-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